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등 노출 유행, 아이돌도 가세해 논란 키워…법적 처벌은 어려워 “본인이 조절해야”
#아이돌도 가세한 ‘노출네컷’
SNS를 기반으로 셀프사진관에서 찍은 네 컷의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MZ세대에겐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 2010년대까지 명맥을 이은 스티커 사진의 인기가 저물고, 2017년부터는 셀프사진관 ‘인생네컷’ ‘하루필름’ ‘포토이즘’ 등 여러 업체들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젊은 층은 셀프사진관 내 무인 포토부스에 들어가 자신의 개성이 담긴 네 컷 사진을 2장에 4000원 남짓한 가격으로 평생 소장할 수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셀프사진관이 처음 등장했을 때 ‘휴대전화가 있는데 이런 아이템이 유행할까’하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안경 등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장점이 결국 셀프사진관의 성공을 이끌었다”면서 “MZ세대의 포토부스 활용법은 점차 진화해 ‘항공샷’으로 불리는 ‘하이앵글컷’, 아래에서 위로 찍는 ‘로앵글컷’ 등 독특한 구도의 촬영법이 유행했다. 앞으로도 이색적이고 보다 재미있는 방법으로 셀프사진관을 즐기려는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트렌드는 대중의 생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4월 3일 자정 무렵 트와이스 채영은 자신의 SNS에 “만우절 데이트 거의 이제 우리 11년째야”라며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무인 포토 부스에서 가발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 채영과 전소미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후 채영은 게재된 2장의 사진 가운데 1개를 삭제 조치했다. 삭제된 사진에는 채영과 전소미가 속옷을 노출하는 모습이 드러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한 틱톡커가 남자 친구와 함께 무인 사진관에서 찍은 노출 사진의 QR코드를 가리지 않고 SNS에 올렸다가 사진 촬영 과정이 담긴 영상이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이는 한 네티즌이 사진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해 받은 영상을 유포하면서 일어난 사건으로 알려졌다.
아이돌이나 틱톡커의 이른바 ‘노출네컷’은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다. 실제로 일부 젊은 층 사이에서는 무인 포토부스 안에서 신체 일부를 노출하거나 몸매를 과시하기 위한 바디프로필을 찍는 등의 행위가 유행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박 아무개 씨(29)는 “주위에 셀프사진관에서 바프(바디프로필)를 찍는다는 친구가 늘어나고 있다.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해 기존 바디프로필 업체 대비 가성비가 좋은 대신 보정을 많이 할 수 없기 때문에 몸매에 자신이 있는 경우 특별한 바프를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 아무개 씨(22)는 “친구가 속옷을 노출한 네컷 사진을 SNS에 올려 당황했던 적이 있다. 공공장소에서 노출하는 것에 대한 짜릿함도 있을 수 있겠지만, 솔직히 민폐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은 자유지만, 민망함은 팔로어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는 ‘현재’를 중요시한다”면서 “이들은 ‘나는 늙고 미래의 나는 볼품없어지고 현재의 신체조건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때문에 현재를 기록해 놓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결국 나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기록하려는 심리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임명호 교수는 “바디프로필을 찍음으로써 현재의 건강한 몸을 기록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노출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타인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뿐더러 본인에게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면서 “‘너 그런 애였어?’하는 사회적 시선이나 비난을 받게 된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엄격하게 본인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무인 포토부스 노출네컷에 대한 법적 처벌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노출 정도가 심한 사진을 SNS에 게재할 경우 플랫폼으로부터 제재될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면서 “신체 노출 처벌과 관련된 법은 공연음란죄가 있는데, 공개된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 적용된다. 무인 포토부스의 경우 밀폐된 공간이며 대중들이 보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노출을 한 채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는 공연음란죄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탈일 뿐? 생각보다 많은 ‘주의사항’
그렇다면 노출네컷은 정말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는 은밀한 일탈에 불과할까. 앞서의 틱톡커 사건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의 무인 포토부스는 사진을 찍은 뒤 사진 촬영 과정이 담긴 영상이 기록된다. 이용자들은 이 영상을 QR코드 등을 통해 휴대폰에 저장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사진들이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완벽한 보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간 관리자나 감독자를 통해 데이터가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유명 셀프사진관 업체는 온라인 공지를 통해 “고객님들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촬영 후 기계에 사진이 저장되지 않고 서버로 전송돼 QR코드로 촬영일 포함하여 3일 동안 다운로드 가능하다”면서 “다운로드 기간이 지난 뒤에는 서버에 저장된 사진은 자동으로 폐기돼 사진 복구 및 다운로드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서버는 연구소에서 관리 중에 있으며 서버 접속 권한은 연구소를 제외한 본사 직원, 전국 점주님들도 개인적으로 접속이 불가하며 임의로 사진 및 동영상 다운로드 및 재출력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셀프사진관은 점주나 관리자가 상주해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 매장과 포토부스 내에 시설 파손 방지 목적으로 CC(폐쇄회로)TV가 설치돼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셀프사진관을 운영하는 A 씨는 “부쩍 노출 관련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노출 사진을 찍으러 오는 분들은 부스 안에 CCTV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방이나 옷 등으로 CCTV를 가리고 사진을 촬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이용자들이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어 골치 아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인 포토부스 특성상 커튼 하나만 열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2월 19일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진짜 살다 살다 내가 성범죄로 경찰서에 가보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지난 18일 친구들이랑 놀다가 인생네컷에 갔는데 (부스) 안에 사람 있는지 모르고 그냥 들어갔더니 웬 여자가 자기 가슴 까고 사진 찍고 있더라”며 “바로 ‘죄송합니다’ 하고 친구들이랑 나갔는데 나중에 경찰이 집까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은 신고가 들어왔으니 경찰서로 가서 진술해야 한다고 해서 경찰서에 갔다. 나는 거기 사람이 있는 줄 몰랐고 게다가 (부스 안에서) 가슴 까고 있는 걸 어떻게 아냐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경찰은 내가 바로 나온 게 도망치려 한 거 아니냐고 몰아가더라”고 덧붙였다.
곽준호 변호사는 “해당 사건은 해프닝 정도로 끝날 것 같다”면서 “셀프사진관에서 누가 노출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극소수가 하는 일탈 행위인데 이를 예측하거나 노리고 부스로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사건 속 여성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노출하고 있는 것 자체가 특이한 경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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