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오는 2006년 2월 통신서비스업과 통신 단말기 제조업에 대한 영역이 파괴되는 시점을 앞두고 통신시장이 새 질서를 형성할 조짐이다.
국내 2, 3위 통신서비스 회사인 KTF와 LG텔레콤의 ‘빅딜설’이 나돌고 있고, 최대 통신서비스 회사인 SK텔레콤이 단말기 제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통신서비스는 SK텔레콤-KTF-LG텔레콤의 3파전. 또 휴대폰 단말기는 삼성전자(애니콜)-팬택&큐리텔-LG전자(싸이언)-SK텔레텍(스카이)의 4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런 양상을 보였던 국내 통신시장에 소리없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통신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신규사업의 경우 기존의 우월적 지위를 누린 업체들이 계속 승승장구하다 보니 사실 1, 2위 업체를 제외하고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3, 4위 업체들의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와중에 KTF와 LG텔레콤의 빅딜설이 나돌아 업계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얘기가 먼저 흘러나온 곳은 LG그룹. LG그룹의 정홍식 데이콤 사장은 오는 7일 통신사업에 관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데이콤 관계자는 “정 사장이 이날 데이콤 경영 계획을 설명할 것”이라며 “LG그룹 통신사업 전반에 대해 얘기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데이콤으로 옮기기 전 지난해 말까지 LG그룹의 통신사업을 총괄하는 LG통신추진단장이었다는 점 등을 미뤄 볼 때, 그가 여전히 LG그룹의 통신사업 부문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구상중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LG그룹의 통신사업 부문인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은 모두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항간에는 정 사장이 LG그룹 통신개혁의 하나로 KT측에 KTF와 LG텔레콤 합병을 제안했으나, KT측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요즘 심기가 좋지 않다는 것.
▲ 정홍식 데이콤 사장 | ||
그렇다면 이 얘기는 왜 흘러나온 것일까.
데이콤 관계자는 “예전에 정 사장이 LG통신추진단에 있을 당시 밑그림을 그렸던 것을 두고 아직까지 말이 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정 사장이 당시 그룹 통신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마스터 플랜을 세웠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KTF와의 합병이 고려사항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LG텔레콤과 KTF의 빅딜이 성사될 경우 ‘윈-윈 게임’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정부 규제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LG텔레콤과 KTF가 합병을 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SK텔레콤 대 LGT-KTF의 대립구도에서 생기는 경쟁력도 경쟁력이지만, 부차적으로 생기는 메리트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향후 이동통신업체들이 ‘3G망’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각 3조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양사가 합병할 경우 4조원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LG그룹 입장에서 보면 합병으로 인한 메리트는 더욱 커질 전망.
현재 LG그룹은 지주회사인 (주)LG를 중심으로 데이콤, LG텔레콤, 파워콤 등이 수직계열화돼 있다. 증권가에서는 (주)LG의 주가가 몇몇 계열사로 인해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 LG텔레콤을 매각할 경우, (주)LG의 주가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LG텔레콤이 올 상반기에 가입자 확보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점을 감안할 때, 올 하반기에 통신 계열사 몸값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LG그룹으로서는 어차피 ‘손절매’가 불가피하다면 올 하반기가 가장 적절한 시기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LG텔레콤과 KTF의 빅딜에 관한 얘기들이 업계에서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