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자산신탁 자금관리사무 맡아…특정금전신탁 투자자에게 이익 집중
경기연구원은 대장동 개발을 민관합동 개발의 성공사례로 평가, 2019년 별도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를 보면 애초 개발을 위해 설립한 ‘성남의뜰’에서 화천대유가 자산관리회사(AMC), SK증권은 자금관리사무수탁회사(FMC)로 각각 보통주를 보유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SK증권은 FMC 역할을 맡지 않았다. 정작 FMC를 맡은 곳은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자산신탁이다. 이 밖에 성남개발공사는 토지수용, 각종 인허가 등과 함께 사무관리를 맡았고, 하나은행과 금융회사들은 자금을 융통해줬다. 저마다 맡은 역할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익배분 비율이 높은 보통주를 받은 곳은 화천대유와 SK증권뿐이다. 나머지는 '쥐꼬리' 배당인 우선주를 받았다(관련기사 대장동 개발이익 몰아주기 ‘우선주 같지 않은 우선주’의 비밀). 성남의뜰 이사회에도 성남도시개발공사, 하나은행, 화천대유 측 인사 3명으로 구성됐다. 결국 SK증권은 특정금전신탁(특금신탁)이 성남의뜰에 투자하고 수익금을 가져가는 창구 역할만 한 셈이다. 특금신탁 투자자는 화천대유 대주주와 개발계획에 참여했던 민간인들이 대부분이다.
10월 초 국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SK증권이 천화동인 1~7호 실소유주로부터 특금신탁을 받게 된 계기에 대해 ‘금융주관사인 하나은행이 당사에 특금신탁 계약 여부를 문의해 옴에 따라 수탁을 결정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특금신탁의 일부인 천화동인 1호 감사보고서를 보면 성남의뜰 보통주 지분 29.9%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주주명부에는 'SK증권'으로 표기돼 있지만 실소유주는 천화동인 1~7호임을 추론할 수 있다. 금융주관사인 하나은행이나 FMC 역할을 맡은 하나자산신탁도 보통주 주주가 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우선주를 선택했다. 하나은행과 하나자산신탁이 다른 금융회사들보다는 많은 수익을 챙겼지만, 화천대유나 천화동인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규모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대출 관련 수수료 및 대출이자 등의 수입을 주 목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화천대유가 사업제안을 했고, 신생회사지만 인력풀이 좋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화천대유는 신생회사로 자본금 5000만 원으로 개발사업과 관련된 실적이 없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인 하나은행의 사업 파트너로서는 낯선 조건이다.
다만 화천대유에는 법조계 고위인사들이 고문단으로 포진돼 있었다. 화천대유가 각종 로비에 수백억 원의 돈을 쓴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천화동인 1~7호가 SK증권의 이름을 빌려 막대한 이익을 챙긴 배경도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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