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유 회장(왼쪽), 김종열 행장. 서울신문 | ||
그 중 올해 크고작은 구설수에 휘말리며 내홍을 겪어온 하나은행은 김승유 지주사 회장과 김종열 은행장의 갈등설까지 흘러나오면서 내년 은행업 대전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올해 하나은행에서는 유독 악재가 자주 터져나왔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부당 주식거래 혐의, 임원들의 자사주 매각 차익 취득 구설수, 서울은행 출신들의 승진배제 갈등, 여자 행원 제도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고발, ABS사건에 대한 김종열 하나은행장에 대한 금감원 경고, 김 행장의 국민관광상품권 부당판매 구설수 등이다.
김승유 회장과 김종열 행장의 갈등설은 이 과정에서 흘러나온 것. 올해 들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갈등설에 대해 김 행장이 직접 해명하기도 했지만 내부 문제가 많이 터지다 보니 책임공방도 벌어져 경영진 간의 불협화음으로 들릴 법도 하다.
갈등설의 진원은 최근 김종열 행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이에 대해서 김 회장이 불만스런 반응을 전했다는 것이 최근 갈등설의 근거로 점쳐지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달 10일 일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투자자와 함께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발표했다. 김 행장은 “이미 기관투자자들에게 투자설명회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라며 새삼스러울 것 없다고 밝혔다.
6일 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도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 있다”며 공개적으로 언급해 사실상 외환은행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음을 알렸다.
인수합병의 경우 조용히 일을 진행시키면서 인수 의사를 감추어야 하는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간의 인수전이 공론화된다면 매물인 외환은행의 가격만 높아지게 된다. 김승유 회장으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김 행장의 발언은 불가피했다고 보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이미 국민은행도 오래 전부터 외환은행 인수를 준비해오고 있었기 때문.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강정원 행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사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국민은행이 나선 것은 이미 금감원 등 정부와의 조율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정부로서는 빅4가 혼재된 시장보다는 업계를 주도하는 금융기관이 있는 것이 정책을 반영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1강3중 구도를 원할 수 있는 것이다.
3조∼4조원의 매입가격에 대해 국민은행의 경우 3조원가량을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지만 하나은행의 경우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1조원 이외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하나은행은 외국계투자자를 컨소시엄에 참여시킬 계획이지만 외환은행이 외국계로 넘어갔던 전례 때문에 이에 대한 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결국 상대적으로 열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하나은행으로서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먼저 밝히고 나올 경우 인수전에서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어 하나은행이 먼저 치고 나왔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하나은행의 인수의사가 확실한 반면 국민은행은 ‘관심’ 수준에서 그친 것으로 보면 국민은행이 하나은행을 견제하기 위한 작전에 말려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외환은행의 몸값을 부풀려 하나은행에 부담을 지우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는 것. 김승유 회장과 김종열 행장이 이견을 보였다면 이런 부분에서 가능하다.
한편 기자간담회에서 김 행장의 “주주가치보다는 고객가치가 우선”이라고 말한 마지막 발언은 묘한 뉘앙스를 주고 있다. 주주들의 절대적 신뢰를 얻고 있는 김승유 회장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
지난해 주거래기업인 S사에 대한 주식거래와 올해 자사주매각으로 차익을 보았던 김 회장이 이사회의 경고와 금감원에서 ‘주의적 경고’를 받으면서 지주사 회장에서 낙마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은행 안팎에서 있었다. 김 행장이 김 회장의 낙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적극적인 구명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주사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주주들의 확실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김 행장의 발언은 김승유 회장과는 다른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기자간담회 당시 김 행장은 “업무적인 것은 서로 다를 수 있으며 김 회장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불화설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이견이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