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원이 살해되던 날 밤 잠이 들지 못하던 신효정은 새로 받은 스마트폰의 기능이 궁금해서 그 스마트폰을 켰다. 그리고 월등한 동영상 촬영 기능을 시험하려다 결정적인 살해 현장을 촬영하게 된다. 이처럼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은 최근 삼성에서 출시한 갤럭시3였다. 신효정이 해당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 드러난 초기 화면이 요즘 CF에서 자주 노출된 바로 갤럭시3의 초기화면이었던 것. 극의 내용상 삼성 로고대신 세강 로고가 들어가 있지만 누가 봐도 명백한 PPL이었다.
드라마 <유령> 캡쳐 사진 |
SBS의 두 인기 드라마 <유령>과 <신사의 품격>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 친구 사이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와 김은숙 작가가 각각 집필한 이 두 편의 드라마는 장르와 스타일 등에서 차이점이 많은 드라마다. 그렇지만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두 드라마에 출연하는 캐릭터들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다. <유령>은 전부 갤럭시3이며 <신사의 품격>은 모두 옵티머스뷰다. PPL이 출연 캐릭터들의 스마트폰 선택의 자유를 말살한 것.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는 적절히 PPL을 잘 활용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과거 <파리의 연인> 등에서부터 휴대폰 PPL 등을 적절히 작품에 녹여내는 신공을 보여 온 김 작가의 저력은 <시크릿가든>에서 절정을 이뤘다. 김은숙 작가의 영향 때문인지 친인 김은희 작가 역시 <유령>에서 만만치 않은 PPL 내공을 발휘했다.
<유령> 20회에도 그런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조현민의 판결을 앞주고 긴장된 순간에 최승연 기자(송하윤 분)는 하데스의 정체를 두고 취재를 위해 권혁주(곽도원 분) 형사를 만난다. 게다가 최 기자는 스카우트를 빌미로 하데스 관련 기사를 의뢰받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장면은 갑자기 폭풍우가 몰려온다는 라디오 뉴스로 인해 멜로 라인 강조로 변모한다. 곽 형사가 최 기자에게 폭풍우를 피할 수 있는 옷과 장화 등을 선물한 것.
긴박한 순간 순간 사이로 멜로 라인을 배치한 것은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드라마에서 그 장면이 멜로를 위한 장차 보다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옷과 장화 등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 PPL에 가까워 보인다.
바로 다음 장면에는 이연희가 등장한다. 이연희는 극의 흐름과는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얼굴에 화장품을 바른다. 물론 화장품 브랜드는 고스란히 전파를 탔는데 CF에서 늘 이연희가 자신의 얼굴에 바르며 그 효능을 칭송하던 바로 그 화장품 브랜드다.
가장 묘한 기분이 드는 대목은 사실 드라마가 끝난 뒤였다. <유령> 마지막 회가 끝난 뒤 나온 첫 번째 CF는 바로 애플의 아이폰 광고였다. 드라마에선 삼성의 갤럭시3가 결정적인 사건의 해결고리가 되더니 드라마가 끝난 직후 처음으로 나온 CF는 애플 아이폰이다. 참 안팎으로 잘도 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