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이가 지난 14일(한국시각) 뉴욕시 록펠러 광장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미국 NBC ‘투데이쇼’에서 ‘강남스타일’ 공연을 펼쳤다. AP/연합뉴스 |
▲ 싸이가 지난 14일(한국시각) 뉴욕시 록펠러 광장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미국 NBC ‘투데이쇼’에서 ‘강남스타일’ 공연을 펼쳤다. AP/연합뉴스 |
# ‘웃겨서 떴다’ 과연 그럴까?
지난 9월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싸이가 밝힌 ‘강남스타일’의 성공 비결은 웃음이었다. 사실 웃겨서 떴다는 싸이의 표현처럼 납득이 가는 설명은 없다.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토대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다. 유튜브에 올라간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우선 재밌다는 이유로 깔깔 거리며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접한 뒤 점점 그 멜로디에 중독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 ‘강남스타일’의 성공 비결이다.
싸이 특유의 B급 정서도 제대로 통했다. 뮤지션이라 불리는 가수에게 ‘당신 음악은 B급’이라는 것은 굉장한 실례가 될 수 있지만 싸이는 오히려 이를 대놓고 즐긴다. “솔직히 B급이 좋다. 이런 말씀 드리면 그렇지만 난 태생이 B급이다. B급 음악을 탄생시킬 때 소스라칠 정도로 좋다. 가지고 태어난 것 같다. 외국인들에게 ‘내가 왜 통하냐’고 물어보니 ‘오스틴 파워’ 같다는 답변을 많이 들었다. 우리가 ‘오스틴 파워’를 보면 굳이 말이 안 통해도 재밌다고 느끼는 것처럼 내게도 그런 B급 정서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단순히 싸이가 웃기고 B급이라서 세계적으로 뜬 것일까. 전문가들은 절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인다. 단순히 웃겨서 뜬 것이라면 그 인기는 뮤직비디오에서 멈췄을 것이다. 싸이의 인기는 뮤직비디오에서 시작돼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로 옮겨왔다. 이는 아이튠스와 빌보드 차트를 통해 확인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리고 ‘가수 싸이’에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가장 큰 원동력은 싸이의 음악성이다. 싸이가 구사하는 음악은 일렉트로닉 장르로 현재 미국 주류 팝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다. LMFAO나 데이비드 게타 같은 정통 일렉트로닉 장르 뮤지션들이 미국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기본이다. 리한나, 타이오 크루즈, 블랙아이드피스, 어셔 등과 같은 세계적인 팝스타들도 일렉트로닉 장르의 곡을 발표해 큰 인기를 얻었다.
싱어송 라이터인 싸이는 대부분의 노래를 직접 만든다. 그렇다고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일렉트로닉 장르의 노래를 만들어 온 것은 아니다. 미국 유학 시절 접하게 돼 그 매력에 흠뻑 빠진 그 장르의 음악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을 뿐이다. 자연스럽게 놀며 쌓아온 싸이의 음악적인 내공이 ‘강남스타일’을 통해 비로소 그 진가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 일본 경유 없이 미국으로 직항
싸이가 유독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일본이다. K열풍의 근원지 중 한 곳인 일본에선 유독 싸이가 인기가 없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급속도로 냉각된 한일 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싸이 역시 일본에선 독도 관련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한국 연예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싸이 같은 스타일을 일본에선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일본인들이 보기에 싸이는 ‘웃기는 노래를 부르는 배나온 30대 중반의 아저씨’일 뿐이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꽃미남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싸이의 일렉트로닉 장르 음악 역시 미국에선 통하지만 일본인들은 이 장르 음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역으로 싸이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일본 시장을 포기한 데 있다. 지금 대한민국 가요계가 가장 신경 쓰는 시장은 단연 일본과 중국이다.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등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투어는 현지 팬들에 대한 서비스일 뿐 가장 중요한 시장은 여전히 일본과 중국”이라며 “세계 두 번째 음반 시장인 일본과 엄청난 잠재 소비력을 갖춘 중국을 잘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당연히 대부분의 가요 기획사는 신인을 발굴하고 새로운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일본 시장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는 “한국 가수들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을 한류 열풍, 또는 K팝 열풍이라고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바라보면 한국 가요계가 서서히 일본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K팝이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에선 주류를 선점했지만 세계무대에선 아직 마니아층의 인기만 끌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싸이는 이런 기류에 편승하지 않았다. 일본을 경유하지 않고 ‘강남스타일’ 직항 편을 타고 곧바로 태평양을 건넌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진정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 미국 ‘강제소환’ 곧 데뷔음반 발매
싸이는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6집 앨범 <싸이6甲 Part.1>을 발표하며 “이번 앨범은 팬들과 함께 진정으로 즐기고 놀아보자는 의미에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한국인들은 무척이나 즐겼다.
싸이의 팬들은 이번 미국 방문 일정을 두고 ‘강제 소환’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해외 무대 공략을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한 앨범으로 일본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미국 등 해외가 스스로 열광하며 싸이를 데려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싸이가 한국에서 너무 재밌게 놀자 해외 팬들이 같이 놀자고 싸이를 강제 소환했다는 의미다.
이제 싸이는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를 노린다. 싸이는 9월 초 유니버설 뮤직의 스쿠터 브라운과 정식 계약을 맺었다. 곧 정식으로 미국에서 앨범도 발표한다.
