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도 자동차 시장은 최근 들어 현지메이커와 글로벌 업체의 과당 경쟁으로 ‘기회가 큰 성장시장’이라는 장점 못지않게 앞날을 쉽사리 예견하기 어려운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점유율에서 GM(0.9%)과 도요타(2.0%)는 현대차(18.1%)에 한참 못 미쳤다. 현재 현대차에 크게 뒤처져 있지만 이들 모두 인도 시장을 차기 성장엔진으로 삼고 물량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이다.
현대차도 이에 질세라 현지 확장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현대차의 종합부품 메이커인 현대모비스의 현지 공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는 게 바로 그런 예다. 내년 완공 예정인 현대차 제 2공장 부지 바로 옆에 건립되는 현대모비스 공장은 현대차의 인도 영토확장의 후방 보급 기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 부품의 현지 조달과 생산 규모 확대 등 부품 메이커의 동반 진출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90% 공정률을 보이며 올해 말 완공 및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공장은 모듈공장과 부품공장, 그리고 물류센터 등 총 3만 6000평 부지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쏟은 돈만 해도 37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기지 구축은 모비스 제품을 납품받는 현대차가 인도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에 가능했다. 이는 현대차 인도법인이 한국에서 주요 부품을 실어나르는 것보다 현지에서 수급 생산하는 게 훨씬 이득이 되는 규모의 경제 시대로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요 부품의 모듈화로 생산 효율이 높이고 있는데 이는 모듈 부품 공장이 완성차 공장 인근에서 생산돼야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인도 현지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듈 공장에서 생산될 모듈은 크게 운전석모듈 섀시모듈 프런트엔드모듈로 나뉜다. 예를 들어 운전석모듈엔 운전석에 들어가는 전기장비와 계기판 오디오 히터 등 공조시스템 그리고 에어백 등 안전시스템이 모두 포함된다. 이렇게 완성된 운전석모듈을 미리 사양을 주문받아 완성된 차체에 그대로 끼워 넣는 식으로 공정이 마무리된다. 다른 모듈도 마찬가지 형식으로 완성차 조립 공정에 들어가게 된다.
현대모비스의 현지 모듈 공장 완성과 현대차 제2공장의 완공은 현대차의 인도 공략에 양적으로 질적으로 제2의 도약을 불러올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자동차 생산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부품에 대한 전문성 강화와 현지 맞춤형 자동차 제작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젠 균일한 규격의 자동차를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는 시대가 아니다. 고객의 구미에 맞는 자동차 제작을 원활하게 하려면 모듈라인 가동이 필수적”이라 밝힌다.
현대차 제2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차는 인도 현지에서 한 해 60만 대 차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 모듈공장은 인도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량에 모듈을 탑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현대차의 올 상반기 인도 자동차시장 점유율 18.1%를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첸나이 한켠에 꾸려진 현대차 제국의 꿈이 현대모비스 공장을 발판 삼아 무럭무럭 커갈지 주목받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