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배달 내세우지만 독자 배송망 있어야 가능…판매자 “입점 망설여” 소비자들 “낮은 배달료 환영”
‘소셜커머스’의 빠른 성장으로 중국 배달시장 매출은 매년 큰 폭으로 올랐다. 현재 중국 배달시장은 헝거마오와 메이투안이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양강 구도에 틱톡이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셈이다. 업계는 배달의 ‘삼국지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점쳤다.
앞서 2022년 8월 틱톡은 배달음식 애플리케이션(앱) ‘어러머’와 협력할 것을 발표했다. 배달시장 진출 신호탄이었다. 당시 틱톡 사용자들은 동영상 위에 링크돼 있는 주소를 클릭하면 어러머 앱으로 이동해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초기엔 주로 음식 배달이 주를 이뤘다. 일례로 사용자들이 틱톡에 나오는 치킨을 먹고 싶으면 바로 어러머 앱에서 배달을 시킬 수 있는 구조였다. 막대한 사용자를 보유한 틱톡의 파급력은 컸다. 그 후 다양한 주문이 쏟아졌고, 어러머 앱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틱톡은 최근 3월 1일부터 베이징, 상하이, 청두 등 대도시에서 시범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 뉴스가 발표되던 날 배달업계 선두주자 메이투안 주가는 하루 만에 6.48% 하락했다.
틱톡이 전면에 내세운 것은 실시간 공동 구매다. 판매자들은 틱톡의 짧은 동영상이나 생방송에서 다양한 각도로 상품을 보여줄 수 있다. 이를 본 틱톡 사용자들의 일정 규모 이상이 구매를 원하면 저렴한 가격에 바로 배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틱톡의 전략이다.
틱톡은 물량 공세를 통해 판매자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최대한 낮춘다는 방침이다. 현재 주요 배달시장 수수료 비율은 6~8% 사이다. 틱톡은 이를 2.5%로 떨어트렸다. 한 요식업 관계자는 “기존 배달업체보다 틱톡이 훨씬 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상하이 재경대 전자상거래연구소 소장 추이리는 “틱톡의 핵심 강점은 트래픽이다. 이는 판매자에게 엄청난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달업계 전문가 천리텅도 “틱톡이 혁신적인 진입자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브랜드 소매산업센터 연구총괄 리잉타오는 “틱톡의 주 사용자는 20~30대, 젊은층이다. 이들은 충동적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능동적이다. 중국 소비의 주력군으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틱톡은 이런 소비를 더욱 쉽게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중에선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대 포털업체 바이두가 과거 배달업에 진출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사례가 거론되기도 한다. 한 배달업체 임원은 “현재 시장은 포화상태다. 새로 진입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틱톡이라도 장벽이 높을 것”이라고 점쳤다.
한 화장품 제조사는 틱톡으로부터 업무 제휴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조사 관계자는 “틱톡에 입주하려면 전문적인 동영상 촬영팀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럴 인건비가 부족하다. 틱톡이 수수료 인하를 내걸었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중소 업체들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틱톡은 배달시장의 전통적인 마케팅 대신, 새로운 방안들을 도입할 예정이다. 틱톡의 최대 무기인 짧은 동영상으로 온·오프라인을 결합하는 게 핵심이다. 틱톡은 파트너 사에게 “전통적인 경영 틀의 제한을 깨자”고 설득 중이다. 하지만 여기엔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자체 배송망 구축도 숙제다. 현재 틱톡은 기존의 배송 업체들과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메이투안과 같은 ‘거물’ 업체는 직접 배송망을 가동하고 있다. 소규모 배송 업체들이 있긴 하지만 이곳은 비용이 비싼 편이다. 틱톡의 저가 배달 행보와는 맞지 않는다.
메이투안 관계자는 “배달업체들은 그동안 난투극을 벌여왔다. 그 중심엔 배송망이 있다. 틱톡이 독자적인 생존 방안을 찾지 못하면 메이투안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틱톡이 들어온다고 해도 시장 판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메이투안은 최근 1만 명의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하며 틱톡의 도전에 맞불을 놓은 상태다.
전자상거래 분석사 리청둥은 “틱톡은 당분간 제삼자를 통한 배송을 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 수수료를 인하했더라도 배송비 부담으로 이는 크게 부각되진 않을 듯하다”면서 “전자상거래 소비자들은 기존 플랫폼 의존 성향이 높다. 틱톡으로 옮겨올지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 많은 판매 업체들은 현재 틱톡과의 계약에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요식업 관계자는 “관망하고 있다. 틱톡이 제시한 수수료가 메이투안보다 훨씬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틱톡만 믿고 가기엔 불안하다. 배달시장은 단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다. 또 초기에 수수료를 낮췄다고 해도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면 다시 올릴 수도 있다. 메이투안에서 갈아타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볼 문제”라고 했다.
업계와 전문가들 전망이 엇갈리는 것과는 달리 소비자들 반응은 호의적이다. 한 20대 여성은 “메이투안 등 기존 배달 업체의 수수료는 너무 비싸다.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면서 “틱톡의 가세로 가격 경쟁이 시작돼 수수료가 인하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 전문가도 “틱톡의 진입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부분이 있다. 틱톡은 단순한 중개업체가 아니다. 짧은 동영상,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사용자와 판매자 간 즉각적인 매칭이 가능하다.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메이투안 등과 비할 바 못 된다. 많은 판매자들이 틱톡의 잠재력을 인식하게 되면 시장은 빠르게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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