10일 대구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좌),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중앙),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우)이 발언하고 있다. 2019.10.10 (사진=일요신문)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2년만에 찾아온 20대 국회 마지막 대구시 국정감사가 민생·정책질의는 뒷전이고 여야 간 진영논쟁으로 얼룩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당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시 국감이 현재 격전 중인 조국 대전(大戰)의 연장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 날 여야 의원 간 공방은 예상치 못한 데서 터져 나왔다.
10일 대구시청 회의실에서 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구시 국정감사에서 세 번째 질의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의 ‘수구도시 대구’ 발언을 두고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아니다”, “수구꼴통이라 했다. 안했다” 진실공방과 진영논쟁으로 번지면서다.
먼저 김 의원이 “권영진 시장이 대구-광주 달빛동맹을 통해 영호남 화합과 지방분권에도 앞장서고 왔고 특히, 달빛동맹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도 언급하셨다”며 권 시장을 치켜세울 때까지만 해도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질의를 이어가던 중 김 의원이 ‘부정적 이미지의 수구도시 탈피’란 표현과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관된 새마을운동사업 특혜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런 편파적인 디테일 때문에 대구를 ’수구보수‘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라고 지적하면서 갑자기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에 답변에 나선 권영진 시장이 “수구보수란 표현에 대해서는 대구시민들이 억울해 할 것”이라고 맞받았고, 다음 질의자로 나선 대구 출신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이 거들면서 불씨가 번졌다.
국감 질의에 앞서 선서하는 권영진 시장과 대구시 공무원들. (사진=대구시 제공)
윤 의원은 “대구 정서에 대해 얘기하셨는데 대구시민이 대한민국을 가장 사랑하는 시민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고 (김 의원께서도) 이런 것들을 존중해 주셨으면 한다”고 상기시키자 신상발언을 요청한 김영호 의원이 “제 질의에 대해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는데 속기록을 살펴 봐 달라”며 유감을 표하면서 여야 의원 간 작은 소란이 일었다.
이에 김 의원은 “보수라는 것이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보수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권 시장님의 행보에 대해서는 제가 칭찬을 해 드렸지만, 역대 일부 대구시장을 지내신 분들과 정치인들이 이런 보수적인 정서를 이용해 정치를 해 왔다는 점을 좀 지적한 것 뿐”이라고 해명하면서 소란이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대구 출신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까지 끼어들면서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조 의원은 “대구에 오면 대구시민에 대한 예를 갖춰라. 대구시청에 오면 대구시 감사만 하지 왜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느냐”며 “나라를 다 망쳐먹은 것들이, 어디 대구에 와가지고 이따위 소리를 하고 있어”라며 여당 의원들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에 위원장이 발언을 정제해 줄 것을 조 의원에게 요청했지만 여야 의원간 고성이 10여분 간 오가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 같은 공방은 무소속 이언주 의원까지 이어졌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 온 보수세력은 당시 매우 혁신적인 세력이었지만 지금은 그 혁신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래서 그 혁신성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대한민국 역사를 어떻게 제대로 만들 것인가가 보수세력의 책무라 생각하고 수구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진영논리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진보든 보수든 얼마든지 수구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진보세력도 자유와 인권을 추구하는 가치와 관련해 북한인권 문제라든가 특권문제 등 여러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어 양쪽 세력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이런 부분을 갖고 싸우는 모습은 국민들 보기에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2019 대구시 국정감사 현장 2019.10.10 (사진=일요신문)
오후 보충질의에 나선 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앞서 조 의원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권 의원은 “어떤 의원님이 ’이 따위 말‘ 이란 이런 거친 표현을 해 국감장 분위기를 어렵게 만든다”며 오전 공방을 오후까지 이어갔다.
그러면서 “점심때 뉴스를 검색해 보니 김영오 의원이 수구꼴통이라 발언했다고 나와 있더라”면서 “저는 수구꼴통이라 얘기한 건 못들었고, (김 의원께서) 힘들어 질 것 같은데 위원장께서 (속기록을) 잘 확인시켜 주시길 바란다”며 김 의원을 두둔하고 나서면서 속기록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김영호 의원이 “조 의원께서 제가 수구꼴통이란 취지로 말했다고 하는데 속기록을 보니 수구꼴통 발언은 조 의원 스스로 한 것”이라고 확인 시키자 다음 질의자로 나선 윤재옥 의원이 “전체적인 발언이 대구시민의 정치적 선택을 존중하기 보다 지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국감장에서 특정지역 시민들에게 이런 발언을 하는 건 부적절 한 것”이라고 되받았다.
조원진 의원은 “(김영호 의원이) 국감에서 (정책)질의를 못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면서 “국감지역에 오면 (그 지역 시민에게) 예의를 갖춰달라는 얘기였다”면서 여당 의원들에게 책임을 떠 넘겼다.
이 날 대구시 국감에서는 감사위원장인 민주당 전혜숙 의원을 포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 11명이 감사에 나섰다. 국감에서는 대구공항통합이전과 동남권신공항 갈등, 신청사 건립, 취수원, 대구시 예산과 국비, 청년문제 등 대구시 현안에 대한 질의 내용이 산적해 있었지만 ’진영논쟁‘과 ’수구꼴통‘ 발언에 대한 진실공방이 전체 3시간도 채 안되는 국감시간의 상당부분을 갉아먹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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