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의 멕시코전 관전기
서울 상계동의 한 지하철 역 인근 상가 건물 부근엔 멕시코 전을 앞둔 밤 10시 무렵부터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술집들마다 가게 밖에 대형 TV와 테이블을 준비해놔 시원한 맥주와 축구 경기로 열대야를 이겨낼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것. 경기 시작은 10시 30분이었지만 이미 10시 무렵 테이블들이 꽉 찼다. 연이은 8개의 술집들이 모두 가게 밖에 테이블을 마련해 마치 대형 노천카페를 연상케 했다. 치킨과 닭발 등 가게마다 메뉴는 달랐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8개의 가게에 모인 각각의 손님들은 모두 하나의 대한민국 응원단이 됐다.
경기 내용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모두 아쉽다는 것이었다. 경기 내용에선 앞섰지만 골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무득점 무승부로 경기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멕시코가 숨겨준 에이스인 도스 산토스(토트넘) 선수를 후반 중반에 투입한 뒤 경기 흐름이 달라지자 주민들의 시선이 매우 초조해 지기도 했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에 멕시코 절호의 찬스를 맞았지만 골대를 맞고 빚나가자 깜짝 놀라며 가슴을 쓰러내리는 이들도 많았다.
40대 회사원이라는 한 남성은 “경기는 한국이 지배했지만 결정적 찬스는 멕시코가 더 많았다”며 “한국이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골 결정력 부재로 흔들렸다면 멕시코는 밀리는 경기를 하면서도 결정적 기회를 만들어내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골 운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열렬한 축구 팬이라는 이 남성의 부인은 “멕시코처럼 골 운이 안 따르는 경우는 다음 경기에서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처럼 골 결정력이 부족한 것은 다음 경기에서도 걱정”이라는 분석을 더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를 가장 열렬히 응원한 이들은 사실 술집 사장들이었다. 한 치킨집 사장은 “요즘 경기가 안 좋아 목요일 밤에 이렇게 손님이 많은 경우는 흔치 않다”며 “주요 경기가 새벽녘이 많아 아쉽지만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어느 정도 매출이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축구가 예선을 통과해 한 경기라도 더 치를수록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손님들을 서빙 하면서 마음으로 응원했다”고 말했다.
12시 30분 무렵 축구가 무승부로 끝났지만 술자리는 한 동안 계속됐다. 예선이 조별리그로 치러지는 만큼 첫 경기를 이겼더라면 남은 두 경기를 여유 있게 볼 수 있었을 텐데 무승부라 또 가슴을 졸이게 생겼다는 반응이 많았다. 게다가 일본이 스페인을 1:0으로 이겼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술자리의 탄식은 더욱 깊어갔다.
밤 늦게까지 응원한 사람들은 한국이 비록 첫 경기에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스위스와 가봉의 전력이 멕시코보다 쳐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예선 통과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다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아쉽게 비긴만큼 선수들의 사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50대 자영업자라는 한 남성은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를 패러디한 응원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 여러분! 사이후이(死而後已)의 각오로 더욱 최선을 다해 주세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
‘바둑여제’ 최정 vs ‘천재소녀’ 스미레, 여자기성전 결승 관전포인트
온라인 기사 ( 2024.11.26 14:51 )
-
UFC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 방한…‘페레이라 웃기면 1000만원’, VIP 디너 행사로 한국팬들 만난다
온라인 기사 ( 2024.10.17 05:34 )
-
[인터뷰] 스포츠 아나운서 곽민선 "관전부터 e게임까지 축구에 푹 빠졌어요"
온라인 기사 ( 2024.11.14 1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