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0일 영화 <577프로젝트>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출연배우 공효진(왼쪽)과 하정우.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올해 한국 영화는 3년여 만에 1000만 관객 영화를 배출했다.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외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와의 정면 승부에서 압승을 거두며 1000만 관객 신화를 일궈낸 것. 또한 칸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동시에 초청되면서 작품성 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입증했다.
요즘 영화계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영화는 바로 <577 프로젝트>다. <577 프로젝트>는 배우 하정우가 기획한 영화다. 영화는 제4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시작됐다. 이미 46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아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하정우는 하지원의 “이번에도 후보에 올랐는데 또 상을 타실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지난해에 받았기 때문에 이번엔 어렵다고 생각 됩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하지원이 “그럼에도 상을 받을 경우를 대비해 대국민 공약을 세워주세요”라고 부탁하자 하정우는 얼떨결에 “트로피를 들고 국토대장정 길에 오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영화는 이렇게 얼떨결에 시작됐다.
그렇게 하정우는 서울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577㎞에 이르는 국토대장정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영화 <러브픽션>에서 호흡을 맞춘 공효진, 하정우의 친동생이자 배우인 차현우, 명품 조연으로 떠오른 김성균, 드리고 무명 개그맨과 배우 지망생 등 16명의 원정 대원으로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다큐 영화 <577 프로젝트>의 한 장면. |
그렇게 하정우와 원정대원이 국토대장정에 나선 모습을 100% 리얼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가 <577 프로젝트>다. 한 명의 영화배우가 시상식장에서 한 대국민 공약이 영화의 시발이 돼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다큐멘터리가 극장 개봉용 영화로 제작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만큼 충무로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 <577 프로젝트>의 흥행 여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언론시사회 이후 대체적으로 영화에 대한 평은 좋았다. 다만 흥행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엇갈렸다. 재미있는 영화임에 분명하지만 관객들이 돈을 내고 극장에 와서 볼 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는 것. TV 방용을 위한 다큐멘터리로는 최고지만 극장용으로는 미지수라는 게 영화 담당 기자들과 영화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그만큼 <577프로젝트>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충무로에선 매우 이례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처럼 기발한 아이디어의 영화가 충무로에서 여러 편 더 기획될 여지도 남기게 된다.
영화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홍보도 큰 역할을 한다. 이 영화의 기획자이자 주연배우인 하정우는 흥행 몰이를 위한 홍보에서도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팟캐스트를 활용한 홍보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탄 ‘하지원 이제는 말할 수 있다?!’로 서서히 시동을 건 하정우는 2탄 ‘하정우의 6시 내고향’으로 숨겨진 예능 끼를 무한 발산했다. 그리고 최근 3탄 ‘하정우의 하숙 Show’를 공개했다. 23일 오전 내내 ‘하정우의 하숙쇼’라는 검색어가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랐을 만큼 네티즌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획만큼 홍보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이어가고 있는 것. 과연 하정우라는 한 배우의 공약에서 시작된 기발한 도전이 어떤 흥행 성적을 일궈낼 수 있을지, 이를 통해 오랜만에 기지개를 편 한국 영화계가 더 활짝 웃을 수 있을 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