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구단에서 하는 말이 클리블랜드가 4월 한 달 동안 올린 18승 8패란 성적이 1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길 들으니까 지금 클리블랜드가 이룬 성적이 팀 입장에선 굉장한 기록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경기를 보신 분들은 느끼겠지만, 우리 선수들은 설령 지는 경기에서도 이전처럼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질 않아요. 동점 상황이면 끝까지 맞붙어서 점수를 내려고 하죠. 한번 상승 분위기를 타니까 지는 경기가 있어도 다음날 금세 회복하는 강한 팀워크를 나타냅니다. 오늘은 선수들이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우리 이러다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거 아냐?’하고요.
하지만 야구는 정말 모르는 ‘놈’이기 때문에 이렇게 잘나가다 분명 한두 번의 슬럼프는 찾아올 겁니다. 그걸 어떻게 극복해내느냐가 클리블랜드의 올 시즌 운명을 좌우하게 될 거예요.
지난 주 오랜만에 3점홈런과 솔로홈런을 터트렸습니다. 스리런홈런을 날렸을 때 베이스를 도는 제가 ‘어휴’하는 표정, 혹시 보셨나요? 그 순간 제 감정은 속이 후련하기 했고, 왜 이 홈런이 이리도 늦게 찾아왔나 하는 약간의 원망도 있었고, 이제 본격적으로 방망이 감이 살아난다는 안도의 한숨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었어요.
사실 그날 경기 전, 저와 카를로스 산타나가 매니 악타 감독과 장시간 면담을 나눴습니다. 악타 감독은 부진에 빠진 우리 둘에게 뭔가 희망적인 얘기를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 분이 하신 말씀은 이런 내용이었어요.
“추! 주위에선 네가 지금 치고 있는 3번이 아닌 7번이나 8번으로 타순을 바꿔주는 게 낫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난 그런 지적들에 개의치 않는다. 아직 넌 100타석도 서지 않았고,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충분히 치고나갈 힘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네가 만약 8, 9번을 친다고 하자. 상대 투수들이 너한테 좋은 공을 줄 것 같니? 네가 3번에 있든 하위 타순에 있든, 이미 넌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가 됐기 때문에 네 타순을 옮기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주위의 이런저런 말들에 휘둘리지 말고 네 야구를 해라. 난 네가 분명 일어서리라 믿는다.”
그때 제가 감독님에게 이런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곳은 한국이 아닌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화의 한 장면이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매니! 난 8, 9번을 쳐도 마음 상하지 않을 것이다. 야구를 시작하면서 내 꿈은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보는 것이었다. 내 이름이 매일같이 라인업에 들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정도다. 당신은 우리 팀 보스이고 감독이기 때문에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그날 경기에서 3점 홈런을 터트렸던 거죠. 카를로스 산타나는 어제 끝내기 홈런을 날렸고요. 매니 악타 감독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