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치복 전 청와대 비서관의 현대증권 고문직 위촉과 사의 표명 이유에 대해 현대증권 노사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여의도 현대증권 본사.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러나 그는 고문으로 임명된 지 10여 일 만인 지난해 말 현대증권 노조측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취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비서관의 현대증권 고문 임명을 둘러싸고 노조 차원에서 ‘낙하산 인사 반대’ 요구가 있었다는 점에서 송씨의 임명 배경에 청와대측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씨는 지난 대선 때 존 레넌의 ‘이매진’을 배경음악으로 한 ‘노무현의 눈물’을 제작, 큰 호응을 받으면서 정치권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송씨는 이미 광고업계에서는 금강기획의 부사장급 카피 전문위원을 지냈을 만큼 명 카피라이터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유명인사였다.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OK! SK!’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등이 그의 대표적 히트 광고카피들이다.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소개로 노무현 후보의 캠프에 합류한 그는,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두번 생각하면 노무현이 보입니다’라는 카피를 만들었는가 하면, ‘기타 치는 대통령’이라는 선거광고를 제작, 감성적인 접근법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는 극찬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한동안 거리를 두고 있던 그는 민간인 신분이었던 지난 5월 또 한 차례 화제를 뿌렸다.
어버이날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이 일반 국민들에게 보내 파문을 일으켰던 ‘잡초’ 이메일도 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구술하고, 송 전 비서관이 글로 옮겨,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은 뒤 이메일을 통해 국민들에게 보내진 것.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4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언급한 바 있는 ‘호시우행’(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걷겠다)이라는 어귀도 역시 송 전 비서관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송 전 비서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애정도 각별했다.
송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 입성하기 이전인 2002년 5월, <생각의 축지법>이라는 CF 관련 책을 출판할 때, 책의 서문을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써 주었던 것.
이 같은 실적으로 그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70여 일 만에 단행된 첫 번째 청와대 비서진 개편 때 국정홍보의 연출 기능 및 영상, 언어표현 기획, 청와대 홈페이지를 비롯한 온라인 체제 기획 관리 등을 맡는 미디어 홍보비서관에 전격 발탁 임명됐다. 그 뒤 송 전 비서관은 8월 두 번째 개편 때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무현 대통령과 송치복 전 비서관의 이 같은 각별한 인연 때문에 송 전 비서관이 현대증권 고문에 임명됐던 사실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이 퇴진하면서 동반 사퇴했던 송 전 비서관이 당초 광고업계로 컴백할 것이라는 소문과 달리 어떻게 현대증권 고문으로 이동했는지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오가고 있다.
그가 과거에 현대그룹 계열사인 금강기획 부사장으로 재직한 바가 있지만 증권 분야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인연이나 경영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증권 고문이라는 직책이 별다른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명예직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그의 현대증권 고문 임명은 전혀 상식 밖의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현대증권이 어떤 연유로 송 전 비서관의 고문 영입에 나섰는지도 의문이다. 현대증권의 경우 현재 해외 매각이 추진중인 데다가, 막대한 부채로 독자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
한편 송씨의 고문 임명과 관련,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에게 현대증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함구’로 일관, 무슨 말 못할 곡절이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현대증권 박승권 홍보팀장은 “그런 얘기가 있는 것은 들어 알고 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잘 모르겠다”며 “주무부서인 인사팀을 통해 확인해 보라”며 떠넘겼다.
최병국 인사팀장 역시 “그런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론에 그런 사실을 일일이 확인해 줄 위치에 있지 않다”며 “홍보팀에서 현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을 테니, 그쪽에서 확인해 보라”고 또다시 홍보실에 공을 넘겼다.
기자가 ‘12월8일 고문으로 임명된 지 10여 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재차 확인을 요청했으나, “홍보팀에서 확인해 보라”는 답변만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송치복 전 비서관의 고문 임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노조 관계자 역시 확인요청에는 즉각적인 답변을 유보했다. 이명석 현대증권 노조 사무국장은 “노조 일로 외부에 있으니 다음에 통화했으면 좋겠다”고 답변을 유보했고, 두 번째 통화에서도 “연락하겠다”는 답변만을 남긴 채 끝내 확인해 주지 않았다.
문제의 주인공인 송치복 전 비서관은 자택 및 휴대폰을 통해 통화기록을 남겼으나 기자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처럼 송 전 비서관의 고문 영입 문제와 관련해 현대증권의 회사와 노조측이 확인을 거부하는 이면에는 이 인사로 인해 사내에서 문제가 되자 퇴진을 전제로 문제삼지 않는다는 상호묵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오가고 있다.
한편 <일요신문>은 송 전 비서관의 휴대폰과 집 전화에 몇 차례에 걸쳐 확인 요청 메시지를 남겼으나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