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짜릿한 결승골로 선덜랜드의 영웅으로 떠오른 지동원.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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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해 12월, 박주영은 단 한 차례도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박주영의 프리미어리그 데뷔는 2012년으로 해를 넘겼다. 박주영은 현재까지 총 4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칼링컵 3경기와 마르세유와의 안방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전부. 지난해 9월 20일 쉬류스버리와의 칼링컵을 통해 아스널 데뷔전을 치른 그는 한 달 뒤 또다시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던 볼턴과의 칼링컵 경기에서 데뷔골이자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경기 후 벵거 감독은 박주영의 역전골에 대한 찬사와 더불어 그가 잉글랜드에 충분히 적응했다고 밝혔다. 기회는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찾아왔다. 한 주 뒤 치른 마르세유전에서 연속골 사냥 중이던 공격수 판 페르시를 벤치에 앉히는 대신 박주영을 선발 출전시켰다. 이미 프랑스에서 만났던 팀인 데다 안방에서 벌이는 경기였던 만큼 박주영이 잘해줄 것이라고 벵거 감독은 믿었다. 하지만 박주영은 그 경기에서 단 한 개의 슈팅조차 날리지 못한 채 후반 판 페르시와 교체돼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라운드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 경기는 박주영에 대한 벵거와 영국 언론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벵거 감독은 지난여름 이적 시장 막판 프랑스 릴로 이적하기 위해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있던 박주영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마음을 돌린 장본인이다. 릴 이적생을 낚아챌 만큼 그는 박주영 영입에 힘을 쏟았다.
영국 <텔레그래프>의 팀 리치 기자는 “박주영이 아직 리그에 나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박주영이 그동안 보여준 경기력은 아직 충분치 않다”고 벵거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유는 더 있다. 판 페르시의 맹활약으로 인해 제르비뉴, 월콧으로 이뤄지는 선발 공격진 명단에 끼어들기가 어려운 상황인데다 샤막, 아르샤빈, 베나윤까지 교체 명단에 포함되고 있어 박주영이 비집고 들어간 틈이 없다.
12월 초 치른 올림피아코스 원정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경기에서 뛰었더라면 연말까지 이어지는 일정 중에 일부 경기에는 교체로 뛸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경기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은 현재 경기 감각까지 의심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다음 달 샤막과 제르비뉴가 아프리칸 네이션스컵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지만 벵거 감독은 미국에서 뛰고 있는 앙리를 2개월 임대 영입으로 그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박주영이 임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흘러나오지만 현지에서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벵거 감독이 박주영을 붙잡아 둘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맨시티전 골 ‘영국 들썩’
종료 휘슬까지 불과 몇 초가 남지 않은 상황,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나는 듯 보였다. 세세뇽과 패스를 주고받던 지동원이 곧장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들어갔다. 공을 낚아채 달려 나오는 맨체스터시티의 조 하트 골키퍼까지 가볍게 제치더니 텅 빈 골문으로 그대로 공을 밀어 넣었다. 선덜랜드의 홈구장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가 무너질 듯 홈팬들의 열광적인 환호가 있었다. 결승골을 넣고 팬들 앞으로 달려간 지동원에게 한 남성팬이 기습 키스를 퍼부을 정도였다.
올여름 선덜랜드로 영입된 지동원은 주로 교체로 경기에 나섰다. 20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그는 프리미어리그 14경기 출전 가운데 13경기에 교체 출전했다.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철저히 ‘아스널 임대생’ 벤트너와 ‘신성’ 위컴에게 무조건적인 선발 자리를 제공했다.
지동원에게는 후반전 15분 이내의 짧은 출전 시간이 전부였다. 지난 10월 안방에서 치른 첼시전에서도 후반 교체 투입을 통해 데뷔골을 성공시켰지만 당시 그의 골은 팀 패배로 인해 빛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브루스 감독이 경질되면서 지동원에게는 새로운 위기까지 생기고 말았다.
오닐 감독이 부임한 후 치른 첫 경기, 블랙번전에서 지동원은 후반 31분 교체 투입됐다. 0-1로 지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부지런히 움직였다. 경기는 운 좋게 막판 2골이 연속으로 터지면서 2-1의 역전승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오닐 감독은 그 후로 치른 토트넘, QPR, 에버턴전에 지동원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새 감독 아래에서 불안한 출발이었다. 다행히 이 불안감은 맨시티전 골로 완전히 바뀌었다. 연초 바로 이어진 위건과의 원정 경기에서 지동원은 또다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야만 했다. 여전히 선발은 벤트너-세세뇽. 선덜랜드 구단의 정통한 관계자는 “지동원 같은 경우 아직은 경험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맨시티전 골로 팬들과 오닐 감독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줬지만 그것이 곧바로 선발 출전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동원은 아직 어려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만큼 경험을 더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얻은 것은 없지만 지동원은 미래를 위한 발판은 확실히 마련했다는 평가다. 일단 앞으로 짧든 길든 출전 기회는 좀 더 늘어날 것이다. 오닐 감독 역시 지동원이 한방을 가진 공격수임을 재확인했다. 또한 기막힌 버저비터 골로 지동원은 자신감을 찾았다. 경기장을 꽉 채운 4만여 명의 관중들이 지동원을 똑똑히 기억하게 됐다. 없던 응원가도 생겨났다. 지동원은 선덜랜드 팬들이 평생 잊지 못할 골을 만들어준 선수가 된 것이다. 영국 언론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경기 직후 영국 언론들이 지동원의 결승골 소식을 전했고 비록 오프사이드이기는 하지만 지동원의 움직임과 집중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지동원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지난해보다 좀 더 많이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신년 목표를 밝혔다.
조한복 프리미어리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