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언론은 엔화벌이 소녀시대가 독도 노래를 열창했다며 원색적 비난을 했다. 사진제공=<일간스포츠> |
A씨는 “한류가 성장함에 따라 해외 판매가 용이해졌고, 스타들의 몸값 역시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요즘 수출길이 막혔음에도 스타들의 몸값은 요지부동이다. 요구하는 대로 개런티를 지불했다가 일본에 팔지 못하면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 민감한 발언을 했던 한류스타들을 망라한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반한류, 혐한류 분위기가 상상 이상이다”고 운을 뗀 A 씨는 “독도 등 민감한 사안에 직접적인 입장을 밝힌 한류스타들을 블랙리스트로 분류해 일본 방송 출연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 지난 광복절 독도횡단 수영 퍼포먼스를 한 송일국에 일본 외무성은 입국 금지를 명했다. |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지난 1일 “BS후지가 13일부터 방송예정이던 대만드라마 <절대 그이>의 방송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 드라마는 일본 만화 원작으로 한국인 여배우 구혜선이 주연을 맡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BS후지 측은 “편성 상의 이유로 방송이 미뤄졌다”고 밝혔지만, 구혜선의 독도발언과 반한류 분위기에 발맞춘 결정이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또 다른 제작사는 최근 출연 여부를 조율 중이던 한류스타 B를 섭외하는 것을 포기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일본 방송사 관계자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B가 출연하면 일본 방송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B의 인기가 높았던 만큼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대한 일본의 거부감도 클 수밖에 없다는 것.
▲ 과거 독도 발언을 한 배용준도 일본 언론의 비난을 받았다. |
또한 배용준에 대해서는 “<겨울연가>의 욘사마는 2005년 3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라고 게재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일본에서 돈을 잔뜩 벌어가고 있다. 뻔뻔하고 씁쓸한 이야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작사들은 알음알음 전해지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을 피해 출연진을 물색하고 있다.
최근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K팝 스타 역시 이번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5월 일본의 상징인 도쿄돔에서 공연을 갖고 ‘포스트 동방신기’로 떠오르던 슈퍼주니어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슈퍼주니어의 멤버 최시원이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독도는 우리의 영토이며 생명을 바쳐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가치가 있습니다”라는 청와대가 낸 성명을 리트윗한 후 <도쿄스포츠>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은 지난달 24일 “독도 문제로 K팝은 얼어붙을 것이다. 문제 발언이 있던 그룹은 프로모션을 할 수 없는 분위기다”라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 속에 한류 연예인을 보유한 연예 기획사들은 매뉴얼을 만들어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한류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한 기획사의 대표는 “독도과 관련된 어떤 발언도 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 양국의 팬 중 한쪽을 자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SNS 사용도 당분간 자제하라고 강조하고 거듭 이야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독도 문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국내 팬들의 비난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카라가 대표적이다. 카라는 지난달 말 열린 쇼케이스를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독도 문제 관련 질문을 받고 침묵을 지켰다. 일본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카라로서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질문이었다.
또 다른 연예 관계자는 “일본 무대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에게 독도 관련 답변을 강요하고,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역차별의 소지가 있다. 연예인이 한일 관계 경색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