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관 LG 타격코치(오른쪽·사진은 합성)와 이순철 KIA 수석코치. 사진제공=kIA타이거즈 |
“감독급 대우로 알고 있다.” 모 구단 코치는 롯데 김무관 타격코치의 LG 이적을 두고 그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감독에 버금가는 후한 대우를 받고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는 뜻이다. 그 코치는 “김 코치처럼 스타 코치는 감독만큼의 대접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김 코치의 이적이야말로 한국 프로야구 지도자사에 이정표가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대호, 전준우, 손아섭, 김주찬 등 롯데 주력 타자들이 김 코치의 지도로 성장했으니 감독급 대우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나 롯데는 지난 몇 년간 리그에서 가장 높은 팀 타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김 코치가 ‘감독급 대우로 LG에 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롯데와 큰 차이가 없다. 그보단 가족을 위해 서울로 직장을 옮겼다는 말이 맞다. 의리를 중시하는 김 코치지만, 가족 사랑보다 우위일 순 없었다. 애초 일본인 타격코치를 염두에 뒀던 LG 김기태 신임 감독이 내국인 코치 영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김 코치의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KIA 이순철 수석코치는 감독급 조명을 받으며 친정팀에 돌아온 경우다. KIA 선동열 감독 취임식에서 많은 취재진이 감독을 제치고 수석코치 주변에 몰린 게 좋은 예다.
이 수석은 해설위원 시절 풍부한 경험과 수준 높은 이론으로 선수들의 단점을 과감히 지적하는 등 야구해설계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주변에서 “그러다 현장 복귀가 어려울지 모른다”는 지적을 받고서도 자신의 해설 스타일을 고수했다. 이 수석은 “어쩌면 현장 복귀에 연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3년 만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던 것 같다”며 “해설위원 시절의 객관적 시각으로 선수들을 지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임 코치 가운데는 이른바 ‘코드 인사’로 낙점된 이들도 많다. LG 수석코치, 주루코치로 선임된 조계현 전 두산 투수코치와 최태원 전 KIA 코치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김 감독과 과거부터 끈끈한 교류를 나눈 이들이었다. ‘코드 인사’가 정치판에선 지연과 학연에 연연하는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친다면, 야구계에선 감독의 의중을 가장 파악하는 이들을 상징하는 단어다. 그런 의미에서 두 코치는 김 감독의 복심을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이들로 꼽힌다.
KIA 역시 ‘코드 인사’들이 주요 코치 보직을 채울 전망이다. 항간에는 ‘삼성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와 정회열 배터리 코치가 KIA로 갈 것’이란 소문이 퍼져 있다. 오치아이 코치는 지난해 연말 선 감독이 삼성에서 경질될 때 함께 옷을 벗으려 했을 만큼 선 감독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삼성에 잔류했을 때도 선 감독을 “나를 다시 그라운드에 불러준 분”이라고 표현하며 고마워했다. 정 코치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표적인 ‘SUN의 남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오치아이 코치가 다른 팀에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도 “KIA에 간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감독의 사전 동의 아래 구단의 의사가 반영된 코치 선임도 많다. 아직 발표 전이지만, SK 한문연 배터리 코치는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곧바로 NC 유니폼을 입을 전망이다. NC 이상구 단장과 박동수 운영팀장은 과거 한 코치와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공석이 되는 SK 배터리 코치엔 김태형 전 두산 코치가 영입될 것으로 보인다. NC와 다소 차이점이 있다면 감독의 사전 동의 대신 구단이 직접 영입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SK는 이밖에도 모 팀 수석코치였던 L 씨를 영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L 씨를 영입한다면 보직은 수석코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대행과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SK는 김용희 2군 감독 선임 때도 이 감독대행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영입을 발표한 바 있다. 야구계 일부에서 “구단이 자기들 마음대로 지도자를 선임하려고 일부러 이 감독대행의 ‘대행’ 꼬리표를 떼주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타 코치의 등장과 코치진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가운데 한편에선 일자리를 잃은 코치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신임 감독이 선임된 KIA, 두산, LG는 많은 코치가 유니폼을 벗었다. 조범현 감독과 함께 재계약 불가통보를 받은 KIA 황병일 전 수석코치와 장재중 배터리 코치, 김대진 2군 총괄코치는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한때 한화 감독 후보에까지 올랐던 황 수석은 야구계에선 이름난 타격 지도자다. 장 코치도 포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다. 하지만, 선 감독 취임과 함께 몰아친 ‘KIA 순혈주의’ 열풍엔 속수무책이었다.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 윤석환 투수코치, 신경식 타격코치도 당분간 실업자로 지낼 전망이다. 야구계에선 김경문의 사람들로 꼽혔던 김 감독대행과 윤 코치의 NC행이 불발된 걸 보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LG는 KIA, 두산보단 코치 물갈이가 적은 편이다. 2군에서 몇몇 코치가 재계약 불가 통고를 받고 유니폼을 벗었을 뿐이다. 김기태 감독은 “LG 출신 지도자를 최대한 존중하고 싶었다”는 말로 물갈이 폭이 작은 이유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한편 귀추가 주목되는 팀은 두산이다. 두산은 이토 쓰토무 전 세이부 라이온스 감독을 수석코치로 영입했다. 이토 전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대포수 출신 지도자로, 2004년 세이부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명장이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일본 대표팀 수석코치를 담당해 한국 야구팬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야구인들은 “일본인 수석코치를 영입한 두산의 발상이 참신하다”면서 “자칫 이토 전 감독이 ‘실세 수석’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