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롯데마트와 이마트 전경. 두 대형마트는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불꽃 튀는 유통전쟁을 펼치고 있다. |
지난 2010년 말 롯데마트는 입점 전부터 완전무장을 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롯데백화점과 지하도를 이었고 전국에서 규모가 제일 큰 서울 잠실점 점장 출신을 앉히며 총력전에 돌입한 것. 이에 이마트도 대구에서 한 차례 롯데마트와 대전을 벌인 경험이 있는 베테랑 점장을 내세워 맞불작전을 놓았다. 이마트가 먼저 상권을 장악, 유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롯데마트도 롯데백화점과 함께 손을 잡으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양사는 월평균 매출을 공개하며 ‘우리가 승자’임을 내세웠는데 롯데마트가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이마트 측은 “이제는 점포단위로 매출을 발표하지 않아 누가 이겼다는 표현을 사용할 순 없다. 다만 롯데마트가 우리의 매출 대비 60%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최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품목들을 뽑아 매일 비교해보고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롯데백화점 창원점이 비정규직 근로자 를 해고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백화점 앞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다. |
현재도 롯데백화점 앞에는 해고된 근로자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창원시의회 의원들까지 나서 해고 철회는 물론 해당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인정한 뒤 전원 복귀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롯데백화점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해고 노동자들에게 재고용 제안도 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롯데백화점이 창원광장에 자리 잡은 백화점 바로 옆 건물을 개조해 ‘트렌디 패션 전문관’을 열 예정이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건물은 지하 6층 지상 9층으로 인근에서는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규모가 크다. 롯데백화점은 소유권 문제로 한동안 건물을 사용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한국부동산신탁(주) 등으로부터 매입해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 올 하반기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롯데마트 입점 시 논란이 됐던 교통체증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어 개점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창원시는 교통체증 유발과 지역상권 위축 등의 이유로 롯데마트 건립허가를 내주지 않아 법정소송을 벌이는 등 9년여 동안 갈등을 빚었다. 당시 롯데는 오랜 시간 법적 다툼을 벌이며 지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것은 물론이고 금전적인 손실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창원광장 주변에는 이마트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어 평일에도 상습적으로 정체구간이 발생한다. 특히 주말에는 차들이 더욱 몰려 각 매장 주차장에서부터 이어진 차량행렬이 끝이 없을 정도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을 잇는 지하도가 생기고 대형 주차시설도 마련됐지만 교통체증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때문에 시민들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 인근에 살고 있다는 이 아무개 씨(59)는 “지금도 차를 끌고 나갈 수가 없다. 마트와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집 앞을 벗어나는 시간만 해도 상당하다. 지금도 이런데 패션몰까지 생기면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며 “제발 더 이상 유통업체들이 밀집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러한 악재들 때문인지 본격적인 설 연휴 직전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찾아보니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명절을 준비하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이마트와 달리 롯데마트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던 것. 이마트는 계산대마다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롯데마트는 2~3명만 대기할 뿐이었다.
설 음식 장만을 위해 마트를 찾았다는 박 아무개 씨(여·26)는 “처음 롯데마트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가격경쟁을 통해 싼값에 물건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소비자 입장에서 입점을 반겼다. 하지만 이마트가 더 익숙해서 그런지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찾지 않게 됐다”며 “더욱이 최근 롯데백화점의 노동자 해고문제도 시끄럽다보니 더욱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단을 두고서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창원을 연고로 한 NC 다이노스가 창단되면서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 살게 됐기 때문이다. 본래 창원은 부산·경남을 연고로 한 롯데 자이언츠 팬이 대부분이었다. 롯데 홈경기 중 6경기를 마산구장에서 치르는 등 창원은 제2의 고향과 다름없었다.
덕분에 그동안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롯데 자이언츠를 활용한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며 이마트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NC 다이노스가 등장하면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관계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 같은 틈을 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은 NC 다이노스를 이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신세계백화점 마산점은 NC 다이노스 팬 사인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김경문 감독, 전준호 코치, 나성범 선수만이 참가했고 선착순 100명 한정 행사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3시간 전부터 사인회를 기다리는 팬들의 행렬이 이어졌을 정도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에도 매장 앞에 대형 우체통을 설치해 NC 다이노스 야구단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받은 뒤 추첨을 통해 김경문 감독의 사인을 담은 유니폼과 야구공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마트도 지난해 11월 NC 다이노스 야구단 유니폼 전시회를 열어 시민들의 발길을 끌었다.
‘멀리하기엔 너무나 가까운’ 창원의 두 라이벌. 신년 벽두부터 다소 불리한 위치에 처한 롯데가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 나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남 창원=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