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와 창원시의 제9구단 창단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선수수급 문제 등이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올스타’ 참가 선수들의 모습.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엔씨소프트 “150억 문제없다”
KBO는 엔씨소프트를 9구단 우선협상권자로 선정하며 가입조건 세 가지를 발표했다. 불입 자본금 10억 원 이상의 주식회사 설립, 가입 승인일로부터 5년 이내 2만 5000석 이상의 전용구장 확보, 그리고 50억 원 이상의 가입금과 예치금 100억 원 납부 등이 그것이었다.
한 구단의 사장은 “주식회사 설립은 구단 창단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10억 원이면 부담도 없다”며 “전용구장 확보 역시 창원시가 연고지 유치를 위해 내세운 조건이라 엔씨소프트와는 상관이 없다”라고 평했다. 그러나 “가입금과 예치금 납부는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엔씨소프트가 내야 하는 가입금 50억 원은 1990년 쌍방울이 창단 때 낸 가입금과 액수가 같다. 1986년 빙그레의 가입금 30억 원과 비교해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2008년 히어로즈가 현대를 인수하며 KBO에 지급한 120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표면적으론 KBO가 엔씨소프트에 특혜를 준 듯싶다. 하지만 아니다. 히어로즈는 현대를 인수해 재창단했지만 엔씨소프트는 순수 창단구단이다. 인수 후 재창단은 기존 구단 선수들을 그대로 흡수해 별도의 선수수급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순수 창단은 선수단 구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하기에 돈이 많이 든다. 다시 말해 KBO가 순수 창단 구단의 배려 차원에서 높은 가입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예치금 100억 원이 부담될 순 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순익은 2000억 원 안팎이었다. 가입금 50억 원에 예치금 100억 원을 한꺼번에 내야 한다면 부담은 더 커진다. 그러나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개인 돈만으로도 구단을 10년 동안 운영할 수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엔씨소프트는 “어차피 예치금은 5년 후 되돌려 받을 돈”이라며 “150억 원 납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공언했다.
#선수수급에만 400억 들 듯
가입금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선수수급이다. 현행 KBO 야구규약은 신규구단 창단 시 2년간 신인선수 2명에 대한 우선 지명권을 부여받고, 각 구단 보호선수 20명을 뺀 1명씩을 데려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다 2년간 외국인 선수를 3명 등록해 2명을 내보내고, 다른 팀보다 1군 엔트리 등록인원을 1명 더 늘릴 수 있다. 그래도 선수단 인원은 20명 남짓이다. 대개 구단이 1, 2군을 합쳐 60명 정도의 선수를 보유한다는 걸 고려할 때 20여 명은 1군 선수단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
KBO는 엔씨소프트의 정상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과거 쌍방울과 SK가 창단했을 때의 선수 수급 등을 모델로 삼고, 외국인 선수 증원 등 규약 변경을 통해 트레이드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1990년 창단한 쌍방울은 그해와 이듬해 2차 신인지명 10명의 우선 지명권을 받았다. 여기다 기존 7개 구단에서 22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보류선수 중 2명씩을 지명 트레이드했다.
쌍방울을 모태로 2000년 재창단한 SK는 쌍방울 선수들을 주축으로 2차 신인 우선지명권 3장과 나머지 7개 팀에서 보상 선수를 1명씩 지명하는 선에서 선수 수급을 마무리했다.
야구계는 엔씨소프트가 순수 창단이란 측면에서 SK보다는 쌍방울에 가깝다고 본다. 따라서 쌍방울 때처럼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KBO는 ‘엔씨소프트의 선수 수급’ 지침 마련에 나섰다. KBO는 엔씨소프트가 구단별로 보호선수 20명을 뺀 1명, 보호선수 25명을 뺀 1명 등 총 2명을 사올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여기에 엔씨소프트가 1군에 들어오기 전해인 2012년이나 2013년 성적을 바탕으로 상위 1~4위 팀에서 선수를 한 명씩 더 보내고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도 3명에서 4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엔씨소프트는 각 구단에서 선수 20명을 넘겨받고 야구규약에 따라 우선 지명한 신인 2명, 외국인 선수 4명 등 총 26명으로 창단 선수단을 구성할 수 있다.
