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들> 1000만 카운트다운 특별 이벤트가 8월 13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광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윤석, 김혜수, 김해숙, 최동훈 감독, 전지현, 이정재.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 관람 등급을 신경 써라!
1000만 영화들의 관람 등급은 모두 12세 혹은 15세 이상 관람가였다.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었다는 의미다.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영화는 관객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 <타짜>와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대표적이다. 두 작품 모두 선정적인 장면과 폭력 수위가 높아 ‘19금’ 판정을 받았다. 관객과 평단 모두를 만족시키며 각각 600만, 800만 관객을 모았지만 결국 1000만 영화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 중고생 관객들을 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요즘은 학교 단위의 단체 관람이 많다. 관람 등급이 맞지 않으면 이런 관객을 모두 놓치게 된다. 결국 1000만 관객 동원을 노린다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OOO 사단’을 모아라!
손바닥이 제대로 마주쳐야 소리도 큰 법이다. 영화를 만드는 일은 축구와도 같다. 선수(배우) 한 명만 잘 뛴다고 이길 수 없다. 1000만 영화가 제작되는 현장은 언제나 화기애애했다. 전작을 통해 이미 호흡을 맞춰 본 감독과 배우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 덕분에 1000만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과 안성기의 인연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설경구 역시 <실미도>에 앞서 <공공의 적>으로 강 감독과 손을 잡았다. 강우석 감독은 가장 믿을 만한 두 사람을 앞세워 충무로 역사상 최초로 ‘1000만 감독’의 영예를 안았다.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괴물>에는 일명 ‘봉준호 사단’이라 불리는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가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 <플란다스의 개> 등에서 이미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해운대>의 하지원 역시 윤제균 감독과 세 작품에 함께 출연한 전력이 있고,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은 <황산벌>의 짝꿍이었던 정진영을 다시 불러들였다. <도둑들> 역시 최동훈 감독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김윤석과 <타짜>의 김혜수 등 ‘최동훈 사단’을 적극 활용했다. 최 감독은 “김윤석과 김혜수에게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건넸다”며 두 배우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 <괴물> 일본 쇼케이스에 참석한 배두나, 박해일, 봉준호 감독, 송강호, 변희봉(왼쪽부터). |
6편의 1000만 영화는 소재가 제각각이다. 참신한 아이템을 발굴해야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간단명료하고 쉬워야 한다.
이 영화들은 ‘북파공작원의 비화’(실미도) ‘한국전쟁이 낳은 형제의 비극’(태극기 휘날리며) ‘광대들의 애환’(왕의 남자) ‘한강에 나타난 괴물’(괴물) ‘부산 해운대에 들이닥친 쓰나미’(해운대) ‘프로 도둑들의 이야기’(도둑들)라는 명확한 틀을 갖고 있다. 여기에 물량공세를 통한 다양한 볼거리, 촘촘한 연출력 등 양념이 가미되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도둑들>의 제작 관계자는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는 관객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해가 쉽고 몰입도가 높아야 관객이 관객을 불러 모으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경쟁은 시너지 효과 가져온다!
<도둑들>이 개봉되기 전 외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흥행의 최대 라이벌로 꼽혔다. 세계적으로 열풍을 몰고 온 이 영화가 <도둑들>의 흥행 전선에 먹구름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반대로 전개됐다. 두 영화는 끊임없이 겯고틀며 영화 시장을 쌍끌이했다. 좋은 페이스메이커가 있었기에 흥행은 더욱 순조로웠던 셈이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경쟁 상대였다. 먼저 개봉된 <실미도>의 성공이 과연 <태극기 휘날리며>의 흥행에 어떤 영향을 줄까 궁금증이 증폭됐다. 관객은 두 영화를 모두 선택했고 불과 두 달 만에 1000만 영화 두 편이 탄생됐다. 당시 <태극기 휘날리며>의 연출부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실미도> 때문에 개봉 시기를 정하는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실미도>가 파이를 키워놓은 터라 오히려 관객몰이가 수월했다. 한국 영화도 충분히 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외에도 <왕의 남자>는 한국 영화 <태풍>,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킹콩> 등과 경쟁했고, <괴물>은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에 비슷한 시기에 맞붙어 완승을 거뒀다.
# 사랑 이야기는 필수다!
혹자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사랑 놀음뿐”이라고 말한다. 의사들은 병원에서 사랑하고, 형사들은 경찰서에서 사랑한다고 꼬집는다. 하지만 대중은 사랑 이야기에 열광한다. 그만큼 보편적인 정서라는 의미다.
전우애(실미도) 형제간의 우애(태극기 휘날리며) 동성애(왕의 남자) 가족애(괴물과 해운대) 뿐만 아니라 <도둑들>에서도 마카오박(김윤석 분)과 팹시(김혜수 분)의 사랑이 밀도 있게 그려진다. 그 속에는 단순한 감정 교류 이상의 감동 코드가 숨어 있다. 바로 이 지점이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한(恨)의 정서가 강한 한국 관객은 영화 속에서 웃고 즐긴 뒤 감동받길 원한다. 1000만 영화들은 이 3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