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5~6시간 이동” “방역 택시비만 몇 십만 원” 부글…인사혁신처 “방역 당국 가이드 따랐다”
인사혁신처는 3월 31일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에 확진 수험생을 위한 별도시험장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험일 전까지 코로나19 확진 및 자가격리 등 관리대상을 ‘자진신고시스템’을 통해 파악한 후 별도 시험장에서 응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확진된 수험생들의 거주지역에서 왕복 약 5~6시간 떨어진 지역의 시험장으로 배정해 확진 수험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구에 사는 김 아무개 씨(23)는 국가직 공무원 시험 이틀 전인 3월 31일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자진신고를 했다. 확진자 시험장소를 곧 알려주겠다는 담당자의 말과 달리 시험 하루 전인 4월 1일 저녁이 되도록 시험 장소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이날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장소 안내 전화가 갈 것이라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진 김 씨는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인사처에 수십 번의 전화를 하고 나서야 시험장소를 들을 수 있었다.
김 씨가 배정받은 시험 장소는 그의 거주지역인 대구에서 차로 두 시간 떨어진 세종시였다. 그는 “코로나에 걸리기 전 배정받은 곳은 집에서 지하철 타면 10분이면 가는 거리”라며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면 수험생들 중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별도 시험장을 더 많이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다행히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아버지께서 시험장까지 태워주셨지만 교통편을 제공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수험생들은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험을 보기 위해 이동하면서도 너무 울분이 터지더라”면서 “확진 수험생에 대한 인사처의 대응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번 시험에서 마련된 별도 시험장은 △경기 과천 △경기 화성 △충남 천안 △충북 진천 △부산 △대구 △세종 △전남 나주 △강원 춘천 △제주 서귀포로 총 10곳이다. 비교적 이르게 확진된 수험생들이 먼저 거주지 인근 지역에 배정을 받았고, 시험이 가까워졌을 때 확진된 수험생들은 거주지역이나 인근 지역의 시험장이 다 차서 타 지역으로 배정을 받았다.
확진자 별도시험장 응시 안내에 대한 공지를 낸 3월 18일은 확진자가 38만 명이 넘었고, 안내 이틀 전인 16일에는 62만 명이 넘게 확진됐다. 이런 상황에서 별도 시험장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일부 확진 수험생들은 본인의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시험을 봐야했다. 또한 확진 수험생들이 타 지역 시험장으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 이용은 불가했다. 도보나 개인차량, 방역택시 등을 이용했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수험생들에게는 쉽지 않았다. 개인차량이 없는 수험생은 방역택시를 타야하는데 몇 십만 원이나 되는 방역택시 비용을 지불하기에 부담되기 때문이다.
먼 거리 때문에 시험을 포기한 수험생도 있었다. 경남 김해에 살고 있는 A 씨(30) 또한 앞선 김 씨처럼 세종으로 시험장을 배정받았다. A 씨는 3월 29일에 코로나 확진 후 인사혁신처에 코로나 확진 자진신고를 했으나 시험 하루 전날인 4월 1일에 시험장을 배정받았다. 그는 “원래 경남 창원에서 시험을 보는 거였지만 세종으로 배정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허무했다”며 “아무리 멀어도 경상권으로 배정될 줄 알았는데 부산은 자리가 다 찼다고 하더라”라고 토로했다. 김해에 위치한 A 씨의 집에서 세종까지는 쉬지 않고 차로 이동해도 3시간이 넘는 거리다.
A 씨는 고민 끝에 결국 시험을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 A 씨는 “9급 이외에 다른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물리적으로 1시간 40분 시험을 보기 위해 왕복 7시간 가까이 운전해서 가기에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공간이 세종에만 있는 것도 아닌데 거주지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응시 장소 배정이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김 씨와 A 씨 이외에도 수험생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페에는 늦은 시험장 배정 통보와 거주지에서 먼 지역의 시험장으로 배정된 것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3월 30일에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수험생은 “차로 3시간이 넘는 곳이라 안 가려고 한다”며 “왕복 택시비만 50만 원이 넘는데 공시생 입장에서 너무 부담된다”고 했다. 한 수험생은 “시험 하루 전인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어 불안하다”며 “계속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거냐?”고 썼다. 또 다른 수험생은 “사는 지역에 방역택시도 없고 자차도 없어 시험 못 보게 생겼다”라며 억울함을 표현했다.
이 같은 수험생들의 불만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장소 확보 문제로 모든 지역에 시험장소를 마련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확진자들이 해당 시설을 이용할 경우 장소 대관을 해주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해당 지역에 수용 인원이 초과했을 때는 타 지역으로 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로 예상을 했던 숫자가 있었는데 코로나 확진자 수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게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확진 수험생들에게 시험 하루 전날 통보하는 등 늦은 시험장 배정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 모든 확진 수험생들에게 연락을 할 때 일거에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라며 “콜센터를 확충해서 대응을 했지만 바로 연락이 닿는 것이 아니다 보니 시간이 지연돼 일부 수험생들이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 수험생들의 이동수단과 관련해서는 “이동은 기본적으로 방역 당국의 가이드를 따른다”며 “시험을 보기 위한 일시적인 외출은 허용하되 이동 방법에 대해서는 방역 기준을 따르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다음에 있을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서도 확진·격리된 수험생의 시험 응시 기회를 보장한다는 기본 방침은 명확하다”고 전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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