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원’ 저격범 현장 사살, 일반 청중 1명 숨져…트럼프, 총알이 귀 스쳐 피 흘렸지만 생명 지장 없어
#2분 동안 9발의 총성, 배후는…
7월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계획된 범행으로 추정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임 대통령 경호를 맡는 비밀경호국은 이번 총격이 소위 '스나이퍼'로 불리는 저격수의 소행이라고 파악했다. 저격범은 유세장 밖 건물 옥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저격범은 첫 총격 후 약 2분 만에 현장에서 사살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즉각 대응사격에 나선 결과인데, 이 과정에서 일반 청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치는 피해도 따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스나이퍼가 쏜 총알에 귀 윗부분을 맞아 피를 쏟는 등 중상을 입고 말았다.
불과 2분 정도의 짧은 시간, 최소 9발의 총성이 울렸다. 저격범의 첫 총격 후 미 비밀경호국이 맞사격에 나서면서다. 현장의 청중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몸을 숙이고는 내내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경호원 틈에 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를 흘린 채 주먹을 쥐고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자 일부는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하기도 했다.
미 대선을 고작 약 3개월여 앞둔 시점에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지자 미국 전역에서는 커다란 불안과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미 사법당국이 이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기도로 규정하고 수사에 돌입한 가운데, 암살 시도의 이유는 물론 배후가 있었는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선 총격범의 잠정 신원은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20대 백인 남성으로 이름은 '토마스 매튜 크룩스'라고 알려졌다. 다만 그는 현장에서 숨을 거둔 만큼,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구체적인 이유 등은 면밀한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관련 수사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주도하고 있다.
수사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이하게도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의 등록 당원으로 확인됐다. 위장 당원이었을지, 혹은 또 다른 배후가 있진 않았을지가 모두 조사 대상이다. 속칭 '외로운 늑대형 테러'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누군가의 사주는 없었지만, 어디에선가 영감을 받아 혼자 테러를 벌이는 사람을 뜻한다.
#바이든의 복잡한 속내
이번 대선의 라이벌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테러를 규탄한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안전하고 잘 있다니 감사하다"며 "우리가 더 많은 정보를 기다리는 동안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유세 현장에 있었던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진짜 속내는 조금 복잡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만 보면 이번 상황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고령 리스크' '후보 교체론' 등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은 공화당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의 동정표도 모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당시 제스처는 이미 큰 화제가 됐다. 그는 총성이 울리며 경호원에 둘러싸인 상태에서도 "기다려라(Wait)"고 외쳤다.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한 직후에는 얼굴의 피를 닦지도 않고 일어서 하늘 높이 주먹을 뻗었다. 어쩌면 이 한 장면이 미 대선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사고가 발생한 펜실베이니아주는 다가올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할 7곳의 '스윙 스테이트' 가운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펜실베이니아주 선거인단은 20명으로,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기서 동률을 기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미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는 신호가 빠르게 반응했다. 이날 비트코인의 경우 1개당 가격이 5만 9000달러대를 기록, 하루 전보다 3.09%가량 오르기도 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가상화폐 산업에 우호적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공화당 및 그 지지층 등에서 혐오나 과격 발언 등을 쏟아내면 되레 역풍이 일 수도 있다. 당장 조지아 공화당 의원인 마이크 콜린스는 피격 직후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집회에서 총격을 명령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대응 빨랐지만, 예방은 '실패'
한편 이번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경호·보안 실패 책임론을 놓고도 논쟁이 확산했다. 사고 대응은 빨랐으나, 정작 예방은 실패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세 현장에서 총격범의 정체를 미리 확인하고 신고까지 했지만, 경찰 등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영국 BBC에 출연한 한 목격자는 "우리가 서 있던 곳으로부터 약 15m 떨어진 건물의 지붕 위로 곰처럼 기어 올라가는 남자를 봤다"며 "그는 분명히 소총을 들고 있었고, 이 사실을 주변에 있는 경찰에 알렸지만 경찰은 지붕 경사 때문에 못 본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100% 보안 실패"라고도 비판했다.
총격범은 AR-15 스타일의 군용 M16A4 소총을 소지했다고 파악됐다. 그동안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총기 난사 사건 때도 활용돼 온 까닭에 현지에선 '대량 살상 무기'로 악명을 떨쳐 왔다. 이번 토마스 매튜 크룩스의 소총에서는 총탄 최다 8발이 발사된 흔적도 발견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격 직후 모처럼 침착한 어조로 당시 상황과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SNS에 "총소리를 들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즉각 알았고 바로 피부를 찢는 총알을 느꼈다"며 "피를 많이 흘렸으며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유세장에서 사망한 사람 및 심하게 다친 사람의 가족들에게 위로를 표하고 싶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총격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한 경호국 및 법집행 당국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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