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자동차판매(사장 이동호·오른쪽)가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자 김우중씨의 재기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
그러나 세인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대목은 바로 대우자판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의 관계다. 대우그룹 붕괴 이후 대우자판은 유일하게 대우맨들이 그대로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며 이 회사의 주축인사들이 김우중씨 측근들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대우자판의 대우건설 인수 의향이 결국 대우왕국의 부활과 더불어 김우중씨 재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채권단 관리에 넘어간 대우건설은 최근 우량기업으로 변모해 곧 새 주인을 맞이할 전망이다. 지난 2003년 순이익 1천6백37억원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대우건설은 2005년 순이익 3천3백26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2003년 순이익의 두 배가량 되는 수치다. 업계에선 대우건설이 내년 상반기쯤 채권단 관리를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은 대주홀딩스와 대우건설 우리사주조합, 금호산업 건설부문 등 10여 곳이다. 그런데 지난 12월16일 대우자판이 인수의향서를 대우건설 채권단에 제출하면서 대우자판의 행보에 업계인사들의 시선이 급격히 쏠리기 시작했다. 대우자판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막차로 뛰어든 배경에 주목하는 것이다.
현재 대우자판은 전체 사업 비중의 80%가 자동차판매 부문에 집중돼 있지만 최근 건설부문이 자동차판매 부문의 적자를 메워주는 다소 기형적인 구조를 연출하고 있다. 대우자판이 GM대우와 더불어 주요 판매대행 고객으로 삼아온 쌍용차가 올 초부터 대우자판에 자사 신차인 카이런 공급을 중단해 대우자판이 어려움을 겪었다. 주 공급업체인 GM대우의 판매차종이 소형차에 집중돼 있는 점도 대우자판의 근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기대가 컸던 스테이츠맨 판매도 현대의 신형 그랜져와 르노삼성의 SM7에 밀려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탓에 대우자판이 ‘부업’인 건설부문 강화를 하고 있고 실제로 효과도 있는 것.
그러나 대우자판의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바라보는 재계 인사들은 ‘순수한 사업의도’ 외에 대우자판과 김우중씨의 연결고리에 더 주목하는 듯하다. 대우건설 인수의사를 갖고 있는 다른 업체들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대우건설에서 ‘대우’라는 이름은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우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대우맨’들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온 대우자판이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하면 대우왕국 부흥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대우자판 핵심간부들과 김우중씨 사이의 인연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동호 대우자판 사장은 지난 1984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김우중 당시 회장의 수행비서를 지냈다. 김우중씨의 경기고 후배이기도 한 이동호 사장에 대해 많은 재계인사들이 ‘김우중맨’으로 보고 있다. 박용호 대우자판 부사장 역시 김우중씨의 경기고 후배며 과거 대우그룹에서 건설부문 간부를 지냈다.
엄봉성 등기이사도 김우중씨 경기고 후배이며 대우자판이 최대주주인 광고대행사 코래드의 이재욱 사장도 대우 기조실 출신이다. 이러한 정황들은 대우자판이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할 경우 대우왕국 재건과 더불어 김우중씨의 재기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낳게 한다.
대우자판측은 김우중씨와의 관계에 대한 여론의 시선에 큰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우리회사는 현재 김우중 전 회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주요 지분이 대우자판 우리사주와 그린화재 그리고 소액주주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다”고 밝히면서 “대우건설 채권단에서 요청이 들어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구체적 검토작업은 없었다”고 덧붙인다.
또 이 관계자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으면 대우 브랜드도 지키고 좋겠지만 인수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 12월12일 현재 1만3천원대를 돌파한 상태다. 전체 주식 1억9백30만 주 중 기업인수를 위해 ‘50%+1주’를 매입해야 하므로 주가 1만3천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대략 2조4천억원 정도로 볼 수 있다. 대우자판측은 이 같은 거액의 매입자금을 동원할 능력면에서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인수전에 참여한 대주홀딩스의 김우일 사장은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출신이며 자금동원력도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하지만 김우중씨의 현재 측근들과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우중씨와의 인연에 대해 대우건설 인수전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모두 “지금은 아무 상관없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치열하게 전개될 대우건설 인수전 과정에서 김우중씨 이름은 계속해서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계 일각에선 재계의 큰손으로 등장하고 있는 군인공제회를 어느 컨소시엄에서 잡느냐에 따라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대주건설도 대우자판도 단독 자본으로 대우건설을 잡을 수 없는만큼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을 컨소시엄 구성 결과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구속중 병보석으로 병상에서 고희를 맞은 김 전 회장이 이번 대우건설매각건에 대해 어떤 심경을 피력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대우건설의 베트남 프로젝트를 김 전 회장이 도피기간에도 음으로 양으로 도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는 점, 대우건설의 거제도 프로젝트가 김 전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씨가 오너인 필코리아리미티드그룹과 밀접한 관련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대우건설매각건과 김우중 전 회장의 연관관계는 계속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