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이 ‘선박용 전기분해식 분뇨처리장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국제 기준과 정부 고시에 어긋나는 행보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민간 사업자 간에 예민할 수도 있는 승인 문제를 소홀히 취급함으로써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롭게 고시 적용된 선박분뇨처리장치
논란의 출발은 새로운 선박용 분뇨처리장치 기준이 새롭게 마련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박용 분뇨처리장치는 해양환경보호를 위해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의 필요에 따라 새로운 형식승인 기준이 채택된다.
이와 관련해 오수처리장치 배출기준 및 성능시험 실행지침 기준인 IMO결의서 ‘MEPC 227(64)’가 2012년 10월 5일 채택됐다. 해당 결의서는 2016년 1월 1일 이후 건조된 선박에 적용된다.
이 결의서는 오수의 희석에만 단독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초로 희석을 고려해 보상인자(희석배수)를 비례적으로 조정토록 했다.
희석수를 투입하는 경우 물타기로 간주함에 따라, 희석수 투입량을 확인하기 위해 유량계를 달아 희석배수(오수유입 량/배출수 량)을 구해 배출수값에서 비례적으로 조정토록 한 것이다.
특히 성능시험 시 측정된 배출수 값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희석배수를 확인하고 반드시 배출수 측정치에서 차감토록 했다.
IMO의 ‘MEPC 227(64)’ 채택에 따라 우리 정부도 2016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선박용 분뇨처리장치 고시인 ‘해양수산부 제2015-154호’를 마련해 공고했다.
신규 고시 마련으로 이전에 마련된 전기분해식 처리장치의 고시는 2015년 12월 31일부로 소멸됐다. 2016년 1월 1일부터 선박분뇨처리장치를 제작하려면 오직 고시 ‘제2015-154호’의 구조 등의 요건에 맞게 제작해 성능시험을 거쳐 형식승인을 득해야 가능해진 것이다.
#성능시험 기간 촉박하다고 ‘간이테스트’만으로 승인
문제는 정부부처와 관련 기관이 새로운 고시 마련을 전후로 명확한 기준 없이 승인을 해준 것에서 비롯됐다.
해수부는 ‘개정고시가 2015년 9월 30일자로 늦게 공고됨에 따라 성능시험 기간이 촉박하다’는 관련 협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간이테스트만으로 시험이 가능하도록 승인했다.
이에 해당 내용의 검사기관인 KOMSA(전 KST)는 전기분해식 처리장치 제작사인 A가 의뢰한 시험을 간이테스트만으로 개정된 고시의 형식승인을 받게 해줬다.
문제가 확대된 것은 IMO의 권고내용을 통보받고 개정된 기준에 맞게 기존의 전기분해장치를 대폭 개선한 또 다른 업체인 B사가 ‘KOMSA의 오판으로 피해를 봤다’며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는 해수부의 개정고시의 기준에 따라 정식으로 성능시험을 거쳐, 2016년 5월 12일자로 형식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B사 측은 전기분해식 처리장치의 경우 이미 적용고시가 소멸이 됐고, 개정 고시에는 희석배수 조항이 신설돼 성능시험 기준이 달라 구조 등의 요건을 충족시킨 후 성능시험 기준에 따라 희석배수 조항을 정확히 적용키 위해서는 간이테스트가 아닌 정식으로 성능시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B사 관계자는 “A사가 간이테스트를 통해 개정된 고시에 의한 형식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해수부에다 형식승인 취소 및 227 규정에 맞는 장치가 제작되도록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전 고시의 전기분해 장치 그대로인 것을 확인하고, 2018년 8월 27일 재차 서면으로 해수부에 다시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운 규정에 맞는 장치로 제작하도록 진정했다”고 밝혔다.
A사와 B사는 현재 특허 문제 등으로도 양자 간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 측은 이와 관련 “서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배수비율을 따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오수로 열흘 동안 (성능시험을) 할 것을 청수로 사흘간 진행해도 상관 없다”고 밝혔다. “KOMSA 관계자는 “해수부에서 (A사에 대한) 승인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내려왔다”며 승인과정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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