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한 유력 일간지가 반환점을 맞이한 문재인 정부의 지지부진한 TK공약 이행 실태를 지적하는 보도를 내자 팩트체크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13일 해당 언론사의 해명(추가보도)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관련 기사의 인터넷판 캡처.
[일요신문] 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사 막바지, 권영진 대구시장이 한 푼의 예산이라도 더 타내기 위해 잰걸음을 보이는 가운데 ‘대구예산 홀대’ 논쟁이 재점화됐다.
앞서 지난여름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발 대구예산 홀대 발언이 전방위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면 이번엔 지역 한 유력 일간지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맞붙었다.
예산철을 앞두고 각 지자체가 한 푼의 국비라도 더 타기 위해 앓는 소리를 하다가도 정작 받은 예산을 쌓아두고 쓰지 않는 지자체가 상당수란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대구시가 부산 다음으로 남긴 예산이 가장 많은 지방정부로 꼽혔다.
이런 가운데 지역 한 유력 일간지의 대구예산 홀대 기사에 반박하고 나선 민주당 대구시당(이하 시당)은 해당 언론사의 해명(추가보도)을 요구한 상태다.
시당은 13일 논평을 통해 “지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적한 대구예산 홀대 발언도 대구시 자료를 확인해 보니 틀렸다”면서 “정치권이 그릇된 발언을 하더라도 언론이 바로잡아야 하는데 대상사업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국비지원이 적은 것으로 오인할 기사가 나간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가 보도는 언론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시당에 따르면 지역 유력 일간지 중 하나인 A 사가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의 지지부진한 TK공약 이행을 지적하면서 잘못된 국비 데이터를 인용·보도해 대구예산 홀대 논란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해당 언론사는 11일 기사에서 “서대구 역세권 개발사업도 올해와 내년도 예산이 차질 없이 잡히는 등 겉으로는 문제없어 보인다”면서도 “총액 1조 2403억 원짜리 사업에 국비 투입액은 고작 448억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는 정부보다 100억 원 이상 많은 561억 원을 매칭해야 하는데 더 큰 문제는 1조 1394억 원의 민자 사업비다. 부지 매각 및 역세권 개발을 활용한다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 없이는 민자 사업비 충당은 쉽게 진행될 수 없다”면서 “대구시는 일부 세부사업에 현재 대비 20% 국비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 반응은 미온적”이라고 썼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해당 기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전방위 팩트체크에 나섰다. 지난여름 한국당 황교안 대표발 ‘대구예산 홀대’ 발언이 논란을 확신시킨 데 따른 사전 제동 조치로 풀이된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시당은 “사업대상을 오인한 결과”라며 “국비는 448억 원이 아니라 1조 3248억 원임을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전문위원 출신인 김우철 시당 사무처장은 “국토교통부, 기재부, 대구시 모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구시나 정부 어디에도 보도에 나간 ‘서대구역세권사업’이란 예산항목 자체가 없다”면서 “굳이 1조 2400억 원의 근거를 추정해 본다면 서대구고속철도역사업, 하폐수처리장통합지하화사업, 복합환승센터사업을 ‘서대구역세권사업’으로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서대구역을 시발점으로 하는 ‘대구산업선’이야말로 대표적인 ‘서대구역세권사업’임에도 기사에는 누락돼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시와의 팩트체크 내용도 보탰다. 김 처장은 “(대구시가) 서대구고속철도역사업은 총사업비가 703억 원이고, 내년 예산으로 80억 원을 신청했지만 10억 원이 반영됐다고 해서 왜 정부가 10억 원밖에 반영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시가 2017년과 지난해 관련 예산을 406억 원이나 과도하게 확보해 놨는데 착공을 올해 초에 하다 보니 집행이 덜 돼 올해 내 243억 원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163억 원이 내년으로 이월될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 국토부는 80억 원을 다 반영해 줬는데 기재부에서 이월액이 많으니까 일단 10억 원만 반영하고 이월액을 다 쓰면 추경을 해서라도 필요한 예산을 편성해 주겠다고 답했다”며 “(대구시가) 서대구고속철도역사업과 관련해 국비가 적거나, 적게 신청하거나, 적게 지원해 주는 바도 없는데 왜 그런 기사가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폐수처리장통합지하화사업에 대해서는 “민자투자사업이고 국비지원 근거인 환경부 ‘하수도보조금관리 및 집행지침’에 의거 하수처리장 확충 국고보조율이 정해져 있어 306억 원이 산출됐다”면서 “법률상 지원요건이 정해져 있는 것이지, 대구시가 적게 신청하거나 나라에서 적게 주거나 하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복합환승센터사업에 대해서도 “순수 민자사업이라 시비도 국비도 없다”면서 “민간제안사업의 금액은 변동이 가능하지만 시비나 국비를 안줘도 된다”고 답했다.
