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통해서 처음으로 밝히는 내용인데요, 클리블랜드와 397만 5000달러에 계약하기 전, 어떻게 연봉 협상이 진행됐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그 부분을 조금 공개하려고요.
▲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인터뷰 때마다 자주 언급했지만 전 이기는 팀에 있고 싶습니다. 클리블랜드가 이기는 팀으로 탈바꿈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고, 주어진 기간 동안 이길 수 있는 팀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물론 클리블랜드가 저와 장기 계약 후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시킬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래서 고민도 했었죠. 그런 딜이 가능할까 싶기도 했고요.
그러나 스캇 보라스가 좋은 딜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번 계약을 진행하면서 제 뒤에 스캇 보라스가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어요. 어떤 문제라도 선수 편에서 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한 지인이 400만 달러가 아닌 397만 5000달러에 사인한 이유를 묻더라고요. 솔직히 저도 앞 숫자에 대한 미련은 있습니다. 3과 4란 숫자는 엄연한 차이를 나타내니까요. 스캇 보라스로부터 연봉 액수를 들었을 때 입 밖으로 “왜 400만 달러가 안 되는 거죠?”라는 얘기를 꺼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꾹 참았습니다. 원래 제가 원했던 액수가 400만 달러였어요. 그래서 약간은 서운하긴 했지만 클리블랜드의 장기 계약도 거절한 마당에 앞 숫자에 미련을 가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오늘(1월 21일, 한국시간) 오전 훈련 마치고 들어오자마자 인터넷을 켰어요. 이대호의 연봉조정이 어떻게 결정났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죠. 와, 그런데 이게 뭔가요? 어떻게 대호가 질 수가 있는 거죠? 말이 연봉조정이지, 이건 구단 입장만 반영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요. 먼저, 대호의 고과 점수가 낮다는 지적입니다. 야구는 단체 종목이지만 연봉은 순전 개인의 성적과 관련해서 결정되는 겁니다. 팀이 우승을 하고 못 하고의 여부는 팀 문제이고, 선수 연봉은 개인 성적으로만 받는다는 거죠. 그리고 연봉조정위원으로 위촉된 분들 중에서, 어떻게 야구와 관련된 사람이 조정위원으로 참석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국은 청문회에 야구와 전혀 관련없는 사람들로 구성됩니다. 어떻게 KBO에서 연봉조정위원을 결정할 수 있는 거죠?
7관왕이라는 타이틀은 야구 역사에 나올까 말까한 ‘만화 같은’ 기록입니다. 한국에서는 이 7관왕이라는 기록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요? 만일 에이전트 제도가 한국에 있었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아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대기록입니다.
오늘 대호 인터뷰한 걸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연봉 자체가 협상이 아닌 구단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해 이뤄지는 게 부지기수라면서요?
한 가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런 모든 일이 벌어진 이유는 선수들 탓입니다. 선수들이 파워를 갖지 못했고 선수협의 힘을 키우지 못했고 구심점이 돼 뜻을 모으고 행동으로 옮길 수 없도록 이기적인 행동들을 보여줬습니다. 말로만 외치는 대리인 제도도 공염불로 끝나게 했습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걸 버리고 ‘총대’ 메고 나설 수 있는 용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가야 합니다.
친구 대호의 아픔과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7억 원은 대호의 자존심이었습니다. 그게 짓밟혔습니다. 전 죽었다 깨나도 7관왕은 못할 것 같아요.
이대호니까 가능한 기록이었습니다. 이대호만 할 수 있는 기록이었습니다.
애리조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