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 위원은 지난 12월 3일 득남했다. 3월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운 좋게 백일상을 받는 것을 지켜봤다고 한다. 아들 이름은 준이다.
“그냥 평범한 갓난아기에요. 제 키(190㎝)가 큰 까닭에 아이도 아주 크지 않느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그냥 평균보다 조금 큰 정도예요. 사실 저도 어렸을 때는 키가 작았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확 컸지요.”
문 위원은 자신의 ‘주니어’를 어떻게 키우고 싶을까? 태권도 역사에 남을 자신의 돌려차기(2004 아테네올림픽 헤비급 결승전)를 이어받을 운동선수, 아니면 대학교수나, 스포츠외교관?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저 건강하고, 사려 깊은 아이로 크기를 바랄 뿐입니다.”
<일요신문>을 통해 백일 때 찍은 가족사진을 공개할 것을 요청하자 문 위원은 “죄송하지만 7월 6일(2018동계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날)이 끝나면 하겠습니다. 국가 중대사가 있는데 개인적인 것을 알리는 게 좀 그래서요.”
현재 한국의 젊은 IOC 위원에게는 모든 게 ‘평창’으로 쏠려 있었다.
문대성 위원은 지난해 4월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상대는 네 살 연상으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유럽의회 의원 보좌관-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의 국제담당 보좌관 등을 지낸 권소영 씨(39)였다. 문 위원이 2009년부터 영국에서 유학할 때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졌고,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결혼이 다소 갑작스럽고, 결혼식도 가족과 지인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진 까닭에 일부 언론에서는 ‘극비 결혼’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문 의원의 속내를 처음으로 들어봤다.
“비밀 결혼요(웃음)? 제가 파파라치나 스토커를 몰고 다니는 연예인인가요? 그렇지 않아요. 저는 ‘독립군’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요. 나라를 위해, 스포츠 발전을 위해 요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내가 할 일을 충실히 하자는 것이죠. 그래서 결혼도 조용히 치른 겁니다. 알릴 분들에게는 알릴 만큼 알렸고, 결혼을 비밀로 할 이유도 없습니다.”
아내 권소영 박사에 대해서도 물었다. 결혼 1주년이 됐는데, 일단 부부싸움을 몇 번이나 했냐고 찔러봤다. 노타임으로 대답이 나왔다.
“전혀요. 한 번도 없습니다. 아내는 제가 참 배울 게 많은 사람입니다. 제가 해외를 다니며 스포츠 외교 활동을 할 때도 동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학 실력과 국제 감각도 저보다 낫고, IOC모임의 경우 중요한 자리는 부부 동반인 경우가 많거든요. 제게는 특급 비서이기도 한 훌륭한 아내입니다.”
문 위원은 신접살림을 서울 마포에 차렸다. 이렇게 부부가 해외로 나가는 일이 잦다 보니 육아는 처가의 도움을 받고 있는 중이다. 문 위원은 아내에 대해 “출산 전까지 경희대에서 강의를 했고, 지금도 대학에서 좋은 제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스포츠 외교 일선 등 보다 활동적인 일을 원합니다. 어떻게 될지 잘 모르지만 아마 부부 교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위원은 영어에 대해서도 “영국 유학과 아내 덕에 이제는 외국 IOC 위원들과 큰 불편 없이 얘기할 정도는 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속 깊은 얘기나 전문적인 표현 등은 부족한 것이 많아 아내의 도움을 받는 등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2016년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또 하나의 IOC 공용어인 프랑스어도 익힐 계획이라고 한다.
문 위원은 국적기 항공사의 마일리지가 현재 50만 마일에 달한다고 했다(보통 한국에서 미국을 한 번 다녀오면 1만 마일 정도가 적립). 외국 체류 시 어쩔 수 없이 외국항공사를 이용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 탑승거리를 훨씬 더 많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17일간 지구를 두 바퀴나 돌고 왔다고 한다.
“워낙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시차가 어떻게 되는지 감각이 없어질 정도입니다. 얼마 전 김운용 전 IOC 부원장님을 찾아뵙는데,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정말이지 그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딴 제가 이 정도이니 말입니다.”
문 위원은 <일요신문>에 “이 얘기는 꼭 써 달라”며 자신의 미래에 관련된 중요한 계획 하나를 공개했다. 2016년 IOC 선수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면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선수위원의 경우, 연임 제한이 없습니다. 재선은 물론 3선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2016년 임기가 끝나면 선수위원을 그만할 겁니다. 대신 후배를 발굴해 적극 추천하고, 도와줘 한국의 두 번째 선출직 선수위원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아마 내년 런던올림픽이 끝나면 좋은 재목들이 많이 나올 겁니다. 그중 몇 명을 택해, 선거와 선수위원 활동에 관한 노하우를 모두 전수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자리에 욕심을 내는 모습은 결코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2016년 후 문대성의 모습이 궁금했다. 문대성 위원은 “지금도 모교인 동아대학교의 교수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동아대 교수로 후학들을 키우겠죠. 그리고 앞으로 5년이나 남았는데, 그때가 되면 스포츠외교 분야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문대성 위원은 4월 17일 미국 시애틀을 향해 떠났다. 미국에서 카타르로 넘어가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한 후 5월 초 귀국한다. 그리 전망이 밝지 않았던 IOC 선수위원에 도전, 1등으로 당선돼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이 젊은 IOC 위원은 현재 평창을 위해 숨 가쁘게 뛰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