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 동탄역, 서쪽 역세권과 단절돼 주민 불편 커…‘임시보행로’ 설치도 불투명
지난 3월 30일 개통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A노선 수서~동탄 구간. 이 노선의 시종착역이자 가장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동탄역의 일부 주민들이 마땅한 접근 보행로가 없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행정당국의 무심한 처사에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중앙에 위치한 동탄역은 현재 출입구와 버스정류장, 접근도로 모두 동쪽에만 조성돼 있다. 서쪽은 1km가 넘게 펜스로 막혀 있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 동탄역 서쪽에는 동탄2신도시에 속하는 8개 아파트 단지와 여타 오피스텔·상업시설, 그 너머로 인구 12만 명이 거주하는 동탄1신도시가 있다.
동탄역에서 서쪽으로 가장 가까운 A 아파트는 직선으로 약 380m 거리. 현재 짓고 있는 아파트는 이보다 더 가까운 280m, 도보 4분 거리다. 그런데 이들 아파트에서 동탄역까지 도보로 이동 가능한 최단경로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무려 2.8km, 50분을 걸어야 하는 경로가 안내된다. 지난 2일 오후 평균 보행 속도로 해당 경로를 직접 걸어본 결과 총 51분이 소요됐다. 그 과정에서 220m 폭의 긴 지하도 1개와 횡단보도 8개를 건넜다.
A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북쪽의 큰 길로 돌아 지하도까지 거쳐 다니느라 주민들의 애로사항이 많다”며 “특히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로 직장을 다니느라 동탄역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멀리 돌아서 다니니 얼마나 불편하겠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GTX가 개통해도 그림의 떡이다”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시내버스나 마을버스편도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이동에 20~30분이 걸려 기댈 것이 못 된다. 주민들은 버스 배차 간격이 넓은 주말에는 최대 40분도 걸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임시보행로’라도 놓아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수개월 안에 민원이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동탄역 서쪽은 지상을 가로지르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공사가 지난 3월 28일 완료돼, 고속도로의 지상부와 주변의 상업·업무시설 계획지역이 모두 흙으로 덮여 있는 상태다. 토지 소유주이자 개발 주체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앞으로 이 구역에 ‘동서연결도로’ 6개를 조성해 동탄역 동쪽과 서쪽을 이을 계획이다. 동탄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1번과 6번 등 2개 도로를 오는 8월, 나머지 2·3·4·5번 도로는 오는 12월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동탄역에 가장 가까이 연결되는 3·4번 도로가 개통되려면 8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
주민들은 최근 LH에 접수한 민원에서 “동탄역 이용 수요 증가로 접근성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동탄역 연결 임시 도보길이 절실해 빠른 시일 안에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LH는 오는 12월까지 동탄역 서쪽 출입구로 바로 연결될 보행로를 개설할 계획으로, 그전에 임시보행로를 설치하는 안도 검토 중이지만 현장 여건상 몇 달 안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LH는 4일 ‘일요신문i’에 보낸 입장문에서 “해당 현장은 지상고속도로 철거와 대규모 흙쌓기 작업, 동탄역 환승체계 개선공사 등을 하느라 여러 기관이 동시에 복합적 공사를 벌이는 곳으로, 시민들이 이 곳을 250m 이상 횡단할 경우 안전사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이어 “덤프트럭 약 4만 대 분량의 대규모 흙쌓기 작업이 완료돼 주민 통행에 안전이 확보되는 올 3분기쯤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임시보행로 개설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화성시도 당장 임시보행로를 설치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시 신도시조성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LH와 한국도로공사, 지역주민들과 함께 경부고속도로 직선화(지하화) 관련 회의를 할 때 임시보행로 설치 건이 나오긴 했는데 넓은 공사장 한가운데를 통과해야 하는 여건상 안전 문제가 있다는 점에 주민들도 어느 정도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정치권과 주민 대표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이다. 김상균 화성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부위원장은 “지상에 경부고속도로가 있을 때는 육교를 만들어야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길만 잘 조성한다면 임시보행로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LH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원호 동탄2신도시 입주자대표회장단 협의회장은 “일단은 현재 예정된 도로 개통이 제때 이뤄지도록 감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임시보행로가 없어 겪는 불편 역시 도로가 개통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현 동탄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8차 입주자대표는 “지금에 와서 임시보행로 설계에 나서면 기존에 계획된 도로 공사가 지체될 수도 있는데 뭐 하러 임시보행로를 놓느냐는 얘기가 회의 때 나왔다”며 “동탄역에 가까운 2·3·4·5번 도로 개통 시점을 당초 올 12월에서 몇 개월이라도 당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장 사정을 종합해 볼 때 GTX역사 접근로가 미리 구축되지 않은 것의 책임을 LH나 화성시, 철도당국 등에 따져 묻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평이다. 다만 현재 세워둔 도로조성 계획과 보행로 설치 건을 분리시켜 주민들의 보행 문제를 먼저 해소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GTX역에)차량보다 사람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고 급하지 않겠나”라며 “일단 보행자의 입장을 우선에 두고 공정계획을 수정해 다만 몇 개월이라도 보행로가 빨리 조성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전역에 GTX역사가 조성되면서 비슷한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며 “동탄역 사례를 시사점으로 삼아 향후 개설될 GTX역사는 주변에 보행로나 차로 등 교통인프라를 우선적으로 조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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