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열린 프로농구 SK와 전자랜드의 시범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
#디펜딩 챔피언 예고된 추락?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모비스는 두 시즌 연속 KBL을 평정했다. 2008-2009시즌 정규리그 우승, 2009-2010시즌 통합챔피언 등극. 하지만 올 시즌은 안개가 짙다. 지난 시즌 핵심 멤버들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통합 MVP에 빛나는 함지훈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군에 입대했고, 김효범은 FA(자유계약)로 SK에 둥지를 틀었다. 브라이언 던스톤과의 재계약도 불발됐다. 유재학 감독마저 남자농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며 사실상 소속팀에 신경을 쓸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새 얼굴들로 새 판을 짠 유재학 감독은 일단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 희망을 봤다”고 의미심장한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KBL의 대표적인 스타군단은 KCC와 삼성, SK다. 여기에 올 시즌 전자랜드가 합류했다. KCC는 유병재의 합류를 제외하고는 큰 변화 없이 현상 유지다. 크리스 다니엘스의 영입 정도가 새롭다. 하지만 한국농구 2년차 적응을 마친 전태풍과 하승진의 부상 후 복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강병현과 추승균이 건재하기 때문에 말이 필요 없는 강팀이다.
변화와 진화에 있어서는 삼성이 한 수 위다. 삼성은 이규섭, 이정석, 이승준 등 국가대표만 3명이다. 이상민 은퇴 후 이원수가 합류했고, 강혁을 비롯해 김동욱, 차재영 등 주전급 선수들이 넘쳐난다. 젊어진 삼성, 색깔이 달라진 삼성을 볼 수 있는 시즌이다.
전자랜드와 SK 역시 막강한 전력을 이뤘다. 전자랜드는 신기성-정영삼-문태종-서장훈-허버트 힐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멤버를 갖췄다. 경험과 기량으로 봤을 때 아직 나이를 걱정할 만큼은 아니다. SK 역시 마찬가지. 주희정-김효범-방성윤-김민수-테렌스 레더의 베스트5는 올스타급이다. 방성윤이 부상 회복 단계에 있지만, 신인 변기훈의 가세로 공백이 드러나진 않는다.
#외국인선수 구관 vs 신관
2010-2011시즌을 끝으로 외국선수 트라이아웃 제도는 사라진다. 2011-2012시즌부터 자유계약제의 부활이다. 현재 뛰고 있는 외국선수들은 올 시즌이 KBL에서 뛸 수 있는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외국선수는 구관 대 신관의 대결로 불꽃이 튄다. KBL 4년차 테렌스 레더와 마퀸 챈들러(이상 SK) 등 KBL 경력자만 11명. 나머지 9명은 올 시즌 KBL에 첫 선을 보인다. 제스퍼 존슨(KT)과 크리스 알렉산더(LG)는 일찌감치 재계약을 맺었고, 허버트 힐(전자랜드)과 크리스 다니엘스(KCC), 마이카 브랜드(모비스), 애런 헤인즈(삼성) 등도 팀을 바꿔 코트에 나선다. 반면 올 시즌 KBL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들도 기대를 모은다. 실질적 1순위 글렌 맥거완(오리온스)은 뛰어난 운동 능력과 탄탄한 개인기로 화끈한 농구를 선보일 예정. 합격점을 받은 데이비드 사이먼(한국인삼공사)과 로드 벤슨(동부), 노엘 펠릭스(삼성)도 시즌 개막만 기다리고 있다.
▲ 형 문태종(왼쪽·전자랜드)과 동생 문태영(LG). |
지난 시즌 프로농구 최고 이슈는 귀화혼혈선수 열풍이었다. 전태풍(KCC)과 이승준(삼성), 문태영(LG)은 모두 어머니가 한국인인 혼혈선수들. 전태풍과 이승준은 귀화에 성공해 국가대표 선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올 시즌도 혼혈선수 열풍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문태영의 친형으로 더 잘 알려진 문태종(전자랜드)의 가세 때문. 문태종은 유럽리그 잔뼈가 굵은 용병급 혼혈선수다. 나이는 많지만, 경험 면에서는 현재 KBL 외국선수 수준을 압도할 정도다.
문태종의 합류로 혼혈선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지난 시즌 KBL을 평정한 문태영은 득점왕에 오르는 등 전태풍과 이승준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친형과 처음 같은 리그 상대 팀으로 만나는 형제 맞대결도 볼거리다. 전태풍과 이승준의 맞대결도 흥미롭다. 국가대표 발탁을 위해 오랜 시간 경쟁을 펼친 끝에 이승준이 최종 선발되면서 은근한 신경전도 맴돈다. 지난 시즌 부상을 털고 일어선 이동준(오리온스)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이다. 김민수(SK)도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신선우 감독의 조련을 받으며 새로 태어나고 있다.
#‘최대 변수’ 아시안게임
시즌 중인 11월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10개 구단이 주목하고 있는 최대 변수다. 국가대표만 3명을 보유한 삼성 등 5개 구단(모비스 KT 동부 삼성 한국인삼공사)은 국가대표 차출 공백으로 진통이 예상되고, 하승진의 출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KCC를 포함한 5개 구단(KCC LG SK 전자랜드 오리온스)은 국가대표 출혈 없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영향은 당장 시즌 초반부터 시작된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시즌 개막 두 경기씩만 참가한 뒤 대표팀 훈련으로 제외된다. 국가대표를 보유한 5개 팀은 9~10경기 정도 국가대표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체력적으로도 문제다. 이번 대표팀은 이례적으로 오프시즌 내내 합숙훈련을 가졌다. 아시안게임에 모든 전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여 장기레이스로 펼쳐지는 시즌 동안 부상 없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특히 주축선수 3명이나 빠진 삼성(이정석, 이규섭, 이승준)이나 백업이 여의치 않은 한국인삼공사(김성철, 박찬희)와 동부(김주성), 모비스(양동근)도 즉시 전력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서민교 점프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