이어 “아직 민간사업 제안서도 받지 않은 상태인 데다 제안서를 받기 전에 기업설명회부터 해야 하는데 설명회 준비 단계에 있고, 이 사업 역시 국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대구역세권사업과 관련, 연초에 예타면제된 ‘대구산업선’의 경우 서대구역사를 시발점으로 해 대표적 서대구역세권사업인데 총사업비가 1조 2800억 원에 달하고 전액 국비사업”이라면서 “국비는 448억 원이 아니라 1조 3248억 원이 되는데 왜 이런 기사가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지난여름 한국당 황 대표발 대구예산 홀대 논란이 커지자 대구에 지역구를 둔 김부겸(수성구갑)·홍의락(북구을) 의원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선 바 있다.
김 의원은 “정권 출신 지역에는 많은 예산을 주고 상대 정당 텃밭에는 예산을 제대로 안주려 한다는 황 대표의 주장은 대구에서 또 다시 ‘지역주의 망령을 깨우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대구예산 홀대 주장은 양치기 소년”이라면서 “정부 문제면 내가 앞장서 난리칠 것이며, 이 같은 논란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TK의 잦은 예산홀대 주장에 대해 “지역신문과 한국당이 연례행사처럼 예산 확보가 어렵다고 엄살을 심하게 떨다가도 예산이 확정되면 성공적인 예산 확보라고 자화자찬하는 행태를 이제 고쳐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한편 대구예산 홀대 논란이 또 점화된 가운데 예산을 편성해 놓고도 쓰지 않는 지자체에 대구가 부산 다음으로 이름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왼쪽)이 지난 12일 오전 국회를 방문, 김재원 예결위원장(가운데)에게 내년도 대구시 주요 신규 국비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우측은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정종섭 의원. 사진=대구시 제공
지난 6일 행정안전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정부가 예산을 편성해두고도 쓰지 않은 금액은 모두 40조 4000억 원에 달했다. 총 예산 211조원의 19%에 달하는 액수다.
사업을 집행한 후 잔액이나 예비비로 남은 불용액이 14조 7000억 원, 사업 특성상 혹은 불가피한 사유로 다음연도에 넘겨 사용하는 이월액이 25조 7000억 원이다.
이같이 지방정부가 매년 편성된 예산의 15%가량을 남기고 있어 내수진작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방정부별로는 지난 5일 기준 부산·대구·광주가 각각 77.5%·76.2%·75.9%의 집행률을 보여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강원은 67.1%로 가장 낮았고 경북(67.2%)과 전남(67.5%)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권영진 대구시장은 국회 예산조정소위가 본격 가동된 지난 12일 김재원 예결위원장 등 예결위원들을 만나 초당적 국비 협조를 당부했다.
권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의료기술시험연수원 건립 △물산업클러스터·물기술인증원의 안정적인 운영과 연구개발(R&D) 연구 강화를 위한 운영비 △상화로 입체화 건설, 대구산업선 철도건설, 유체성능시험센터 건립 등 24건 3087억 원의 주요 신규 국비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대구=김성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