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혜택 줄이고 할인 늘릴 방침…“큰돈 쓰는 고객 떠나면 매출 타격” vs “더 많은 고객 유인” 이견
AK플라자는 지난 16일 백화점 VIP 멤버십 ‘A*CLASS’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개편된 내용에 따르면 2024년 AK플라자 VIP 선정 기준은 △실버(500만 원 이상) △골드(1000만 원 이상) △크리스탈(2000만 원 이상) △플래티넘(3000만 원 이상) △다이아(5000만 원 이상) △E다이아(7000만 원 이상) 등이다. 당초 AK플라자의 가장 낮은 등급인 실버는 800만 원 이상을, 가장 높은 등급인 E다이아는 1억 원 이상을 구매해야 부여받을 수 있었다. AK플라자 측은 “백화점 VIP 등급 기준을 낮춰 많은 고객들이 VIP 혜택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AK플라자 측은 또 지난해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족도 조사(파일럿테스트)에서 제도 개편에 대해 참여 회원의 80%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응답 결과와 달리 현장에선 불만도 포착됐다. 특히 이번 개편에서 상위 등급 고객들에게 주는 혜택에 변화가 생겨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발레주차(대리주차) 서비스가 그 중 하나다. AK플라자는 플래티넘 이상 고객에게 제공되던 발레주차 서비스를 골드 고객 이상으로 확대했다. 발레주차 서비스 적용 대상이 3개의 상위 등급에서 실버를 제외한 5개 등급으로 개편된 것이다. 한 AK플라자 플래티넘 고객은 “(AK플라자에서 진행했다는) 만족도 조사 표본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라며 “백화점은 소비를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돈을 쓴 만큼 혜택을 받고 싶어하는데 차별점을 없앤다면 어떤 VIP가 여기서 돈을 쓰고 싶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상시 할인 혜택도 마찬가지다. AK플라자는 이번 개편 방안을 통해 VIP 등급의 혜택을 줄이되 업계 최대 수준의 할인을 상시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실버·골드 등급 고객은 5%와 7%의 상시 할인 혜택이 부여되고, 크리스탈 등급 고객은 상시 10% 할인이 적용된다. 플래티넘 등급 고객은 상시 10% 할인과 할인 상품에 3% 추가 할인이 제공되고, 다이아 등급 이상의 고객에게는 상시 10% 할인과 할인 상품에 5% 추가 할인이 적용된다. 하지만 한 AK플라자 다이아 고객은 “혜택 개편 전부터 이미 백화점 할인 기간에 10% 정도씩 할인을 해왔다”며 “이 혜택을 보면 등급을 나눠 차별점을 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네 근처라 자주 다녔는데 앞으로는 다른 백화점을 이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K플라자 수원에서 만난 한 고객은 “언짢은 현실이지만 최상위 등급 사람들이 큰돈을 썼을 때 남과 다른 것, (백화점에서) 일반 고객과 다른 대우를 해주길 바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장 반응에 일부 AK플라자 입점업체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한다. 상위 등급 고객은 대체로 백화점을 자주 이용하거나 고가의 제품 또는 많은 제품을 구매하며 매출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들의 발길이 끊기면 입점업체에도 매출 피해가 올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AK플라자 입점업체 직원은 “백화점에서 돈을 많이 쓰는 상위 등급 고객이 오지 않으면 매출이 줄고, 그들 사이에서 ‘AK플라자는 상위 등급 고객을 하대한다’ ‘(VIP가) 다른 백화점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돌면 다른 상위 등급 고객이나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진 않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어 “경영진이 백화점업계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AK플라자 입점업체 직원은 “다른 백화점에 비해 매출이 좋은 편은 아니지 않나”라며 “큰손 떠날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AK홀딩스 관계자는 “입점업체 우려는 등급제 영향일 텐데 신세계, 롯데, 현대 등도 지난해 VIP 등급제를 개편했을 때 ‘등급 기준이 너무 높아졌다’ 등의 불만은 있었다”며 “VIP 모든 고객이 참여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파일럿테스트(전체 시스템 성능 확인하는 작업)를 통해 고객들이 등급제 개편에 큰 불만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AK플라자의 VIP 등급 기준 하향 조정에 대해 시각은 엇갈린다. AK플라자와 타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들은 입점업체들의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AK플라자에 입점한 한 의류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쇼핑 혹은 명품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VIP 고객들이 백화점 평가를 한다. (그 내용은) 어떤 혜택을 주는지, 서비스가 어떤지 등”이라며 “이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이를 공감하는 고객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여론은 백화점 이미지 리스크로 이어지고, 입점업체 측에선 이런 리스크가 매출과 영향이 있기에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AK플라자 입점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입점업체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봤을 때 VIP 등급 고객들이 분노하고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이니 불안할 수 있다”면서도 “등급 하향으로 실버, 골드 등으로 더 많은 고객들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적이 저조한 AK플라자 입장에선 VIP 혜택에 힘을 쏟기보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AK플라자는 타 백화점에 비해 실적이 저조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K플라자 지난해 매출은 2476억 원으로 전년(2473억 원) 대비 0.1% 증가했고, 같은 기간 2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신세계와 롯데, 현대 등 일명 ‘빅3’ 백화점과 비교된다. 지난해 신세계 백화점사업부문 매출은 2조 5570억 원,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은 3조 3033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의 백화점부문 매출도 2조 4026억 원으로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AK플라자의 최근 행보는 백화점 채널로서 스스로 포지셔닝(판매자가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들 머릿속에 인식되고 있는 모습)을 타사와 다르게 가져가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등급제 기준 하향으로 VIP 고객은 떠나지만 (VIP 등급 아래) 고객들은 이끌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AK플라자가 프리미엄 럭셔리로서의 백화점 채널은 이미 타사(신세계·롯데·현대)를 따라갈 수가 없으니 ‘매스티지(중산층 소비자들이 비교적 값이 저렴하면서도 감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고급품을 소비하는 경향) 채널’로 자리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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