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처리하고 롯데지주 지배력 확대…롯데 “지주사 체제 강화 일환”
먼저 신동빈 회장은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지난해 7월 31일 담보로 맡겼던 롯데칠성음료(4만 3367주)와 롯데제과(11만 9753주), 롯데쇼핑(10만 9349주) 지분을 회수하고 대신 롯데지주 지분을 담보로 맡겼다. 앞서 신 회장은 고 신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 받으며 300억 원가량의 상속세를 연부연납 하기로 했다. 지난 1일 롯데지주 공시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5월 21일 롯데지주 주식 332만 5254주 총 3.16% 지분에 대해 세금 연부연납 담보제공 공탁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5년 7월 31일까지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롯데쇼핑 지분을 회수하고 롯데지주 지분을 대신 담보로 맡긴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신 회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담보에서 제외한 3사의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지주를 비롯한 8개 계열사에서 149억 8000만 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기 위한 현금이 부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보유 중이던 롯데케미칼 지분을 롯데지주에 넘긴 것에서 신동빈 회장의 의도를 해석해볼 수 있다. 신 회장은 지난 5월 27일 보유하던 롯데케미칼 지분 0.26%(9만 705주)를 251억 7000만 원에 롯데지주에 매각했다. 이로써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지분율은 기존 25.33%에서 25.59%로 소폭 확대됐다. 신 회장은 2차 상속세 납부기한에 앞서 현금을 확보하고, 롯데지주는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한 셈이다.
또 롯데지주는 지난 5월 27일 롯데칠성음료와 롯데푸드, 롯데상사에 자회사를 현물 출자하며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했다. 2017년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적격합병 요건을 맞추기 위해 가져왔던 자회사들을 다시 돌려주면서 3사의 주식을 취득한 것.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지주로부터 백학음료와 씨에이치음료, 충북소주 주식을 넘겨 받았다. 롯데푸드는 롯데네슬레코리아 주식을, 롯데상사는 롯데인터내셔널아메리카와 롯데비나인터내셔널 주식을 넘겨받았다. 이를 통해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 주식 30만 3761주, 롯데푸드 주식 7만 7185주, 롯데상사 주식 1만 3085주를 취득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종전 39.26%에서 41.25%로, 롯데푸드 지분을 36.37%에서 40.43%로, 롯데상사 지분은 41.37%에서 44.86%로 끌어올렸다.
롯데지주가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지주는 2020년 6월 11일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푸드 주식 15만 436주(호텔롯데 10만 845주·부산롯데호텔 4만 9591주)를 555억 원에 매입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롯데푸드 지분율을 종전 23.08%에서 36.37%로 확대하고 관계기업으로 분류되던 롯데푸드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일본롯데와 연결고리를 끊은 셈이다.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케미칼에 대해서도 비슷한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쇼핑,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꼽히지만 롯데지주의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이다. 롯데지주가 이들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거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분기 기준 호텔롯데(5.24%)와 롯데알미늄(7.58%), 롯데홀딩스(1.13%) 등 일본롯데가 지분 13.95%를 보유 중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롯데홀딩스가 9.3%,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60.1%)로 있는 롯데물산이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2020년 11월 26일 호텔롯데가 보유 중이던 롯데케미칼 주식 24만 주를 709억에 매입하며 롯데케미칼 지분율을 종전 24.61%에서 25.33%로 확대했다.
같은 날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 자사주 42만 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414억 원에 매입하며 지분율을 4.68% 끌어올렸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9월에도 롯데지주는 보유 중이던 필리핀 펩시와 롯데주류 일본법인 지분을 롯데칠성음료에 넘겨주며 롯데칠성음료 주식 98만 주를 취득했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 34.91%(의결권 있는 주식 26.54%)이던 롯데지주 지분율은 지난해 말 47.63%(의결권 있는 주식 39.26%)로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의 이 같은 행보를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최근 롯데렌탈 상장과 맞물려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렌탈의 최대주주는 지분 47%를 보유한 호텔롯데다. 자회사 롯데렌탈 상장이 모회사 호텔롯데 상장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관련기사 신동빈의 뉴롯데 위한 ‘뉴퍼즐’ 롯데렌탈 IPO 엇갈리는 시선).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본부장은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 간 지배구조 문제는 분명히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자회사에 대한 지주사의 지분 확대나 기업공개가 큰 그림에서 보면 그 일환일 수 있지만, 어떤 것을 염두에 둔 이벤트라고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상단에 일본롯데홀딩스 대주주인 광윤사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리가 명확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롯데홀딩스 자체의 이사회 인적 구성 변화 등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자회사 지분 확대는 지배구조 개편보다 지주사 체제 강화의 일환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며 “롯데지주 출범 과정에서 가져왔던 사업을 효율성 차원에서 돌려주거나 돌려줄 계획이 있어 자산 이동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이 올라가는 것은 지주회사 체제가 강화되는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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