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 속 아이디어에 착안한 앱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스타로 잘 알려진 유앤아트 유재현 사장. 작은 사진은 유 사장이 새로 내놓은 ‘알파벳 판타지’ 앱. 게임으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채원아, 아빠가 만든 거야.”
유재현 사장은 자신이 처음 개발한 앱 ‘베이비폰’을 가지고 이동통신회사 광고에 직접 등장해 앱은 물론, 얼굴까지 널리 알린 나름 유명 인사다. 앱 사용법은 간단하다. ‘베이비모드’를 실행시켜놓으면 아이들이 휴대전화 버튼을 눌러도 통화로 연결되지 않고 동물 캐릭터가 등장해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베이비폰은 유 사장이 자신의 딸을 위해 만든 것이다. 평소 휴대폰을 좋아하는 딸이 전화기를 아무렇게나 눌러 통화가 이뤄지거나 무선인터넷이 연결돼 휴대폰 사용료가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나오는 등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었던 것.
“전화기를 빼앗으면 울고, 잠금장치를 설정해놓으면 귀신같이 알아내 다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보채고, 뭔가 해결책이 필요했죠.”
그는 마침 SK텔레콤 티스토어 공모전 소식을 접했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켜볼 기회라고 판단, 앱 개발에 나섰다. 회사에서 모바일 플랫폼 및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고 있어 앱 개발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단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개발을 위해 디자인과 관련해 직장 동료의 도움을 받았다. 두 달 정도 걸려 만든 앱은 제1회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 500만 원의 상금도 거머쥐었다.
베이비폰은 당시 선보였던 400여 앱 중에서 개발 과정이 재미있고, 사용 후기도 좋은 앱 중 하나로 뽑혀 광고 촬영의 행운까지 얻었다. 이후 유 사장은 동물 외에도 악기 동요 계절 등 20가지의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해 안드로이드 마켓에 2900원의 가격으로 유료 판매를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SK텔레콤 티스토어에서 2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유료 콘텐츠 판매 1위를 차지한 것.
“내 휴대폰을 보호하면서 아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 좋다, 참신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조카를 만나면 실행시켜주고 싶다 등 좋은 평이 많았어요. 뿌듯한 마음도 들고, 앞으로도 좋은 평을 들을 수 있는 앱을 개발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죠.”
이후 개발한 앱은 ‘김씨를 찾아라’ 라는 게임 앱. 말 그대로 복잡한 그림 속에서 ‘김씨’를 찾는 게임이다. 유 사장은 이 앱으로 제2회 티스토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 다시 한 번 500만 원의 상금을 챙겼다.
“기존의 게임은 시간 내에 무언가를 깨뜨려야 하거나 성과를 이뤄야 하는 등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머리를 식히고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 싶었죠.”
처음에는 1500원으로 유료 판매를 시작했다. 다운로드 1만 건을 넘기는 등 반응은 좋은 편이었지만 구성이 단조롭다는 생각에 무료 앱으로 전환했다. 그는 그림을 보다 다양하게 구성해 완성도를 높인 다음 다시 유료 판매로 바꿀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보다 본격적인 앱 개발을 위해 지난해 초 10년 넘게 근무한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준비한 것이 교육과 게임이 결합된 ‘알파벳 판타지’다.
“‘김씨를 찾아라’ 개발 당시에도 느낀 것이지만 상당 수 게임이 마냥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게임을 끝내고 나면 허무한 생각도 들고, 뭔가 머릿속에 남는 게임 앱을 개발해보자 싶었죠.”
알파벳 판타지는 게임을 통해 영어단어를 외울 수 있도록 한 앱이다. 주인공 소녀가 등장해 공부를 하다가 잠이 들고, 꿈속에서 알파벳 나라에 가게 된다. 소녀는 알파벳 전사들과 함께 신나게 축제를 즐기는데 갑자기 몬스터가 등장한다. 이때 영어단어 퀴즈를 맞히면 다양한 무기와 몬스터를 물리칠 수 있는 아홉 가지 스킬을 획득하게 되는 내용이다. 1000여 개의 영어 단어는 수준별(초등 중등 고등 생활 토익)로 선택이 가능하며 발음을 들을 수도 있다.
알파벳 판타지는 무엇보다 26개 알파벳을 재미있는 캐릭터로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한다. 8개월을 투자, 지난 2월 안드로이드 마켓에 2000원의 유료 앱으로 등록했는데 현재까지 600여 건의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그는 “음원과 디자인 모두 전문가들과 손을 잡고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신나게 만들었다”며 “현재 무료인 체험판과 유료인 풀 패키지형 두 가지를 올려놨는데 사용 후기가 좋은 편이어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알파벳 판타지를 개발 중이던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의 1인 창조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지원, 사업성을 인정받아 서울대 SK텔레콤 상생혁신센터에 입주할 수 있었고 2000만 원의 사업 자금은 물론 마케팅 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개발이 끝난 2011년 2월에는 센터에서 독립, ‘유앤아트’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작은 사무실도 마련했다. 지난해 매출은 자신이 개발한 앱과 외주 용역 등을 통해 이전 직장의 연봉 수준을 기록했다. 그는 앞으로 보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난해 매출을 훨씬 웃도는 수익을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유 사장은 앱스토어 예비 창업자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에 얽매이다보면 앱의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사진과 영화가 그랬듯 앞으로의 앱 시장은 당장 보이는 현상보다 숨겨진 가치, 예술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손을 잡고 사용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앱, 사용 후에는 뭔가 남을 수 있는 앱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앱스토어가 나아갈 방향이 아닌가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