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가 화장품의 대명사 미샤가 새해 첫 작품으로 내놓은 ‘보라병’ 에센스가 에스티로더의 밀리언셀러 ‘갈색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은 명동에 위치한 미샤. 김미류 인턴기자 kingmeel@ilyo.co.kr |
미샤가 새해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은 ‘나이트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50㎖, 4만 2000원)로 피부재생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이다. 출시 직후 제품을 본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샤가 가지고 있던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에 맞지 않게 다소 비싼 가격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곧 미샤의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든 원인이 밝혀졌다.
지난 2일 미샤는 제품 출시와 동시에 자사 홈페이지, 인터넷 광고뿐만 아니라 전국 매장에도 ‘에스티로더 갈색병 에센스에 비교 품평을 제안합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비교 품평 이벤트를 실시했다. 비교 대상은 에스티로더의 ‘나이트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50㎖·14만 5000원). 일명 ‘갈색병’으로 더 유명한 이 제품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1982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100만 개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다.
이런 상황에서 미샤는 자사 제품에 ‘보라병’이라는 별칭도 붙이고 ‘2012년 보랏빛 혁명이 시작된다’는 문구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에스티로더 제품을 연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용기 디자인도 색깔만 다를 뿐 비슷한 모양새였다. 때문에 성공한 제품을 모방해 만든 ‘미투 제품’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미샤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미샤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은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과 장기간 철저한 임상 테스트를 거쳐 탄생한 제품”이라며 “에스티로더 갈색병과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명품 제품과 비교를 해보라고 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마케팅을 진행하기 전에 법적 검토를 다 끝냈기 때문에 에스티로더 측에서 항의를 한다든지 마찰이 생긴 적도 없다”고 보탰다.
▲ SK-Ⅱ 에센스와 흡사한 미샤의 에센스. |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는 출시 3주 만에 3만 개 이상의 물량이 완판 됐으며 지난해 전체 제품 중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미샤의 베스트셀러인 ‘비비크림’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출시 3개월이 지나면서 수십만 개가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미샤 관계자는 “우리 브랜드가 저가 화장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기초보다는 색조화장품에 판매가 치중됐다. 하지만 이번 에센스의 성공으로 회사 이미지도 업그레이드하고 국내 화장품도 명품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기초화장품 라인을 강화할 예정인데 획기적인 마케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유명 브랜드와 신제품을 비교하는 전략은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비교 광고나 비교 품평은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쓰이는 기법이다. 이를 잘 사용하면 선두 업체가 쌓아놓은 이미지를 손쉽게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제품의 질에 확신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자칫 잘못하다간 이미지만 따라하고 질은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게 돼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샤를 둘러싼 논란은 유명 브랜드 따라잡기만이 아니다. 끝없는 할인 행사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샤는 1년에 두 번, 최대 50%까지 할인을 해주는 ‘빅세일’ 외에도 매달 10일 ‘미샤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매달 11일과 22일에는 ‘더블데이’란 이름 아래 구매 포인트를 두 배로 적립해준다. 이 외에도 ‘유니세프데이’처럼 각종 기념일이나 행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더욱이 지난 9월부터 시작한 ‘1+1’ 행사, 공병수거 행사, 샘플링 이벤트 등까지도 합쳐 매일이 행사라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타 브랜드숍의 심기가 편할리 없다. 미샤와 근접해 있는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여기엔 거의 모든 화장품 브랜드가 모여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며 “우리 브랜드는 본래 세일을 하지 않는데 미샤가 자주 할인행사를 하다 보니 외국 손님들마저 왜 세일을 안 하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 박 아무개 씨(여·25)는 “세일을 하면 눈길이 먼저 가는 건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너무 자주 행사를 하니 대체 원가가 얼마기에 이렇게 파는 건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불신이 쌓여 중저가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마저 훼손될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미샤 관계자는 “각종 할인 행사와 ‘데이(Day)’ 마케팅은 모두 오래전부터 해오던 것이고 타 브랜드숍에서도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우리가 다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