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스트라이크존 증시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박스권 아래서 사고 위에서 파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
먼저 박스권 장세는 당분간 계속될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이구동성으로 ‘예스’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는 외부 악재에 대해 점진적으로 내성을 갖춰가고 있지만 유로화가 빠르게 진정되지 못한다면 불안정한 흐름 자체로부터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당분간 코스피 1600대에서의 혼조세를 예상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도 “코스피가 1700선을 바라보기에는 유럽발 악재가 부담스럽다. 또 지수가 1600선 아래로 떨어진다면 펀더멘털상으로 양보할 수 없는 지지선이다. 우리나라의 견고한 경제성장과 우리 시장의 낮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때문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8.1% 성장할 정도로 우리 경제의 모습은 탄탄하고 2분기 기업실적 역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밸류에이션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 기준으로 8.3배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고 분석했다.
1550~1750의, 200포인트가량의 박스권이 뚜렷하다면, 이에 따른 투자전략 역시 분명해진다. 박스권 아래에서 사고, 위에서 파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유망종목은 뭘까. 일단 실적이 뒷받침되고, 주가가 많이 오른 경험이 있는 주도주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SDI, 기아차 등 최근의 주도주들은 시장 흐름과는 무관하게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다만 차별화의 지속은 결국 가격부담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추격매수보다는 조정시 매수의 관점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도 “최근 지수의 조정이 나타나는 과정에서도 기관투자자들은 IT 자동차 화학 등의 업종 위주로 매수세를 이어갔고, 업종지수 역시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지수 전체적으로 강한 방향성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 업종 위주의 차별화된 장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조정이 나타날 때마다 우선적으로 매수 리스트에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전략은 주도주 몇 종목의 주가 그래프를 살피다 매매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LG이노텍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5월 14일 18만 8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할 때만 해도 이 종목에 과연 조정이 있을까 여겨졌지만, 5월 24일 주가는 13만 5000원까지 떨어졌다. 증권사 목표주가가 신고가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24일에 매수해서 전고점 수준에서 판다면 이론적으로 39%의 수익이 가능하다. 물론 정확히 바닥과 천정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전저점보다 10~20% 높은 지점에서 사고, 전고점보다 10~20% 낮은 지점에서만 팔아도 약 절반, 즉 20%가량의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다.
종목을 예측하는 게 어렵다면 지수로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요즘은 코스피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많아 투자하기 쉽다. 코스피가 1600 아래로 내려가면 ETF를 사고, 1700을 돌파하면 ETF를 파는 전략이다. 1600 매수, 1700 매도시 수익률은 6%. 얼핏 작아 보이지만 연간 같은 매매패턴을 두어 차례 반복한다면, 이 전략만으로 12~18%의 수익이 가능하다. 최근 1년 새 박스권 하단과 상단의 왕복횟수는 3차례, 6%씩만 수익을 챙겼다고 해도 18%의 수익이 가능했다.
이 같은 박스권 매매전략은 좀 더 세련된 이동평균선 매매전략으로 응용할 수도 있다. 즉 5일선과 20일선, 또는 5일선과 60일선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5일선이 20일선이나 60일선을 하회하면 매수, 5일선이 20일선이나 60일선을 상회하면 매도하는 전략이다. 다만 이 같은 매매전략은 상당한 절제를 요구한다. 애초에 정한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기술적 매매전략이 아닌 시장 예측에 따른 매매전략으로 윤색되기 때문이다.
박스권 장세에서의 매매전략은 반복적으로 일정 수준의 절대수익률을 쌓아가는 전략이다. 그런데 박스권이 무너지거나 그 폭이 변하는 경우에는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전저점이 붕괴되거나, 전고점이 경신될 때는 박스권 폭에 대한 재조정이 필수다. 또 박스권 장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 올 경우에도 대처를 달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올 하반기 상황은 박스권의 상향 또는 하반기 급등이다. 모두 증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바탕으로 한다. 유럽 악재는 이미 다 노출된 만큼 충격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반면, 미국과 중국의 소비회복을 바탕으로 한 우리 기업의 실적개선과 임금인상은 자산가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변곡점은 역시 7~8월이다.
먼저 7~8월에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IT와 자동차는 모두 하반기가 성수기인 만큼 징검다리인 2분기 실적이 양호하게 나올 경우 하반기 증시 상승가능성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 기업들의 하투가 벌어지고, 재·보궐선거가 끝나는 시기도 7~8월이다. 하투가 끝나야 기업들의 임금인상 폭이 윤곽을 드러내고, 재·보궐선거(7월 28일) 이후에야 각종 요금인상 등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물가 자극이 강하게 나타난다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여 자칫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완만한 물가상승은 오히려 경기회복으로 해석돼 금리인상을 지연시키며 자산가격 상승을 연출해 낼 수도 있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명목임금을 기준으로 지난 1분기에 이미 전년동기대비 6%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 인상률은 3.2%를 기록하며 7분기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노동계의 하투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임금인상 요인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실적과 물가는 환율과 국제유가로도 나타난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게는 유리하지만 물가상승 압력도 그만큼 높아진다. 국제유가도 원화강세 상황에서 오르면 다행이지만 원화약세 상황에서 오르면 기업의 원가부담을 높이고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극약이 될 수 있다. 하반기에도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달러의 상대적 강세로 원화강세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 역시 글로벌 경기회복세 둔화로 수요증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분간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종합하면 기업실적 개선은 계속될 가능성이, 물가는 임금인상에 의해 제한적으로 자극받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1900~2000선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따라서 7월 중순까지는 박스권 대응전략을 펼치고, 7월 하순부터 8월에 걸친 실적 시즌에는 박스권 상황의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