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11개월의 공직생활 아쉬움 없어…공무원들에게 신뢰와 응원 보내주길”
이 국장은 김천의 뿌리인 고대국가 감문국이 자리했던 김천시 감문출신으로 1981년 김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8월 어모면 사무소에서 지방행정서기보로 출발했다.
2012년 봉산면장(지방행정사무관)을 거쳐 2015년 새마을문화관광과장, 2018년 기획예산실장, 2020년 경제관광국장, 2021년 행정지원국장을 역임하고 6월말 공직을 떠난다.
그동안 경북지사 표창 4회와 2008년 국무총리 표창, 1991년 내무부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이규택 국장은 갓 스물도 되기 전 금릉군청 9급(서기보) 공무원으로 출발해 여러 요직을 거쳐 행정지원국장(4급·지방행정서기관)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항상 웃음 띤 얼굴과 차분하고 완벽한 일처리, 원만한 대인관계로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것으로 유명하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의 책상에 있는 이름 없는 명패를 봤다. 일반적으로 퇴직하는 사람들은 기념으로 명패를 갖고 가는데 그는 자개로 장식된 화려한 명패들을 폐기하는데 화학물질이 나와 환경보호를 위해 후임자가 쓸 수 있도록 이름 없이 직책만 새겼다고 한다.
아래는 일문일답.
- 공직을 떠나는 소회 한마디
“1981년 8월5일 열아홉살의 소년이 면서기라는 이름으로 공무원을 시작해 가정을 이루고, 손자까지 보게 되고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얻었으니 이제는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6·25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인 부친의 권유로 공직을 선택하게 됐다. 처음에는 계장만 돼도 좋겠다는 막연한 목표를 갖고 있어 스트레스가 별로 없었다. 사무관이 돼서 더 이상 진급에 욕심이 없어져 즐기자는 생각이었는데 국장까지 승진해 스스로도 놀랍다. 고향면장 한 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선·후배와 동료직원들 덕분에 대과(大過) 없이 공직생활을 이어왔다. 말년에는 과분한 인사 덕분에 현기증을 느낄 만큼 높은 직위에 올랐다. 40년의 기간동안 무탈하게 공직생활을 한 것은 동료직원들의 도움이 컸다. 감사드리고 그동안 맺었던 소중한 인연을 안고 떠난다.”
- 특별한 계획이 있나?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다. 자전거로 국내를 여행하려고 한다. 제주도 해파람길과 올레길도 가보고 싶다. 자전거도 봐놨다. 집사람이 내년 퇴직하기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있어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 아쉬운 것도 없고 섭섭한 것도 없다. 마음을 비우니 새롭게 차는 것을 느낀다. 좀 쉬면서 남은 미래를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
-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1991년에 첫 지방자치가 시작됐다. 선거업무를 담당하면서 도의원과 군의원 선출에 직접 관여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금릉군 내무과에서 주민등록 업무를 보면서 내 손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 아주 보람있는 일이었다. 2000년 김천에서 개최한 경북도민체전 기획단원으로 근무하면서 종합2위 달성을 이룬 것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의 시세(市勢)로 봐서는 도내 6~7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구미를 제치고 포항에 이어 2위를 달성해 전국체전 개최의 밑거름이 됐다.”
- 공직생활 중 최고의 성과를 꼽는다면
“사무관 승진 후 봉산면장으로 근무시 2013년 시민체전 종합우승,2014년 빗내농악 경연대회 대상, 읍면동 민속씨름 대회 우승 등 3관왕을 달성해 동료직원과 면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이룬 성과는 지금도 전설로 남아 뿌듯함을 느낀다. 취미활동으로 등산을 시작해 전국 100대 명산을 2016년 1년 만에 완등하고, 2019년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시승격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시작한 김천 100대 명산도 2년 연속 완등했다. 한때는 1년의 여름휴가 9일 중 12개 명산을 등정한 적도 있다. 그래서 별명이 ‘틈만 나면 산으로’다. 등산을 하면서 사색과 스트레스 해소가 업무의 능률향상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 다른 기억나는 업적은
“새마을문화관광과장 재직시 추풍령관광자원사업, 감문국이야기나라조성사업 유치과 사명대사공원 조성이 기억난다. 2016년 새마을 사업 도내평가 2위를 달성하고 시장께 지방행정연수원 1년 장기교육을 요청해 다녀온 것도 소중한 기억이다. 전국 시·군·구에서 모인 140여 명의 공무원들과 쌓은 인적네트워크, 국내연수,국외여행 등 다양함 경험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됐다.”
- 공직생활 중 아쉬운 점은
“1985년 당시 금릉군 감문면에서 8급으로 산림사무 담당시 조림면적 35㏊를 배정받았다. 통상 20㏊ 정도인데 너무 많은 조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림지로 부적합한 고향마을 임야에까지 조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것이 37년이 지난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 부부공무원이 된 사연도 궁금하다
“1983년 감문면에서 8급 서기로 근무할 당시 대구 달성 출신인 동갑내기 공무원인 아내를 처음 만났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다. 나이도 같고 대구사람이라 싹싹하고 모든 면이 좋았다. 같은 직업이라 이해도 잘 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제가 청혼을 해 1989년에 결혼했다. 지금 생각하면 결혼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고 로또라고 생각한다. 당시 집사람은 대구로 갈 수도 있었는데 김천에 살게 돼서 한편으로 미안하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 후배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날이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민원인들의 요구사항에 공직생활이 힘들 때가 있다.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서 그때그때 해소해야 한다. 순간의 칭찬과 비난에 너무 흔들리지 말기 바란다.”
- 시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
“40여년 긴 세월동안 시민들의 애정과 관심으로 무사히 공직생활을 마감하게 돼 감사하다. 일일이 찾아봬야 하지만 지면으로 인사를 드리는 것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공무원은 봄이면 산불 걱정,여름이면 무더위와 장마와 태풍, 계절을 가리지 않는 미세먼지 등 시민들의 생활현장에 행정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지금은 코로나 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묵묵히 열심히 하고 있는 공무원에게 신뢰와 응원을 당부드린다.”
김서업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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