“향후 앨범 발매 계획은 새로운 싱글 혹은 싱글이 포함된 정규 앨범 가운데 하나로 잡고 있다. 미국 시장은 추수 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 시즌 사이에 음반시장이 굉장히 많이 움직인다고 해서 11월 말까진 앨범을 만들자고 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때까지 내가 앨범을 만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기존 곡들로 앨범을 만드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이례적으로 유니버설 측에서 노래를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하자고 한다. 미국인들이 한국말로 하는 나의 랩이 쫀득쫀득하니 듣기 좋다고 한다. 두 번째 싱글은 영어로 만들게 될 것 같다.”
이미 싸이는 국내에서 엄청난 히트곡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일렉트로닉 장르의 곡들로 ‘강남스타일’과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로 충분히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곡들이다. 싸이의 인기가 ‘강남스타일’에서 그치지 않고 기존 히트곡인 ‘새’ ‘챔피언’ ‘연예인’ 등의 곡을 거쳐 그가 만들 신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빌보드 1위 정말 가능할까
그렇지만 우선은 ‘강남스타일’이라는 주어진 기회부터 잡아야 한다. 가요 관계자들은 이를 위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처음 빌보드 64위 진입했을 땐 너무 기뻐서 울고 술 마시고 그랬다. ‘섹시 레이디’ 부분을 제외하면 전체가 한국어인 노래가 빌보드 1위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 다음주에 11위를 하니 좋은 것도 있지만,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도 아닌데 혹시 이번에 행여 뭐가 될라나 싶은 마음이 솔직히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주 순위를 낙관적으로 말하는 자료를 몇 개 들었다. 순위가 한 자리 숫자인 거는 확실한 거 같다. 만약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한다면 장소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시민 분들이 관람할 수 있는 모처에 무대를 설치하고 상의를 탈의하고 ‘강남스타일’을 부르겠다.”
결국 26일(현지 시각) 발표 순위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2위를 기록했다. 1위 등극이 임박한 것.
싸이가 빌보드 차트 싱글 부분에서 1위에 오른다면 그가 공약했듯이 상의를 탈의하고 말춤을 추는 싸이를 구경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빌보드 차트 1위곡을 배출했다는 기쁨과 한국말로 된 노래가 세계 최고의 히트곡으로 공인받는 감동도 함께 누리게 될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 싸이가 25일 미국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독도스타일 부르라고?
싸이의 귀국을 앞두고 외교통상부가 싸이에게 ‘독도스타일’ 제작을 의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싸이는 미국에 진출해 유수의 매스컴과 인터뷰를 갖고 다양한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또한 세계적인 스타들과 만남을 갖기도 했다. 그때마다 팬들은 싸이가 미국에서 ‘독도는 한국땅’임을 알리는 문화 외교관의 역할까지 수행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가 외교통상부까지 이어진 셈이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싸이는 “그 얘길 나도 기사와 소문으로 접했다. 회사에 아직 공식적으로 요청은 없었다”며 “회사에 요청이 오면 회사 차원에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작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싸이는 김장훈과 절친한 사이로 독도 관련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렇지만 해외 진출을 노리는 민감한 시기에 정말 ‘독도스타일’을 부를지는 의문이다. 회사, 다시 말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차원에서 말씀드려야 한다는 부분도 의미심장하다. 행여 싸이가 ‘독도스타일’을 부를 경우 빅뱅 2NE1 등 YG 소속 가수들의 일본 무대 활동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은 가수인 만큼 외교통상부가 정식으로 ‘독도스타일’ 제작을 요청할 경우 거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그만큼 싸이에게 ‘독도스타일’은 싸이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대학축제 사랑에 몸값 동결
경기대첩 열정 폭발
싸이가 국제가수로 발돋움하는 모습을 보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동시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바로 대학생들이다. 대학축제의 꽃 싸이가 국제가수로 성장하면서 더 이상 대학축제 무대에서 싸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해외 활동이 많아지면 대학축제 무대에 설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고 몸값 또한 엄청나게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려는 우려일 뿐이었다. 지난 9월 25일 새벽에 입국한 싸이는 오후 3시 기자회견을 갖고 밤에는 두 군데 대학축제 무대에 섰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경기대학교 축제였다. 무대에 오른 싸이는 “한국으로 오면서 ‘어디든 처음 걸리는 대학은 다 죽었어’라고 생각했다”는 말로 첫 인사를 전했다. 당연히 무대를 둘러싼 대학생들은 빨리 죽여 달라(?)는 표정으로 열광했다.
“12년 만에 저의 전성기를 만들어 준 노래”라며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부르기 시작하자 경기대학교는 말 그대로 광란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이날 현장은 매스컴이 ‘경기대첩’이라 명명할 정도로 폭발적인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싸이는 곧이어 중앙대학교 안성 캠퍼스로 자리를 옮겨 또 한 번 폭발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싸이는 “미국에 좀 더 체류하려고 기존에 잡혀 있던 대학축제 공연 스케줄을 다른 팀으로 대체할 수 없느냐는 문의를 했지만 대체 불가능하다고 해 귀국을 결정했다”며 “내게 대학축제는 단순히 일거리가 아니다. 아침에 아내가 ‘너무 힘들어서 어떡하냐’고 묻기에 ‘대학축제 갔다 오면 된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싸이는 대학축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싸이는 한국에 머무는 3주 동안 8개 대학축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물론 ‘강남스타일’로 싸이의 몸값은 폭등했지만 싸이는 대학축제만큼은 출연료를 동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현재 싸이의 대학축제 무대 몸값은 A 급 아이돌 가수의 절반 이하로 알려져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