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 10만 원 돌파와 코스피 3000 탈환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올해 코스피 전망치 상단을 3000 이상으로 제시했다. 연초만 해도 2700선을 넘기 어렵다는 예상이 많았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낙관보다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정책은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한국보다 미국 증시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에서 긍정적인 자금흐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3월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328/1711602999879147.jpg)
삼성전자 주가가 8만 원을 넘어선 때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 6월까지다. 당시 9만 원선을 잠시 건드렸지만 안착에는 실패했다. 2021년과 2022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각각 52조 원, 43조 원으로 올해 예상치(33조 원)보다 훨씬 높다. 내년 예상치도 50조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개발중인 AI용 반도체 신제품은 아직 양산 단계도 아니고 납품할 곳도 확정되지 않았다. 경쟁사 대비 획기적인 기술 우위를 확보한 것도 아니어서 높은 값을 받을지도 미지수다. 3월 외국인 순매수 금액도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의 약 3배다. 시가총액 차이만큼이다.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를 더 산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야심작이었던 AI 기능 내재 스마트폰은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다. 가전 시장 역시 여전히 부진하다.
코스피가 3000을 넘었던 2021년 코스피 종목 순이익은 약 190조 원이다. 올해 예상치(NH투자증권 전망)는 171조 원이다. 금리는 더 높아졌다.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종목별 주가 수준도 3년 전과 비교해 삼성전자는 현재와 비슷하고 SK하이닉스와 현대차, 기아, 포스코홀딩스, 금융주 등은 현재가 더 높다. 반도체 전쟁과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 덕분이다. 반면 LG화학, 삼성SDI 등 전기차 관련주와 네이버, 카카오 등 내수 IT 종목 주가는 당시보다 현저히 부진하다.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의 부진이 심각하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328/1711603129161323.jpg)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여전하고 가계와 기업대출의 연체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소비 둔화세도 뚜렷하다. 디플레이션에 직면한 중국이 과잉설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저가 수출을 강화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몇몇 대기업들 제외하면 기업들의 이익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내릴 가능성을 유지했지만 일각에서는 한 차례 내리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크다.
4월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 등의 정치 이벤트 결과도 변수다.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에도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예상 범위를 기존의 2300~2750에서 2500~3000으로 상향했지만 고점 도달 시기는 2분기 말로 예상했다. 호재에 호재가 겹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십만전자’와 ‘삼천피’ 모두 달성이 어려울 가능성이 큰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