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홍석 9단이 제24회 TV아시아 결승전에서 중국의 콩지에 9단을 누르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
▲ 백홍석 9단이 제24회 TV아시아 결승전에서 중국의 콩지에 9단(사진 왼쪽)을 누르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
백홍석 9단(26)은 여유만만, 활력이 넘치는 얼굴이었다. 자신감이었고, 그 자신감은 관전객에게까지 전파가 되었다. 첫 판에서 렌샤오 4단(18), 다음은 유키 사토시 9단(40)을 꺾은 퉈자시 3단(21)을 보냈다. 올해는 운이 트이는 것 같더니 아니나 다를까, 몇 달 전인 5월에는 BC카드배 결승에 올라가 유리한 바둑은 유리해서, 불리한 바둑으로 역전해 이기면서 트로피를 안았고 지금 또 결승에 올라왔는데, 이번에도 어쩐지 이길 것 같다, 백홍석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바둑은 처음부터 잘 풀렸다. 콩지에 9단(30)은 4연패를 의식하고 있음인지, 좀 굳어 있는 느낌이었다. 백홍석은 포석에서부터 득점했고 중반에는 결정타를 날렸다. “바둑이 너무 좋아서, 아니, 이렇게 유리해도 되는 건지 신기해서” 표정 관리에 신경 쓰다가 골인 직전 아이쿠~! 역전의 빌미를 주었고, 급기야는 반집을 다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대운은 대운이었다. 승부가 걸린 패싸움 도중에 콩지에는 착각을 했고, 흑 대마는 돈사했다.
<1도>는 백홍석이 결정타를 날리기 직전의 장면. 콩지에가 흑1로 상변에 울타리를 치자 백2로 부드럽게 접근하는 백홍석. 여기서 흑A로 지키면 보통이고 무난하다는 것인데, 콩지에는 흑3쪽을 막았다. 선수로 일단 벌고 가겠다는 것. 귀의 백이 손을 빼면 <2도> 흑1로 잡히니까, 백은 1의 곳에 내려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백은 살지 않고 <3도> 1로 찝어 흑2와 교환했다. 일견 자충인데? 이제는 <4도> 1로 웅크리며 살아야 하고, 그러면 흑은 이번에는 A가 아니라 2로 호구친다. 흑은 이게 낫다. 흑A는 단순한 수비지만, 흑2는 의 퇴로를 차단하는 발판이 되고 있으니까. <5도> 백1은 안 된다. 흑2의 치중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백은 살지를 않고, <6도> 백1, 여기를 끊어 버렸다. 이게 백 9단이 준비하고 있던 수였고, 결정타였고, 승착이었다. 흑은 일단 2로 지켜야 하는데…. <7도> 백1로 단수쳐 놓고 3, 5로 살자 흑의 전열이 무너지고 있다.
<8도> 흑1, 3, 좌우간 틀어막아 상변을 집으로 만들어야 한다. 상변이 망가지면 그냥 집부족이니까. 그러나 백4, 6, 8에서 보니 흑은 좌하변에서 흘러나온 대마도 미생, 우변 대마도 미생, 양곤마의 형국인 것.
<6도> 흑2로 <9도>처럼 흑1로 잡으러 가면? 이게 포인트. 백2로 끊는다. 흑3, 백4에서 흑5로 지킬 때 다시 6으로 끊는다. 계속해서 <10도> 백2, 4로 몰아나오고 6, 8까지 해치운 다음 10의 곳을 잇는다. 여기서 흑은 응수가 없는 것.
<11도> 흑1로 손봐야 하는데, 백2로 나오는 순간 A와 B가 맞보기. 흑A면 백B. 우상귀 백이 사는 순간 우변 흑은 자동사. 흑B로 싸워 보자고 하면 백A로 흑 가 잡히고, 더불어, 당연히 우변 흑도 함몰한다.
백홍석은 BC카드배에서 중국의 니우위티엔 7단(28), 저우루이양 5단(21), 후야오위 8단(30)을 따돌린 후 결승에서 당이페이 4단(18)을 꺾고 우승했고, ‘TV아시아’에선 퉈자시 렌샤오 콩지에를 차례로 물리쳐 중국 킬러가 되었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