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최정운)는 지난 5월 20일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T 사 사내이사 곽 아무개 씨(53)를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실질적인 대표이사로 알려진 곽 씨는 2003년부터 올 1월까지 8년여 동안 70억여 원에 이르는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는 곽 씨의 친형(66)이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T 사는 지난 2000년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로 처음 설립됐다가 2003년 11월 말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이듬해부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과 익산 소재 현대모비스에 일부 모델의 자동차 라디에이터 그릴, 콘솔 등 내장재 부품을 납품해왔다.
현대차의 협력사로 선정된 이후 T 사의 연평균 매출은 200억 원대. 2009년 말 기준 T 사의 매출액은 230억여 원으로 이 가운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 납품한 매출액이 150억여 원, 현대모비스에 납품한 매출액이 26억 원 정도다. 현대차그룹에 공급한 납품액이 회사 전체 매출액의 90%에 달하는 셈이다.
T 사는 지난 2005년 현대자동차 내부에서 시상하는 ‘자동차부품산업대상’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총 24개 추천업체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에서 당시 T 사는 2개사와 공동으로 ‘품질·기술혁신부문’에 선정돼 곽 대표 개인 300만 원, 회사 단체로 5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비록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현대차 협력업체가 된 뒤 승승장구한 셈이다.
곽 이사는 하도급 업체 G 사와 ‘거래’한 5년여 동안 가장 매입 방식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이사는 T 사에서 현대차에 납품하는 자재 구입을 위해 G 사에 매입 대금을 지불한 것처럼 가짜 서류를 만들고 다시 5개의 소위 ‘대포통장’으로 금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올 1월까지 총 70억 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G 사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T 사와 거래한 매출 내역이 총 147억여 원. 곽 이사가 이중 반 정도를 비자금으로 가져갔다는 결론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지난해 6월경부터 이미 내사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G 사는 폐업에 들어간 상태. 이후 지난 1월에는 T 사의 조 아무개 상무가 구속됐고 한 달여 뒤 자금담당 직원이 구속되는 등 회사 관계자 총 4명이 구속 기소되자 현대차 내부에서도 관련 사안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뒀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 측은 “협력업체 사장과 그곳 하청업체 간의 문제일 뿐 우리와 직접적인 관련은 전혀 없는 일”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검찰도 수사 결과 해당 자금이 현대차 측 인사들로까지 흘러들어간 정황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 사의 규모 면에서 봤을 때 빼돌린 돈의 액수가 너무나 크다는 점이 뒷말을 낳고 있다. 2009년 말 기준 T 사의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4억여 원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곽 씨가 횡령한 비자금 70억여 원 중 57억 원의 사용처가 불명확하다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돈의 행방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곽 씨는 70억 원 중 57억여 원을 개인 차용금을 변제하고 생활비 등에 모두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명확한 자금 흐름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