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정.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현재 상영 중인 배우 김명민 주연 영화 <간첩>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이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란의 첫 줄에서 ‘엄기영’이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MBC 전 사장 엄기영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엄기영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게다가 그는 영화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사다. 대체 어떤 인연일까.
<간첩>의 오프닝을 보면 1980~1990년대 실제 간첩 관련 사건을 소개하는 뉴스 영상이 나온다. 이때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 엄기영 앵커의 뉴스 진행 모습이 살짝 나온다. 이에 대해 <간첩>의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해당 영상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엄기영 전 앵커에게 양해를 구했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제작진이 이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넣었다”고 밝혔다.
▲ 하지원. |
따지고 보면 <577 프로젝트>는 하지원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하정우와 공동 시상자로 나선 하지원은 하정우의 파격적인 공약을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당시 하지원은 “또 다시 주연상을 받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했고 하정우가 “국토 대장정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시상자로 나선 하정우가 주연상을 거머쥐면서 <577 프로젝트>는 현실이 됐다.
두 사람의 대화가 담긴 시상식 영상은 <577 프로젝트>의 홍보 영상으로 사용됐다. 이는 하지원의 허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원은 또한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 영상을 따로 촬영해주며 물심양면으로 하정우를 도왔다.
하정우가 577㎞를 완주했다는 소식을 들은 하지원이 화들짝 놀라며 “일부러 영화 때문에 그러신 건 아니죠”라고 반문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577 프로젝트>에 힘을 실었다.
▲ 송중기. |
송중기의 모습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던 중 나오는 ‘히든(hidden)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에는 폭탄 제조 전문가인 석대현(신정근 분)과 그의 조수인 정 군(천보근 분)이 등장한다. 아역 배우 천보근이 연기한 정 군은 놀라운 솜씨로 주인공 일행을 물심양면 돕는다.
히든 영상에서는 정군이 과거에 급제해 사령장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알고 보니 정 군의 본명은 바로 정약용이었는데, 성장한 정약용의 역할을 송중기가 맡아 약 5초간 영화에 출연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관계자는 “송중기는 차태현과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은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때문에 송중기가 흔쾌히 카메오 출연에 응했다”고 밝혔다.
▲ 영화 <본 레거시>. |
답은 정부의 극비 프로그램 ‘아웃컴’의 한국 요원이 사망하는 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제작진은 지난해 5월 서울을 방문해 강남 테헤란로와 강남역 골목을 비롯해 한강의 전경 등을 촬영해 갔다. 관객들의 눈에 익숙한 서울의 모습을 할리우드 유명 시리즈 속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이때 귀를 잘 기울여보면 장윤정의 노래 <콩깍지>가 흐르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때문에 <본 레거시>의 엔딩 크레딧에는 장윤정의 이름과 노래 제목이 한글로 표기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개봉된 영화 <퍼펙트 게임>의 제작 배경에도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엔딩 크레딧을 통해 확인 가능한 조력자의 정체는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몸값 비싼 배우인 김윤석이다. 그는 조승우가 주인공 고(故) 최동원으로 거듭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부산 출생인 롯데 최동원을 연기하기 위해 조승우가 반드시 익혀야 했던 것은 경상도 사투리였다. 역시 부산에서 태어난 김윤석은 <퍼펙트 게임>의 촬영을 앞두고 조승우에게 사투리를 전수했다.
조승우는 대본을 받은 후 고민 끝에 김윤석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영화 <타짜>에 함께 출연하며 김윤석과 인연을 맺은 조승우의 요청에 김윤석은 기꺼이 응했다. 조승우는 김윤석이 대본을 보고 직접 녹음해준 파일을 반복해 들으며 사투리 대사를 연습하는 열정을 보였다.
비슷한 사례로 얼마 전 개봉됐던 영화 <R2B:리턴 투 베이스>의 엔딩 크레딧에는 개그맨 김대희의 이름이 담겼다. 김대희는 <R2B>를 연출한 김동원 감독의 전작인 <유감스러운 도시>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이후에도 친분을 유지하며 <R2B> 촬영 내내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김대희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그의 이름을 엔딩 크레딧에 넣게 됐다는 후문이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