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회장은 지난 4월 18일 이 전 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부지사가 허위 진술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가 2022년 9월 구속되기 일주일 전쯤 찾아와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을 자신의 소개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20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해달라고 종용했다는 이야기였다. 안 회장은 쌍방울로부터 두 차례 국제대회 개최와 마라톤 대회 준비 등 명목으로 현금과 현물 총 15억 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안 회장은 지난 1~2월 법정 증언에 대해 "이 전 부지사를 비호하기 위해 불분명하게 진술했다"며 "이제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 회장은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50억 원은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약속했던 스마트팜 지원 비용을 대납한 것이며 나머지 300만 달러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명목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런데 안 회장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진술 신빙성에 의문이 남는다. 안 회장은 지난 1~2월 이 전 부지사를 비호하기 위해 거짓 진술을 했다면서 정작 이 전 부지사가 부탁한 거짓 진술은 하지 않았다. 안 회장은 "김 전 회장과의 관계 외에 이 전 부지사가 허위 진술을 부탁한 것은 없다"며 "스마트팜 관련해서도 진술을 부탁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1~2월 증언 당시 이 전 부지사 변호인과 설전을 벌이면서 이 전 부지사가 부탁하지도 않은 거짓 진술만 한 셈이다. 당시 안 회장은 김 전 회장이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으로 50억 원을 보낸 것은 수긍하면서도 이 전 부지사나 경기도와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이재명 방북 비용 이야기는 아예 하지 않았다.
안 회장은 자신과 쌍방울그룹의 관계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의심되는 진술을 했다. 안 회장은 4월 18일 증언에서 "2019년 1월 말 이후에는 쌍방울이 대북사업에서 나를 배제했다. 내가 경제인이 아니니까"라고 답했다. 그런데 안 회장의 아태평화교류협회는 2019년 7월 쌍방울그룹의 후원을 받아 필리핀 마닐라에서 대북 교류행사를 개최했다. 당시 행사 프로그램 중엔 쌍방울그룹과 북한 측의 경제협력 논의도 있었다. 또 아태평화교류협회는 2022년 말 검찰 조사 당시에도 쌍방울그룹 사옥에 무상으로 입주해 있었다.

방 부회장은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50억 원의 성격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가 말을 바꿨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지난 3월 10일 방 부회장에게 "쌍방울그룹은 북한과 합의한 협약에 따른 계약금은 따로 보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쌍방울그룹은 2019년 5월 북한 측과 경제협력 협약을 맺었다. 지하자원 개발, 농축수산 협력, 관광지 및 도시개발, 철도 관련 건설 등 총 600조 원 규모였다. 북한에 아무런 대가를 제공하지 않고 이 같은 대규모 사업권을 어떻게 획득했느냐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방 부회장은 "스마트팜 비용으로 보낸 50억 원에 계약금 성격도 같이 있다"며 "저희 입장에서는 스마트팜 비용 지불하면서 사업권까지 같이 따내는 게 낫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이때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이 전 부지사는 방 부회장 발언을 비웃듯 "쳇" 소리를 크게 냈다. 방 부회장은 곧바로 재판부를 향해 "(이 전 부지사가) 제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계속 저를 비웃는다"며 "개인적인 감정이 굉장히 실린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2주 뒤인 3월 24일 증언 과정에서 북한에 보낸 50억 원에 대한 진술을 바꿨다. 검사가 "쌍방울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해준 것으로 알고 있느냐"고 묻자 방 부회장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검사가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해서 쌍방울이 대북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계약금 성격이 있다고 진술한 게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 50억 원은 (경제협력) 사업권 대가와는 의미가 다르다"고 답했다.
방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제공한 뇌물 의혹을 새롭게 폭로했다가 추후 번복하기도 했다. 검찰 공소장에도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방 부회장은 3월 3일 "2019년경 이 전 부지사에게 양복을 전달하면서 안에 돈 봉투를 넣었다"며 "5000만 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진술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방 부회장은 "(김성태) 회장님이 전달하라고 했다. (돈 봉투를) 박 아무개(김 전 회장 수행비서)한테 받았다"며 "엄 아무개(당시 쌍방울그룹 비서실장)와 (이 전 부지사) 여의도 오피스텔에 같이 갔다. 엄 아무개는 방까지는 못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방 부회장은 한 달여 뒤인 4월 17일 증언 과정에서 "여의도 오피스텔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5000만 원 준 것은 기억이 희미하다"며 "착각했다. 그 부분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5000만 원을 두 번 줬다"면서도 전달 장소는 여의도 오피스텔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방 부회장 발언 직후 재판부 부장판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후 한동안 허공을 응시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