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대표팀 경기를 야구장에 출근해서 본 적도 있었어요. 야구선수들이 경기 준비하면서 축구를 보며 소리를 지르고 응원을 하는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한국대표팀이 경기를 할 때는 클리블랜드 모든 선수들이 저와 함께 한국을 응원했고, 우루과이전에서 먼저 실점 후 이청용 선수가 동점골을 터뜨렸을 때는 모든 선수들이 라커룸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전 아무리 봐도 오프사이드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단어의 뜻은 이해하겠는데 경기를 보면서 오프사이드를 구분해내기가 어려웠거든요.
축구 얘기는 이제 그만할게요^^. 오랜만에 일기를 쓰면서 처음부터 좀 우울한 소식을 전하게 됐네요. 오늘 클리블랜드 홈구장에서 벌어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 도중에 오른손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했습니다. 8회초 수비를 하다 넘어지면서 엄지손가락이 접질렸는데요, 내일 아침 일찍 병원 가서 MRI를 찍어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치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었습니다. 부상과 수술은 선수 생명에 치명타인 탓에 경기를 하면서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마네요. 지금 손가락이 퉁퉁 부은 상태인데 심각한 부상이 아니길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최근 구단에선 리빌딩 차원으로 많은 선수들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리빌딩을 하더라도 베테랑 선수들은 남겨 놓고 다른 선수들을 트레이드 시켜야 하는데 그렇질 못해요. 마이너리그 출신이나 나이 어린 선수들을 데려오다 보니 마치 새로운 팀을 만드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수선하고 정리도 안 되고 팀워크를 다질 만한 명분도, 계기도 없는 것 같아요. 게다가 감독님은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구단을 향해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구단의 트레이드를 지켜보며 누구보다 착잡한 심정을 감추실 수 없을 겁니다.
손가락도 이렇고 구단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기운도 얻고 파이팅해서 재미있는 야구를 하고 싶은데, 현실은 자꾸 절 바닥으로 내모는 것만 같아요. 마음 같아선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가족과 여행 다니며 복잡한 머릿속을 깨끗이 비우고 오고 싶습니다. 그래서 후반기부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제가 좋아하는 야구를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에도 전반기 때 홈런 13개를 치다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무려 5주 동안 홈런을 때리지 못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도 똑같이 홈런 13개를 치고 있는데 후반기에는 13개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치고 싶어요. 5주 동안 무홈런의 악몽은 지난해 한 번으로 충분하거든요.
야구를 하면서 요즘처럼 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여러 선수들과 어울려 있으면서도 마치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왜 그럴까요?
클리블랜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