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김장훈 싸이의 완타치 2011-형제의 난’ 콘서트에서 다정하게 공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
도대체 150시간 동안 이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김장훈이 미투데이에 직접 남긴 글들은 기사에 맞게 맞춤법과 표현을 다시 가다듬었다).
# 프롤로그… 9월 말 새벽녘
이날 기자는 유명 방송 MC와 방송인, 그리고 동료 기자 몇몇과 함께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에선 싸이의 ‘강남스타일’ 얘기가 나왔고, 김장훈 얘기도 나왔다. 이 와중에 싸이가 김장훈을 떠나 YG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기면서 불거진 잡음에 대한 얘기가 화두로 올랐다. 또 공황장애 등으로 힘겨워 한다는 김장훈의 건강에 대한 걱정의 말들도 나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려였을 뿐, 모두 뒤이어 벌어질 일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시작… 5일 1시 20분
시작은 싸이와의 불화가 아닌 김장훈의 자살 암시글이었다. 5일 새벽 1시 20분 김장훈은 자신의 미투데이에 “끝까지 이겨냈어야 하는데 결국 못 이기고 무너져서 정말 미안하고요. 형이 미안하다. 간다”라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다. “혹시라도 내일 아침 일어나면 그때 저는 완전히 잘 살기”라는 문장은 이미 자살을 시도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 8시간 경과… 5일 9시
이 글은 5일 오전 9시 무렵부터 기사화되면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렇지만 해당 글을 삭제한 소속사 측은 “술 마시고 실수로 올린 글”이라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는 하나의 음주 해프닝으로 보였다.
# 16시간 경과… 5일 17시
김장훈은 병원에서 깼다며 다시 미투데이에 글을 올렸다. 여기서 김장훈은 “거짓말하기 싫고요. 그거 맞고요. 퇴원하는 대로 다시 끝냅니다”라며 자살 암시가 맞고 퇴원하면 다시 자살을 시도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또한 “독도 때문에 지친 거 아닙니다. 사람 때문에 지친 거죠”라는 표현으로 인해 싸이와의 불화설이 조금씩 부각되기 시작했다.
# 28시간 경과… 6일 9시
6일 오전에는 이상호 MBC 기자가 5일 업데이트 한 팟캐스트 방송 <이상호 기자의 발뉴스>에서 최초로 싸이를 언급했다. 이 기자가 “가수 김장훈이 싸이에게 속상한 일이 있었다”며 “아직 내가 자세히 옮기기에는 위험한 내용이 많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김장훈과 싸이의 불화설은 비로소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 34시간 경과… 6일 15시
김장훈과 싸이의 화해 소식이 전해졌다. 싸이가 5일 밤 김장훈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8시간가량 함께 시간을 보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가졌다는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싸이, 이러다 쓰러지겠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싸이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김장훈을 병문안 가서 서로의 속내를 털어 놓은 시간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 35시간 경과… 6일 16시
싸이의 김장훈 병문안 기사가 나오고 채 한 시간도 안 돼 김장훈이 발끈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 졌다. 김장훈은 자신의 미투데이에 “이렇게 언론 플레이로 갑니까. 이러려고 6개월 만에 찾아왔나. 담소를 나누고 병상을 지키다. 하하 참~ 미치겠네요. 결국 진흙탕이 되나?”라는 글을 남겨 두 사람의 앙금이 깊어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렇게 김장훈과 싸이의 화해를 위한 1차 협상은 결렬됐다.
# 77시간 경과… 8일 10시
제3의 변수가 등장했다. 이화여대 대학원생 고희정 씨가 “공연 표절로 싸이와 싸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를 고발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그렇다고 고 씨가 싸이나 김장훈과 직접 관계된 인물은 아니었다. 고 씨는 일본 대사관 소녀상에 말뚝테러를 한 일본인을 검찰에 고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로써 김장훈과 싸이의 불화는 법정 분쟁으로 비화될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 88시간 경과… 8일 21시
8일 밤에는 이상호 기자의 두 번째 폭로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8일 오후 팟캐스트 방송 <이상호 기자의 발뉴스> 홈페이지 ‘상호 생각’ 코너에 ‘김장훈과 싸이 그리고 기자의 몫’이라는 글을 통해 이 기자는 지난 5일 새벽 자살 암시글 게재 당시 김장훈이 실제 자살을 시도했었다고 폭로했다.
# 101시간 경과… 9일 10시
고희정 씨는 단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자신의 블로그에 사과글을 올리는 동시에 싸이를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제3자가 나선 고발 논란은 사태만 악화시킨 채 하루 만에 정리됐다.
# 113시간 경과… 9일 22시
김장훈이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싸이를 언급했다.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김장훈은 “싸이의 병문안은 변명을 들었을 뿐 화해가 아니다”면서도 “내 잘못도 크다”고 밝혔다. 이상호 기자의 폭로와 고희정 씨의 고발 등으로 싸이가 화제가 됐지만 김장훈이 직접 싸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이는 사태 악화가 아닌 화해가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 137시간 경과…10일 22시
다시 24시간의 시간이 흐른 뒤인 10일 밤 10시 무렵, 김장훈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싸이의 한 행사무대에 예고 없이 찾아가 전격적으로 화해했다. 김장훈이 준비해 간 소주를 두 가수가 러브샷을 하는 장면으로 오랜 불화는 종지부를 찍었다.
▲ 지난 10일 화해의 소주 러브샷 장면을 YTN 동영상에서 캡처했다. |
김장훈은 다음날 오전 미투데이에 다시 글을 올렸다.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흙탕에서 나와 씻은 느낌입니다” 등의 표현으로 싸이와의 화해 심경을 밝혔다. 국제가수로 발돋움한 싸이를 도와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둘만의 다양한 추억이라는 낭만적인 이유가 화해를 결심한 까닭이라고도 밝혔다.
# 에필로그… 12일 8시
김장훈은 12일 오전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한동안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중국과 미국 등 해외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계속 수면제 및 공황장애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이제는 나의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몇 년이라도 떠나서 마음을 비우고 넓어진 마음으로 돌아와 잘살고 싶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솔직히 털어 놓으며 더 건강해져서 국내 팬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솔직한 고백과 바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김장훈과 싸이는 화해했고 둘 다 잠시 국내를 떠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가수 싸이와 공황장애 등 병마를 이겨내고 건강해진 가수 김장훈의 밝은 미래를 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