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드라마가 2회까지 방영된 시점에서 돌연 은정의 하차가 결정됐다. 이처럼 드라마 초반부 아역 출연 분량이 방영되는 도중에 주연급 성인 캐릭터가 하차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역 배우를 캐스팅 할 때 보통 같은 캐릭터의 성인 배우와 닮은 이를 고르기 때문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은정 하차를 둘러싼 세 관계사의 상반된 입장이다. 처음 은정 차라가 알려졌을 당시만 해도 티아라의 화영 퇴출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에 따른 은정의 자진 하차에 무게가 실렸다. 그렇지만 은정의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는 “자진 하차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어콘텐츠미디어는 아직 SBS로부터 그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하차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다른 티아라 멤버인 소연과 효민은 각각 KBS 드라마 <해운대 연인들>과 MBC 시트콤 <천 번째 남자>에 출연하고 있다. 티아라의 빠른 컴백을 준비 중인 코어콘텐츠미디어 입장에선 <다섯손가락>의 흥행이 절실한 입장이었다. 소연, 효민과 달리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은정이 <다섯손가락>의 흥행을 통해 대중과의 거리를 줄인다면 티아라의 컴백 역시 보다 수월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은정 하차를 주도한 것은 <다섯손가락> 외주제작사인 예인문화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드라마를 편성해 방영하는 SBS와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은정의 하차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SBS는 22일 오후까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아역배우들이 출연하는 1~2회가 방영된 상황에서 주연 여배우를 하차시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 입장에선 행여 새로운 여주인공 캐스팅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경우 정상적인 방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각시탈>의 진세연이 물망에 올랐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역시 아직 확정되진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예인문화가 은정 하차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간접광고(PPL)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알려졌다. 티아라의 화영 퇴출 논란이 광고주들에게 영향을 미쳐 PPL 수주에 부담이 되면서 결국 예인문화가 은정 하차를 결정하게 됐다는 것. 실제로 네티즌들은 여전히 <해운대 연인들>과 <천 번째 남자> 게시판에 소연 하차요구와 효민 하차요구 글을 올리고 있다.
한국 드라마 외주 현실에서 PPL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국에서 받는 드라마 제작비만으로는 정상적인 제작이 힘겨운 외주제작사 입장에선 PPL을 최대한 활용해 부족한 제작비를 메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현실이 갑작스런 은정 하차를 야기했다는 것.
은정 하차는 점차 묘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외주제작사인 문화예인은 은정을 하차시킨다는 입장이지만 SBS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반면 은정의 소속사는 아예 하차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방송가에선 상황이 급변해 은정의 하차가 번복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BS와 은정의 소속사가 강하게 반대할 경우 외주제작사인 문화예인이 계속 은정 하차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이유가 PPL 수주를 위해서라고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반응도 좋지 않다. 은정 하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경우 드라마의 전체적인 이미지에 영향을 미쳐 자칫 새로운 여배우를 투입할 지라도 PPL 수주가 난항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