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K리그 개막전 FC 서울의 몰리나(왼쪽)와 수원 삼성의 마토가 뛰는 모습.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K리그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전체 숫자는 팀당 4명. 그 중 한 명은 반드시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소속 선수만이 가능하다. 물론 ‘아시아쿼터’로 불리는 용병의 경우, 꼭 선발할 필요는 없다. 즉, 3명까지가 기본 쿼터로 아시아권 선수를 한 명 더 엔트리에 추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들 4명 모두가 출전하는 것에는 제한이 없다.
25명 중 17명을 외국인으로만 채울 수 있는 프리미어리그에 비해 K리그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다. 더욱이 4명이란 숫자는 결코 많은 게 아니다. 그래도 용병들의 활용을 놓고 대조적인 시선들이 존재한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용병들의 존재가 과연 K리그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느냐, 아니면 토종 선수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느냐에 대한 목소리다. 분명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자의 경우, 대부분 K리그 사령탑들이 찬성표를 던진다. 특히, 거액을 들여 굵직한 토종 대어들을 사올 수 없는 가난한 시(도)민 구단들이 그렇다. 물론 듬직한 대기업이 뒤에 버틴 기업형 구단들이라고 해서 딱히 사정이 다를 바 없다. 이적료 수십억 원 이상 거액 연봉을 주고 좋은 국내 선수들을 영입할 바에 아시아권(챔피언스리그 포함)에서 통할 수 있는 실력을 어느 정도 갖췄고, 몸값도 비교적 싼 용병 2~3명을 영입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시(도)민 구단들이 활용 중인 용병들 여럿이 어지간한 국내 선수들보다 적은 봉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대표팀을 들락거리는 꽤 이름이 알려진 국내 선수들은 대개 희망 연봉이 최소 5억 원 이상이다.
대표팀을 이끌고 2010남아공월드컵 16강 위업을 달성한 인천 유나이티드 허정무 감독은 “외국인 선수 영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고, 국내 선수들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함께 몸으로 뛰고 부딪히며 기량을 터득하게 돼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축구인 상당수가 용병들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국내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인정하고 있다.
직접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에게도 용병들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더불어 포지션에 따른 적절한 제한을 뒀으면 한다는 바람도 함께 내놓았다.
K리그와 유럽 무대를 두루 경험했던 선수 C는 “용병들이라고 해서 딱히 국내 선수들보다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내가 봐도 정말 훌륭하다 싶은 선수들도 종종 있지만 대개는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 케이스다. 심지어 자신밖에 모르는 행동으로 팀 분위기를 흐리는 용병들도 있다. 팀 전체에 보탬이 될 만한 큰 스타급이 아니라면 차라리 데려오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전했다.
선수 D는 “사실 골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포지션에 용병들이 주로 수급된다. 덩치 큰 호주 출신들이 아시아쿼터로 디펜스 포지션에 영입되고 있으나 대개가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에 국한되고 있다. 3명 내지 많게는 4명이라는 기본 용병 쿼터는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지만 포지션별 할당이 이뤄지면 긴장감을 유발시켜 국내 선수들도 실력을 향상시키고, 좀 더 폭넓게 선수들도 키워낼 수 있으니 K리그 발전이란 측면에서 결코 방해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땡 처리’ 아닌 가능성 점검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다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의 맹활약을 발판삼아 독일 분데스리가에 안착한 구자철(22). 하지만 요즘 상황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소속 팀 VfL 볼프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은 자주 출전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형태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 지난달 13일 함부르크SV와의 대결을 시작으로 지난 6일 바이엘 레버쿠젠전까지 꾸준히 투입은 이뤄진다. 그러나 대개 팀 패배가 확실시된 이후 이뤄지는 짧은 출전에 불과하다. 얼핏 보기에는 구자철이 승리 카드 혹은 주전급 요원이 아닌 것으로 비친다. 일각에선 패전 카드, 소위 ‘땡 처리’가 아니냐는 비판 어린 시선도 벌써 나온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최근 볼프스부르크가 처한 속사정과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선수 육성 과정을 들여다보면 구자철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본 등 아시아 축구시장에 정통한 한 독일 스카우트는 “구자철은 즉시 전력감이 아니다. 대부분 팀들처럼 볼프스부르크도 당장 써먹기 위해서는 스트라이커 보강이 절실했다. 한데, 구자철이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은 중원에서 1차 수비 역할과 함께 섀도 스트라이커와 플레이메이커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볼프스부르크가 구자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포지션을 찾지 못해 다양한 가능성을 점검한다는 쪽이 옳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유럽 이적시장에 정통한 재외 축구인 역시 “볼프스부르크가 완벽히 적응도 못한 선수를 기용할 리 만무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축구인은 “독일은 이미 승부가 갈린 상황에서 선수들이 부담을 덜고 편한 마음을 가져야 최상의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급한 듯 보여도 급할 게 전혀 없다는 의미. 다행히 구자철의 천성은 느긋하다. 오죽했으면 ‘애 늙은이’란 닉네임까지 얻었을까. 동료들을 집에 초대하는 등 적응에도 이상 없다. 최근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아직 ‘보여줄’ 시간은 얼마든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