KBO 고위관계자는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이후의 지명 선수를 대상으로 엔씨소프트가 다른 구단에 앞서 10명 정도를 먼저 선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다양한 방법으로 엔씨소프트의 성공적인 창단을 도와주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8개 구단이 KBO의 구상을 순순히 따라주느냐다. 구단들은 “쌍방울 때처럼 그냥 선수를 내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수 1명당 10억 원씩을 지급한 SK처럼 엔씨소프트도 선수 1명당 최소 15억 원은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구단들의 주장대로 될 경우 8개 구단에서 3명씩을 영입한다고 가정할 때 엔씨소프트는 36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4명 몸값과 신인선수 계약금까지 합친다면 400억 원 규모다. 가입금과 예치금, 코칭스태프 계약금과 프런트 확보 그리고 구단 운영비까지 더한다면 엔씨소프트는 창단 첫해에만 600억 원을 써야 한다. 엔씨소프트가 아니라 재계 순위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도 부담하기 만만치 않은 돈이 드는 셈이다.
#독자적 노선 준비하는 롯데
8일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신규 구단 창단을 반대한 이가 있었다. 롯데 장명수 사장이었다. 장 사장은 “한해 운영비가 20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프로야구단은 반드시 대기업이 운영해야 한다”며 “여론에 쫓겨 9구단 창단을 서두르는 건 역사에 죄를 짓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장 사장은 이사회에서도 “9구단 창단은 시기상조”라고 거듭 강조했다. 나머지 7개 구단 사장들이 9구단 선정 찬성 쪽으로 몰리자 아예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롯데는 엔씨소프트가 9구단 우선협상권자로 선정되고서도 여전히 “우리의 뜻은 이전과 변함이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롯데의 불만을 잠재우지 않는 이상 엔씨소프트의 성공적인 창단은 기대하기 어렵다. 롯데가 3명의 선수를 내주지 않는 등 엔씨소프트의 창단 준비과정에 비협조로 일관한다면 선수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나 롯데가 KBO의 엔씨소프트 지원책 자체에 제동을 건다면 다른 구단도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야구계는 “프로야구 최고인기구단인 롯데의 자존심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KBO에 불만을 느낀 롯데가 자칫 독자 노선을 표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롯데 내부에선 “이참에 방송 중계권을 KBO가 아닌 우리가 독자적으로 협상해 계약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롯데가 독자적 중계권 협상을 표방한다면 롯데 KIA LG 삼성 같은 인기 팀들은 최소 50억 원 이상의 중계권료를 챙길 수 있다.
반대로 인기가 떨어지는 팀들은 KBO로부터 받는 중계권료보다 낮은 금액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KBO는 주수입원을 잃게 된다. 9구단 선정 후폭풍이 엉뚱한 곳에서 폭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게임업체? 주류업체?
엔씨소프트가 사실상 9구단으로 선정되며 야구계의 시선은 10구단 창단으로 쏠리고 있다. 야구인들은 “9구단으로 리그가 운영되면 한 팀은 쉬어야 한다”며 “10구단으로 짝수를 맞춰야 원활한 리그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 역시 “9구단의 2013년 1군 진입을 예상할 때 올 시즌 내로 10구단 창단이 확정되면 9·10구단의 1군 동시 진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10구단 유력기업은 게임업체 N 사와 주류제조업체 H 사다. 두 업체는 엔씨소프트와 함께 창원시를 연고지로 한 9구단 창단의향서를 냈지만 우선협상권자 심사에서 떨어졌다.
야구계는 N 사를 후원하는 이로 단장 출신의 P 씨를 지목한다. N 사 내부 관계자는 “P 씨가 처음부터 우리 회사의 신규구단 창단을 위해 열심히 뛴 것으로 안다”며 “9구단 심사에서 떨어지자 P 씨가 회사 고위층에게 ‘10구단 창단은 가능하다’고 설득했다”고 귀띔했다.
H 사의 창단작업은 야구계의 막후실력자로 알려진 L 씨가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야구인은 “L 씨가 수년 전부터 H 사의 프로야구 진출을 위해 바쁘게 뛰었다”며 “KBO 유영구 총재가 9·10구단 동시 창단을 주장한 것도 따지고 보면 L 씨의 입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기업 가운데 어느 기업도 10구단 창단의 주인공이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N 사는 당기 순이익이 1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소업체이고, H 사 역시 당기 순이익이 1000억 원 미만인 까닭이다. ‘신규구단은 최소 당기 순이익 2000억 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KBO 이사회의 가이드라인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H 사는 창원시를 연고로 한 창단을 원했기 때문에 10구단 선정과정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다.
야구계는 일단 9구단 체제로 리그를 운영하고 나서 주변 여건을 고려해 10구단 창단에 나서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