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연노는 이미 출연 계약을 마친 상황에서 <다섯손가락>의 외주제작사인 예인이앤엠가 지난 21일 은정의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 측에 ‘계약 추가·변경 합의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합의서의 주된 내용은 ‘프로그램 제작 및 방영 과정에서 티아라 사건으로 인해 제작지원사 및 협찬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함은정 측이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합의서는 크게 두 개의 사안으로 이뤄져 있는데 우선 출연료 대폭 삭감이다. 애초 출연 계약서에 기재된 금액의 절반 이상을 삭감한 출연료를 제기한 것. 두 번째는 <다섯손가락> 제작 및 방영과정에서 티아라 사건이 제작지원사 및 협찬사의 손해(영업방해 이미지훼손 불매운동 홈페이지항의댓글 등)를 끼쳐 제작사가 제작지원사 및 협찬사에게 손해배상 또는 제작지원금 반환의 요청을 받을 경우 은정의 소속사가 모든 손해배상과 제작지원 반환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21일 이런 이면 합의서를 제시받은 은정의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가 사인을 거부하자 외주제작사 예인이앤엠은 은정의 하차를 결정, 통보했다.
지금까지는 은정 하차의 결정적 이유가 티아라 사태로 인해 간접광고(PPL)에 어려움이 생길 것에 대한 우려로 알려졌었다. 그렇지만 외주제작사 예인이앤엠을 아예 모든 책임을 은정 측에게 돌려놓는 안전장치를 강요한 뒤 이를 거절하자 하차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계약 추가·변경 합의서를 공개한 한연노 측은 “함은정을 하차시켜 명예를 실추시킨 책임을 지고 최영훈 PD는 물러날 것과 함은정을 복귀시켜 출연 계약서의 계약 내용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결과적으로 외주제작사 예인이앤엠은 티아라 사태를 ‘주홍글씨’ 삼아 출연료를 절반 이상 삭감하고 관련 사안의 모든 책임까지 은정 측에게 전가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를 핑계 삼아 출연료를 대폭 삭감한 부분은 이해가 쉽지 않다. 만약 은정이 하차하지 않고 이면 합의서가 체결됐을 경우 예인이앤엠은 티아라 사태 관련 리스크에 대한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한 데다 은정 출연료 삭감으로 인해 상당한 제작비 절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된다면 오히려 티아라 사태가 외주제작사 입장에선 호재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면합의서가 공개되고 한연노가 직접 나서 은정의 출연 복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다섯손가락>은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본래 은정의 첫 촬영 분이었던 <다섯손가락> 5회는 오는 9월 1일 방영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