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 ||
1월 20일 마감된 대우건설 예비입찰에는 총 10개의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비밀유지협약을 이유로 참여 업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두산, 금호아시아나, 한화, 대우자동차판매(대우자판), 프라임그룹, 유진그룹, 대주그룹, 삼환그룹, 경남기업, CVC아시아퍼시픽으로 알려졌다. 이 중 대우자판, 대주, 경남기업, CVC아시아퍼시픽은 탈락했다.
CVC아시아퍼시픽은 씨티그룹의 자회사로 대우건설 노조가 이 회사를 ‘투기적 해외펀드’로 지목해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현재 매각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계열사 관계이다 보니 입찰 자체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점이 예상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대우건설의 주간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성증권이 맡고 있다.
한편 대우자판은 선정기준이 뭐냐며 반발하고 있다. 공식 입장은 ‘노코멘트’라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옛 대우와 관련된 입찰자는 모두 배제한 것 같다. 캠코가 옛 대우그룹에 너무 신경쓰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대우자판 이동호 사장은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비서 출신이다.
대주그룹도 같은 이유로 탈락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입찰에 참가한 대주건설의 김우일 사장은 대우그룹 해체 당시 마지막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현재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백기승씨가 1년간 홍보실 전무를 맡았던 유진그룹도 대우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눈초리가 있었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은 “유경선 회장이 인재를 중시해 백 전 전무를 스카우트한 것으로 대우그룹과는 관련이 없다. 유 회장도 창업2세로 유진그룹을 떠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백 전 전무는 2004년 6월부터 유진그룹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6월 김 전 회장의 귀국과 함께 “유진그룹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퇴사했다.
레미콘 등 건설자재업으로 성장한 유진그룹은 유진기업 내에 건설사업부문을 두고 있다. ‘마젤란21’이라는 브랜드로 아파트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현재 도급순위는 2백70위. 대우건설 인수로 건설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한편 두산과 한화에 대해서도 대우건설 노조는 일간지에 호소문을 게재하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해 ‘형제의 난’을 통해 드러났듯이 두산그룹은 경영투명성과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데다, 과거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시 수차례 자산거래를 통해 피인수회사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기업 현금자산을 외부에 유출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한화도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보여주듯 로비와 불법적 행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데다, 인수 후 지속적으로 한화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확대해 왔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두산과 한화가 대우건설 인수자로 선정될 가능성은 별로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캠코로서도 추후 자신들에게 비난이 돌아올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군인공제회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며 이를 문제삼고 있다. 군인공제회가 회원들에게 8% 이상 고수익을 보장해 주는 등 수익률을 높게 잡을 경우 대우건설 자산에서 이를 회수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지난 2월 1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우건설을 인수해 건설업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이다. 금호타이어 상장시 군인공제회가 대주주로 참여한 것을 두고 그룹과 연관짓는 것 같은데 군인공제회는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하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력하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우건설을 금호아시아나에 넘긴다는 소문이 광주에서 들린다”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너가 호남 출신이다. 게다가 대우건설 매각 일정이 3월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라는 점에서 5·31 지방선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소문의 내용이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동생인 박종구씨(48)가 2월1일자로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으로 발령받은 것도 소문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박 차장은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공공관리단장으로 발탁했다. 그가 차관급으로 경제통인만큼 박 차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호그룹의 오너일가와 김우중 전 대우회장이 사돈간이라는 점과 현직 고위공무원이 회장의 동생이라는 점은 금호아시아나의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1차 선발전에서 가장 높은 입찰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유진컨소시엄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은행관리기업 공개입찰에서 군인공제회는 성공의 보증수표였다. 하지만 이번 예비입찰에 군인공제회는 참여하지 않았고, 당초 파트너로 지목되던 금호아시아나에서도 이를 공식 부인했다. 대신 유진컨소시엄 참여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진은 이번 예비입찰에서 3조3천억원을 써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에 이어 3조1천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프라임산업 컨소시엄도 다크호스다. 기획 부동산업체로 출발한 프라임은 최근 IT업종에 이어 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진출했다.
이번 예비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은 이미 낙점한 업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캠코 측은 “입찰자가 많을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매각 가격도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입찰자가 많을수록 좋다. 예비입찰자 선정은 내부 기준에 의해 엄격하게 심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깜짝 선두로 등장한 유진과 금호아시아나, 2위로 예비전을 통과한 프라임산업의 본선게임이 주목받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