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4일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 시티즌의 경기 장면. 임준선 기자 |
포항 스틸러스 남창훈 스카우터를 중심으로 K리그 스카우터들의 세계를 조명해봤다.
#보고 또 보고
“가족들한테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요.”
K리그 현장에서 만났던 남창훈 스카우터의 얘기다. 물론 농 섞인 이야기였지만 그만큼 바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전국을 누비고, 세계 곳곳을 오가야 하기 때문에 가족사에는 자연히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결혼기념일을 까먹고, 자식 생일마저 잊어버리기 일쑤. 축구장을 누비며 지도자-에이전트-구단 관계자들을 만나느라 외박과 출장이 잦다. 주말도 없고, 주중도 없다.
스카우터의 주 임무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소속 구단이 필요로 하는 선수들을 찾아내고, 체크한 뒤 영입을 시도하는 일이다. 즉시전력감은 물론, 팀을 이끌어갈 장래성 있는 자원들을 확보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아직 국내 축구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유럽에서는 어떤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그 선수가 속한 클럽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집을 얻어 훈련장과 연습 경기, 정규시합을 보며 적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공을 들인다는 게 남 스카우터의 얘기였다.
“유럽에서는 스카우터가 한 선수를 꾸준히, 계속 지켜보는 까닭은 단순히 현재의 기량뿐 아니라 발전 속도와 그의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선수와 계약서를 작성할 때 영입에 대한 결정적인 확신이 필요하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선수는 잘할 때도, 못할 때도 있다. 가급적이면 많은 경기들을 지켜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즉, 실패 확률을 최소로 하는 것 역시 스카우터의 임무다. 그런 면에서 단순한 DVD동영상 자료가 아닌, 현장 체크를 지원하는 포항은 비교적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스카우트 시스템은 어떨까
선수 선발 방식이 드래프트와 자유계약(FA)으로 변동됐던 만큼 많이 달라졌다. 오락가락하다가 지금은 드래프트가 다시 운용되는 상황. ‘뽑히는 자’와 ‘뽑히지 못하는 자’가 극명히 희비가 엇갈리는 그 현장은 대개 프로 시즌이 마감되는 겨울철에 열리는데, 이미 이 시기쯤이면 각 구단들은 드래프트 시장에 나온 선수들의 이름만 보고도 특징과 장단점을 구별하고 정리할 수 있는 정보와 자료들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꼭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우스갯소리지만 드래프트는 각 구단들의 순번 추첨도 포함돼 있어 드래프트 현장에서 (순번) 제비를 잘 뽑아야 유능(?)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운이 따라야 하는 직업이 바로 스카우터다.
▲ 지난해 11월 열린 2012 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 선수들이 지명권 순서 추첨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남 스카우터는 “수년간 지켜보고, 발품을 팔면서 선발한 선수가 우리 팀에 들어와 박힌 돌을 빼내고, 자리를 잡았을 때처럼 짜릿한 경험은 없다. 그게 신인들이든, 용병이든 크게 차이가 없다. 내가 추천했고, 계약이 잘 성사된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하지만 제 아무리 훌륭한 스카우트 시스템을 갖췄고, 월등한 시설과 좋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더라도 결국 해당 선수를 좋은 재목으로 키워내는 핵심적인 역할은 역시 지도자의 몫. 물론 선수들의 개인적인 잠재력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아마추어 무대를 펄펄 날던 무수히 많은 유망주들이 정작 프로에 와서는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는 너무도 많다.
실패 확률이 성공 확률보다 훨씬 높다. 그래서 단 한 명의 보배를 찾기 위해 수백여 명을 봐야 한다. ‘괜찮다. 쓸 만하다’ 싶어 뽑아놓은 선수가 2군 무대를 전전하다가 경쟁에서 밀려나 짐을 꾸려 숙소를 떠나는 장면도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흔하다. 이럴 때에는 스카우터도 상당한 타격을 받는다. 결국 선수들의 실패 가능성을 최소로 하는 일도 결국 스카우터들에 대한 평가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스카우터들의 업무는 과중한 편이다. 물론 축구 산업이나 금전 규모 차이도 있겠지만 유럽 구단 한두 명의 스카우터로는 턱도 없다.
철저히 자유계약 방식으로 선수들을 수급하는 상황에서 유스 팀부터 성인 팀까지 스카우트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또 용병 스쿼드 제한도 차이가 있어 몇 명이 모든 업무를 해결할 수는 없다. 유럽 클럽들은 아예 스카우트 팀이라는 별도 구단 내 부서를 만들고, 이들을 국가별(혹은 지역별)로 나눠 파견하는 형태가 많다. 여기에 국제 대항전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취재진 못지않은 많은 숫자의 스카우터들이 현장을 찾는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스카우터들을 보유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유스 팀부터 최상위 클래스까지 400여 명 가까이 선수들을 지원, 육성하지만 한 해 1명만 성공해도 그야말로 ‘대박’ 신화를 쓰는 건 틀림없다. 매 시즌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이 탄생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 그리고 관리
스카우터의 업무가 비단 영입 대상 선수들 체크에 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도 업무의 일부다. 특히 신인 선수들이 팀에서 자리매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때로는 상담자 혹은 조언자 역할도 해야 한다. 심리적인 부분을 컨트롤해주는 역할도 꼭 필요하다. 또한 타 구단들의 동향을 체크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 스카우터는 “타 구단들이 어떤 선수들을 체크하고 있는지, 어떻게 선수들을 접촉하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포항처럼 전통 있는 명문 구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우승에만 초점을 두면 안 된다.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