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품 만들고 맞춤 사진 찍고 고민 상담하고…심해지는 취업난 속 ‘나만의 콘텐츠’ 찾기 트렌드
광둥에 살고 있는 20세 대학생 저우샤오자는 2023년 9월경 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직접 그린 그림을 팔기 시작했다. 바다 풍경을 담은 그림으로 모두 3개였다. 최근 저우샤오자는 SNS에 “그림을 올리자마자 구입 문의가 쇄도했다. 그림을 모두 팔았고, 그 돈으로 아이슬란드에 갈 것”이라고 했다. 저우샤오자는 아이슬란드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 이 역시 팔 예정이다.
최근 들어 SNS,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젊은이들은 이를 ‘온라인 노점’이라고 부른다. 여러 통계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온라인 노점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전문적으로 상담해주고, 교육시켜주는 기관들도 마찬가지로 크게 늘었다.
온라인 노점은 다양하다. 저우샤오자처럼 직접 만든 그림, 사진, 공예품, 옷 등을 파는 건 그중 하나다. 광둥의 한 대학생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평범한 걸론 주목을 끌지 못하고, 돈을 벌 수 없다”면서 “결국은 아이템 싸움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나만의 아이템을 찾아서 노점을 내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진 찍기가 취미였던 22세 위첸은 오프라인에 사진관을 냈다가 실패한 후, 온라인 노점을 열었다. 그는 온라인 노점의 장점으로 적은 초기 비용을 꼽았다. 위첸은 “오프라인 사진관을 차릴 때에 비하면 온라인 노점 개설은 그야말로 간편했다. 무엇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었다”고 설명했다.
위첸의 노점은 소비자가 원하는 사진을 찍어준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맞춤형 사진관’이다. 인물, 행사뿐 아니라 특정 장소와 상황 등 소비자가 보고 싶어 하는 사진을 찍어준다. 얼마 전엔 한 소비자가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을 보고 싶다고 문의했고, 위첸은 여러 날을 기다린 끝에 사진을 찍어 판매했다.
위첸은 “오프라인 사진관은 많은 제약이 있다. 온라인 노점에선 소비자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원하는 사진을 제공해준다. 2023년 3월부터 시작했는데, 지금은 한 달 일정이 모두 꽉 차 있을 정도다. 보통 한 달에 2만 위안(366만 원)을 버는데, 졸업과 같은 기념일이 있으면 그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위첸은 취미와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많은 온라인 노점상들은 돈벌이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그들이 중시하는 것은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한다는 부분이다. 23세 아웨는 “돈벌이는 그저 따라오는 것이다. 놀고 있는데, 또 취미 생활을 하고 있는데, 돈까지 벌면 더욱 좋다”고 전했다.
아웨는 SNS에 자신이 직접 촬영한 희귀한 영상을 올려 판매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영상 찍기를 좋아한 아웨는 이런 취미가 돈을 벌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에 1000위안(약 19만 원) 정도다. 하지만 돈을 버는 건 보조적이다. 내 영상을 많은 사람들이 봐주는 걸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했다.
우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23세 한 대학생은 온라인에 고민상담소를 열어 인기를 끌고 있다. 비대면에 익명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솔직한 대화가 가능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대학생처럼 온라인 노점에선 비단 상품 판매뿐 아니라 그 모든 것도 가능하다.
24세 로예는 대학 졸업 후 한 장신구 디자인 회사에 취업했다. 입사 4개월 만에 사표를 낸 로예는 온라인 노점에서 직접 디자인한 장신구를 팔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디자인한 제품에 대해 상사가 ‘예쁘지만 쓸모가 없다’고 했다. 세상은 다양한데 누군가는 내 제품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온라인 노점을 내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양징엔은 온라인에서 포스터 제작 등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그는 “그동안은 전공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기껏해야 수험생 과외 정도”라면서 “하지만 온라인 노점에선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다. 또 이건 추후 이력서에 중요한 경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긴 한다. 극소수의 노점을 제외하곤 온라인 노점상들의 수익은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이 과연 부업으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곳곳에서 나온다. 온라인 노점의 많은 ‘젊은 사장’들을 바라보며 혀를 차는 기성세대들도 적지 않다.
또한 온라인 노점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여러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대부분 개인이 하다 보니, 주문이 밀릴 경우 배달은 지연되기 일쑤다. 또한 제품 포장, 애프터서비스 등에서도 민원이 많다. 돈을 받은 뒤 잠적하는 ‘먹튀’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로예는 “지금은 행복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는 게 사실이다. 또 고객들과의 신뢰에 위기가 있었던 적도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 젊은 노점상들은 보다 발전할 것이다. 여러 악재와 비판이 있지만 적어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하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보기에 우리가 느긋하고 편안함만 추구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게 아니라 ‘자유’다. 뜨거운 가슴으로 온라인 노점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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