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김상중, 전락원회장 | ||
지난 5일 아침 한 스포츠신문에 보도된 기사다. 이날 많은 독자들은 카지노 대부로 통하는 전락원 회장의 딸과 유명 탤런트의 결혼소식에 큰 흥미를 가졌다. 재벌가의 딸과 유명 탤런트의 ‘결혼’은 그 자체만으로도 세인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이 기사의 주인공인 김상중씨는 TV드라마 <제국의 아침> 등에 출연하면서 큰 인기를 모은 배우 겸 탤런트였다. 특히 이 신문은 기사에서 김-전씨의 결혼소식과 함께 결혼식 날짜(11월28일), 장소(서울 S호텔) 등 자세한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간 뒤 전락원 회장이 몸담고 있는 파라다이스그룹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이 신문의 기사는 ‘오보’”라며 부인했다.
어떻게 이런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일까.
이 신문 기사에서 전락원 회장의 딸로 등장한 ‘전○○’은 전 회장의 딸이 아니라 손녀였고 현재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어린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여덟 살에 불과한 어린이가 결혼설에 오른 셈이다.
일단 파라다이스측은 이 신문에 사과성 정정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스포츠 신문은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문제의 기사들을 모두 삭제했다.
일단 이 신문은 취재 경로에 대해 밝히진 않고 있다. 이 기사를 처음 보도한 기자는 “파라다이스측을 취재한 것은 아니다”고만 밝히혔다.
이 기사의 소스에 대해 파라다이스측은 연예인의 특성상 언론과 접촉이 있을 수 있는 김상중씨 주변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김상중씨와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외부와 일체 연락을 끊고 있는 상태였다.
이와 관련해 처음 이 기사가 보도됐을 때 항간에는 전락원 회장가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혈육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오갔다. 하지만 파라다이스측이 제시한 전 회장 일가의 가계도에는 이를 의심할 만한 부분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기사를 보도한 신문은 “여러 경로를 통해 (혹시 전 회장의 숨겨진 자식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고) 사실 확인작업에 나섰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도 없었다”고 밝혔다.
김상중씨의 결혼 상대로 지목된 여성(기사에서는 정○○으로 돼 있다)과 관련해 이 신문이 “현재 모재단의 간부로 재직중이며,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유능한 커리어우먼”이라고 한 부분도 의문이다. 파라다이스는 문제의 여성 이름이 전 회장의 손녀이고 파라다이스 계열 문화재단에서도 그런 프로필을 가진 여성 간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전 회장의 딸을 사칭한 사기사건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실제 파라다이스 고위 관계자는 “문제의 여성이 전 회장의 딸을 사칭한 사기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01년에도 전 회장의 딸을 사칭한 결혼확인 문의전화가 파라다이스에 걸려온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그는 “지난 2001년 7월 ‘방송국 아카데미 강사’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이 그룹 비서실로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친척과 전 회장의 딸이 결혼을 한다는데 이를 확인해 줄 수 있느냐고 물어온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에도 그 여성의 이름이 이번에 언급된 전 회장 손녀와 똑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일요신문>이 확인한 결과 전 회장은 슬하에 맏아들인 전필립 파라다이스 사장 등 1남2녀를 두고 있다. 66년생과 71년생인 전 회장의 두 딸은 현재 모두 결혼한 상태이다.
전 회장의 가족을 보면 형제들 가운데 누나인 전숙희씨는 한국펜클럽 회장을 지내는 등 여류 수필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 또 70년대 <여로>라는 TV드라마로 유명했던 탤런트 장욱제씨는 전 회장의 조카 사위이기도 하다.
장씨는 결혼 뒤 연예계에서 은퇴했으며, 그는 파라다이스호텔 대리로 출발해 계열사인 파라다이스투자개발의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장씨는 현재 이 회사의 고문으로 물러난 상태이며, 주류수입업체인 장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차려 독립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