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실가스 배출량도 15~20% 적어… 친환경성 입증
[포항=일요신문] 포스코 철강 부산물로 만든 ‘규산질 슬래그 비료’의 우수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입증했다.
규산질 슬래그 비료란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고 남은 슬래그를 가공해 입상으로 제조한 비료다. 이 비료에는 식물 생장을 돕는 가용성 규산 25~30%, 토양개량을 돕는 알칼리분이 40~48% 구성돼 있다.
사진은 2020년 8월 포항제철소 임직원들이 ‘규산질 슬래그 비료’로 키운 옥수수를 해도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3일 포스코에 따르면 최근 경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김필주 교수팀과 경남농업기술원은 슬래그 비료로 재배한 쌀이 그렇지 않은 쌀에 비해 품질과 생산성에서 우수하다는 것을 검증했다.
이번 검증은 사천, 순천, 대전 3개 지역에서 슬래그 비료를 기준으로 다른 조건은 모두 동일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실제로 슬래그 비료로 재배한 쌀은 밥맛이 10% 이상 개선됐는데, 밥맛을 떨어뜨리는 단백질과 아밀로스의 함량이 낮아졌기 때문이란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또 일반적으로 단백질과 아밀로스 함유율이 낮을수록 쌀밥은 부드럽고 끈기가 강하고 맛 평가가 높아지고, 쌀의 등급을 좌우하는 완전립의 비율이 높아져 상품 가치가 한층 향상됐다고 밝혔다.
쌀 수확량도 7% 이상 높아졌다. 비료를 사용한 경우 벼의 이삭수와 등숙률(벼 이삭이 익은 정도)이 모두 증가해 논 1마지기(200평) 당 24kg 쌀 증산이 가능해졌다.
슬래그 비료 사용은 환경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슬래그에 미량 함유된 철 이온(Fe3+)이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15~20% 감소시켜고, 결국 슬래그 비료 수요가 늘어나면 농가 소득은 물론 지구 대기 환경 보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
포스코는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활용한 다양한 나눔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0년에는 포항제철소 임직원들이 규산질 슬래그 비료로 농작물 2000kg를 직접 재배해,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기부한 바 있다.
한편, 포스코는 1974년부터 포항과 광양 양 제철소에서 나온 슬래그를 비료업체에 공급해오고 있다. 현재 한국협화, 제철세라믹, 효석 등 국내 8개사가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량의 80% 이상은 농협을 통해 농민들에게 무상 공급된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