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은 회장 |
지난 9월 17일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는 ‘주총 소집 결의’ 공시를 통해 허 전 청장을 사내이사로 영입할 것이란 소식을 알렸다. 이사회 결의를 거쳐 10월 29일 임시주총에서 허 전 청장이 이사로 선임될 예정이었으나 현대그룹 측은 주총 당일 공시를 통해 허 전 청장의 이사 선임 안건이 철회됐음을 알렸다.
공시에 적시된 사유는 ‘허 전 청장이 행정안전부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이 제한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것. 현행법상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한 민간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1항). 허 전 청장이 관세청장직에서 퇴임한 것은 지난 3월의 일이다.
현대그룹의 허 전 청장 영입작업은 현정은 회장의 지시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허 전 청장의 공직 인맥과 노하우를 활용하려던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선 “현대건설 인수 생각에 (퇴직 공직자 영입) 관련 규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허 전 청장 영입 실패와 비슷한 시기, 현대그룹의 한 계열사 최고위 임원이 사석에서 그룹 후계구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는 이야기가 재계에 퍼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임원은 현정은 회장 자녀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현 회장의 큰딸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33)가 후계자가 되지 못할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현 회장은 슬하에 정지이 전무와 둘째딸 영이 씨(26), 그리고 아들 영선 씨(25)를 두고 있다. 이들 중 정지이 전무만이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정영이-정영선 남매는 미국 유학 중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그룹 측은 “아직 회장님이 한창이신데 후계구도 언급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해당 임원이) 그런 말을 실제로 했는지 확인이 안 되지만 만약 그랬다면 실언일 것”이라 덧붙였다.
현대그룹은 최근 ‘정통 현대맨’ 출신인 현대로지엠(옛 현대택배)의 박재영 대표이사에게 사실상 해임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 대표가 2년 임기가 끝나는 12월 18일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는 것. 현대건설 인수전이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시기, 그동안 그룹 경영에 중추적 역할을 해온 계열사 대표에 대해 해임 통보를 한 배경을 놓고도 재계에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